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눈의 선동열’이 또 KBO 역사를 세웠다. PO 최다 K 신기록…14일 쉬고 155km+12탈삼진 괴력투 [PO1]
[OSEN=수원, 조형래 기자] 정규시즌에서 각종 KBO리그의 전설적인 투수들을 소환했던 NC 에릭 페디가 포스트시즌에서도 괴력의 피칭을 이어갔다. 또 한 번 KBO리그 레전드인 선동열을 소환했다. ‘푸른 눈의 선동열’이라고 불려도 손색이 없었다.
페디는 30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1차전 KT 위즈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98구 3피안타(1피홈런) 1볼넷 12탈삼진 1실점의 괴력투를 선보이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팀의 9-5 승리를 이끌면서 팀의 가을야구 5연승을 이끌었다.
페디는 올해 30경기 20승6패 평균자책점 2.00, 209탈삼진의 성적으로 트리플크라운(다승 평균자책점 탈삼진 1위) 업적을 달성했다. 20승 200탈삼진은 역대 5번째 대기록이었다. 1983년 삼미 장명부(30승 220탈삼진)으로 최초 기록을 썼다. 이후 1984년 롯데 최동원( 27승 223탈삼진), 1985년 삼성 김시진(25승 201탈삼진), 1986년 해태 선동열(24승 214탈삼진)이 이 기록을 달성했다. 기록했다. 페디는 선동열 이후 37년 만에 21세기 최초, 외국인 선수 최초의 20승 200탈삼진 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트리플크라운은 선수로는 역대 4번째, 횟수로는 7번째로 작성했다. 선동열이 1986년과 1989~1991년까지, 총 4차례 트리플크라운을 기록했다. 이후 2006년 한화 류현진, 2011년 KIA 윤석민이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했다. 페디는 12년 만에 대기록을 작성했다.
하지만 정규시즌 마지막 등판이던 16일 광주 KIA전에서 오른팔 전완부에 타구를 맞았다. 다행히 골절이 아닌 타박상 판정을 받았지만 이후 휴식을 취해야 했다. 두산과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SSG와의 준플레이오프 3경기 모두 등판하지 못했다. 준플레이오프 3차전 등판이 예정되어 있었지만 미세한 우측 팔꿈치 충돌 증후군 증상이 발생하며 등판이 미뤄졌다. 이후 4차전 등판을 준비했지만 시리즈가 3차전에서 끝나며 플레이오프 1차전을 여유있게 준비할 수 있게 됐다.
지난 27일 창원NC파크에서 43구의 불펜 피칭을 소화하면서 마지막 컨디션 점검을 마쳤다. 이날 페디는 2주, 14일 만에 선발 등판하게 된다. 정규시즌 KT와 맞대결 전적은 3경기 1승2패 평균자책점 2.65. 피홈런을 3개나 내줬다. 앤서니 알포드에게 2개를 맞았다. 알포드는 페디에게 8타수 5안타, 타율 6할2푼5리의 맹타를 휘두르고 있었다.
2주 간의 실전 공백에도 페디는 끄떡 없었다. 오히려 휴식의 효과가 더 두드러졌다. 투심과 스위퍼는 더 위력적이었다. 푹 쉬고 나와서 구속도 더 잘나왔다. 47개를 던진 투심의 최고 구속은 155km였다. 주무기 스위퍼는 이날 근래들어 제구가 가장 잘 된 모습. 스위퍼 49개(기록은 커브)를 던졌고 체인지업 7개, 커터 5개를 곁들였다. 투심과 스위퍼로 선택과 집중을 하면서 20일을 쉰 KT 타자들을 추풍낙엽처럼 쓰러뜨렸다.
1-0의 리드를 안고 마운드에 오른 1회말, 선두타자 김상수를 유격수 땅볼, 2번 황재균을 다시 유격수 땅볼로 유도했다. 모두 바깥쪽 스위퍼로 범타를 유도했다. 그리고 페디의 킬러인 알포드를 상대로는 스위퍼로 헛스윙 삼진을 솎아냈다.
2회초 오영수의 솔로포로 2-0으로 격차가 더 벌어졌다. 페디는 거침 없었다. 박병호를 투심으로만 윽박지르면서 루킹 삼진, 장성우도 투심과 스위퍼 조합으로 헛스윙 삼진을 뽑아냈다. 이후 조용호와는 풀카운트 승부 끝에 스위퍼가 가운데로 몰리며 2루수 방면 강한 타구를 허용했다. 하지만 박민우의 호수비로 2회를 마무리 지었다.
3회초 2점을 더 추가해 4-0의 리드를 안았다. 3회 페디는 선두타자 문상철의 장타를 의식했다. 3볼 1스트라이크에 몰렸다. 그러다 5구 째 바깥쪽 153km 투심을 던진 게 통타를 당했다. 우측 담장을 넘어가는 솔로포가 됐다. 이후 배정대는 빗맞은 땅볼로 유도했지만 2루 위를 맞고 튀면서 유격수 내야안타가 됐다. 분위기가 묘하게 흘러갔다. 그러나 박경수를 루킹 삼진으로 솎아낸 뒤 김상수를 유격수 땅볼로 유도한 뒤 1루 선행주자를 2루에서 아웃시켰다. 2사 1루에서 황재균에게는 스위퍼 연속 3개를 던져서 헛스윙 삼진을 유도했다. 1실점으로 틀어막았다.
경기 분위기가 NC쪽으로 급격하게 기울었다. 4회초 타선이 다시 4점을 뽑아내는 빅이닝으로 8-1의 격차를 만들었다. 탄력을 받은 페디는 4회 KT의 중심 타선 알포드 박병호 장성우를 연속 삼진으로 솎아내는 괴력을 뽐냈다. 4타자 연속 탈삼진.
5회에도 선두타자 조용호를 상대로 헛스윙 삼진을 솎아냈다. 그러나 앞선 타석 홈런을 허용한 문상철에게는 볼넷을 내줬다. 이때 페디가 이민호 구심의 볼판정에 강하게 불만을 표출했다. 강인권 감독이 급히 나와 상황을 제지했다. 이후 김수경 투수코치의 마운드 방문이 이어졌다. KT 이강철 감독은 이 대목에서 NC의 마운드 방문 횟수를 문제 삼으며 심판진에게 항의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경기가 잠시 중단됐다.
그러나 일단 배정대를 중견수 얕은 뜬공으로 처리하며 한숨을 돌렸다. 이후 대타 이호연에게 좌전 안타를 허용해 2사 1,2루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김상수를 다시 헛스윙 삼진으로 솎아내면서 포효했다.
6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페디는 선두타자 황재균을 다시 삼진으로 솎아냈다. 이후 알포드는 중견수 뜬공으로 돌려세웠다. 그리고 박병호까지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면서 6회를 마감했다. 이 탈삼진으로 페디는 플레이오프 한 경기 최다 탈삼진 신기록을 세웠다.
종전 최다 탈삼진 기록은 11개다. 해태 선동열이 1989년 10월17일 태평양과의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기록했고 두산 플렉센이 2020년 11월9일 KT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최다 기록을 달성한 바 있다. 플렉센이 2020년 타이 기록을 세운 뒤 3년 만에 신기록이 나왔다.
푹 쉰 페디는 아무도 막을 수 없었다. 결국 페디의 완벽투에 힘입어 NC는 포스트시즌 5연승을 달렸다. 플레이오프 1차전 승리시 한국시리즈 진출 확률 78.1%(32번 중 25번, 5전3선승제 기준)를 거머쥐었다. 페디는 그동안 동료들이 고생하며 만든 성과를 헛되게 하지 않았다. 페디는 페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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