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궁·태권도·골볼 선전은 ‘스포츠 과학’의 힘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함께 훈련
“장애 유형·정도 따라 맞춤형 짜”
체력·심리 지원에 기술 분석도
지난 26일 열린 항저우 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 양궁 혼성 W1 복식 결승전. 3엔드까지 김옥금(63·광주광역시청)-박홍조(40·서울특별시청)는 중국에 106-107, 1점 뒤졌다. 경기장은 온통 “짜요(힘내라)” 함성으로 가득 찼다.
마지막 4엔드. 남은 건 네 개 화살뿐. 긴장된 순간이었다.
홈 관중의 일방적 응원을 받은 중국은 흔들렸다. 9, 9, 7, 9. 그런데 한국은 오히려 더 강해졌다. 10, 8, 10, 10. 한국이 144-141로 역전 우승했다. 체력, 집중력, 심리적 안정, 기술이 만들어낸 역전극이었다.
김옥금·박홍조는 “힘겨운 체력훈련을 잘 버텨낸 결과”라고 입을 모았다. 이현우 감독은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이 개인 맞춤형 체력, 근력, 집중력 훈련 프로그램을 잘 짜줬고 선수들이 인내하며 잘 따라준 덕분”이라고 말했다.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이 지원한 종목은 전체 21개 중 11개다. 양궁, 보치아, 사격 등 스포츠과학을 적극 받아들인 종목들은 대체로 선전했다. 중국 텃세, 국제적 전력 평준화 속에서도 나름 성과를 낸 데는 선수들의 엄청난 노력과 더불어 스포츠과학의 힘이 한몫했다.
지난 3월 경기 이천선수촌 안에는 장애인국가대표 스포츠과학지원센터가 설립됐다. 지원은 체력, 심리, 기술, 상대 분석, 컨디셔닝 등으로 진행됐다.
체력이 약하면 심리적 안정과 기술도 발휘할 수 없다. 장애인 선수들은 고령자가 많고 변화에 대한 거부감도 적지 않다. 박세정 센터장은 “장애 유형, 정도에 따라 일대일 개인 맞춤형 체력훈련 프로그램을 짰다”고 말했다. 양궁, 보치아 등 휠체어를 타는 선수들이 체력훈련 덕을 상대적으로 많이 봤다.
장애인 선수들은 심리적으로 불안감, 집중력 저하를 일으키는 요소가 비장애인들보다 많다. 장애로 인한 돌발변수들이 상존하기 때문이다. 수영 조기성, 보치아 정호원·강선희, 연령이 어린 휠체어 펜싱 선수들이 심리 지원을 많이 받았다. 조기성은 컨디션이 좋지 않았지만 자유형과 배영에서 은메달을 따냈다. 정호원·강선희는 혼성 페어에서 우승했다. 국제종합대회에서 은메달만 따낸 강선희는 처음으로 금메달을 만져보는 감격도 누렸다.
탁구, 배드민턴, 태권도는 기술 분석, 상대 분석 지원을 많이 받았다. 장애인 종목 경기 영상은 양도 적고 찾기도 힘들다. 과학원은 대회 전뿐만 아니라 대회 기간에도 주요 경쟁자들 경기 영상을 직접 찍어 편집한 뒤 선수들에게 제공했다. 태권도 선수 출신 연구원이 제공한 기술 영상 분석 자료는 주정훈이 초대 챔피언이 되는 데 기여했다.
센터는 골볼도 무척 열심히 지원해 28년 만에 패럴림픽 출전권을 자력으로 따내는 데 일조했다. 탁구대표팀은 중국, 중동 벽에 막혀 9개 금메달에 그쳤지만 조재관 감독은 “스포츠과학, 심리, 경기 분석, 영양 등 모든 면에서 지원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이천선수촌에는 과학원 연구위원이 1명 이상 상주하는 등 총 18명이 교대로 근무하고 있다. 과학이 스포츠와 결합해 큰 시너지를 내려면 지도자, 연구원이 한마음으로 협력해야 한다. 과학원이 장애인 국가대표팀을 본격 지원한 것은 2020년부터다. 박 센터장은 “처음에는 거부감, 불신을 가진 지도자와 선수가 적잖았다”며 “과학원이 최선을 다해 지원하면서 선수단과 많이 친해졌다”고 말했다. 박 센터장은 “한국은 패럴림픽에서 30~40위권에 머문다”며 “앞으로 1년 동안 대한장애인체육회와 더 적극 협력해 파리 패럴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데 일조해보겠다”고 덧붙였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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