“낙태의 자유, 법으론 부족해 헌법에 넣자”… 마크롱, 개헌안 제출
프랑스 정부가 내년까지 프랑스 헌법에 여성의 낙태 권리를 명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미국 연방 대법원이 50년 동안 유지돼 온 여성의 보편적 낙태권(로 대 웨이드 판결)을 폐기한 것과 정반대의 행보를 보이는 것이다.
29일(현지 시각)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여성의 낙태권을 헌법에 명시하는 개정안을 이번 주 안으로 국가평의회에 제출하고, 이는 올해 연말 안에 국무회의에 상정될 것”이라며 “2024년이 되면 여성의 낙태할 자유는 되돌릴 수 없게 될 것”이라고 했다. 프랑스 정부의 개정안은 기본법의 적용 규칙·범위를 명시한 헌법 34조에 ‘법은 여성이 자발적으로 임신을 중단할 수 있는 자유가 행사될 수 있는 조건을 결정한다’는 문구를 추가하는 내용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 정부의 이런 움직임은 지난해 6월 미국 연방 대법원의 ‘로 대 웨이드’ 판결 폐기에 따른 여파다. 1973년 인용된 ‘로 대 웨이드’ 판결은 연방 차원에서 임신 24주까지 낙태를 허용하는 것을 골자로 했다. 그러나 연방 대법원이 보수 성향 대법관들이 우위를 점하는 구도로 재편된 뒤 재심리에 들어갔고 결국 폐기됐다. 이후 공화당 세가 강한 주들은 극단적 상황이 아닐 경우 여성의 낙태를 금지하는 내용의 낙태제한법을 속속 제정했다. 이에 낙태가 합법인 일부 유럽 국가 사이에서도 “미국처럼 낙태권이 후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프랑스는 1975년 ‘자발적 임신 중지법’을 제정하며 여성들에게 낙태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법적으로 보장했다. 현재는 임신 12주 이전까지 사유와 무관하게 자유로운 낙태가 가능하다. 하지만 미국의 ‘로 대 웨이드’ 판결 폐기 이후 낙태권이 더욱 확실하게 보호받을 수 있도록 최고 법률인 헌법에 명시해야 한다는 여론이 힘을 얻었다. 지난해 11월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89%가 “낙태권이 헌법에 의해 더 강력히 보호되길 바란다”고 답했다. 이에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3월 여성의 날을 맞아 “프랑스는 여성이 낙태할 자유를 헌법에 새길 것”이라며 헌법 개정 방침을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이 팔을 걷어붙이면서 낙태권을 헌법에 명시하는 작업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앞서 지난해 11월 하원·올해 2월 상원에서 관련 개정안을 통과시켰지만, 개정안의 문구가 일치하지 않는 등 세부적인 하자로 절차가 중단된 상태였다. 프랑스에서 헌법을 개정하려면 하원과 상원이 같은 내용의 개정안을 통과시킨 뒤 국민투표를 거쳐야 한다. 다만 대통령이 헌법 개정안을 제출할 경우, 국민투표 없이 상·하원 재적 의원 5분의 3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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