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SSG→KT 거침없는 5연승' '페디 12K 선동열 넘어 신기록' 9대5 승리 NC, 5년 연속 PO 업셋 예고. KS 진출 확률 78.1%[수원 현장 PO1 리뷰]
[수원=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NC 다이노스의 기세가 하늘을 찌른다. 꼴찌에서 2위의 기적을 만든 KT 위즈마저 무너뜨리며 포스트시즌 5연승을 내달렸다.
NC는 30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서 부상에서 돌아온 에이스 에릭 페디의 6이닝 13탈삼진 1실점의 호투와 13안타를 터뜨린 타선의 폭발로 9대5의 승리를 거뒀다. 역대 5전 3선승제의 플레이오프에서 1차전 승리팀이 한국시리즈에 오른 경우는 32번 중 25번으로 78.1%였다.
NC는 지난해 나성범에 이어 올해는 양의지에 노진혁 원종현 등 FA가 줄줄이 이탈해 올시즌 꼴찌 후보로 꼽혔으나 돌풍을 일으키며 4위에 올라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포스트시즌에서도 오히려 약체로 분류가 됐지만 와일드카드 결정전서 두산 베어스, 준플레이오프에서 SSG 랜더스를 연달아 격파하며 포스트시즌 4연승을 달리며 KT에 도전장을 냈다.
KT는 올시즌 초반 주전들의 줄부상으로 5월에 꼴찌로 떨어졌다. 매년 초반에 부진했던 것이 팀의 루틴처럼 여겨졌지만 올해는 부진이 길어져 선수들마저 올시즌은 어렵다고 생각했지만 부상자들이 돌아오며 어김없이 반등에 성공해 2위까지 올라서는 기적을 연출했다.
최근 플레이오프에서 지난해까지 4년 연속 준플레이오프 승리팀이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는 이변이 계속돼 2위인 KT로선 좀 더 긴장감을 가지고 플레이오프를 준비했다. 다른 팀에 비해 일주일 정도 빠른 지난 10일 정규시즌을 마쳐 무려 19일의 휴식기를 가지면서 충분히 휴식을 취해 부상을 치료하고 체력을 회복하는 시간을 가졌다. 특히 30대 중반의 베테랑 선수들이 많아 긴 휴식기가 도움이 됐다고.
최초로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 NC 에릭 페디와 12승 무패 승률 100%의 승률왕 윌리엄 쿠에바스가 올해 처음으로 맞대결을 펼치는데 플레이오프 1차전인 것.
페디는 20승 6패 평균자책점 2.00, 209탈삼진으로 다승왕, 평균자책점왕, 탈삼진왕 등 투수 3관왕에 올랐다. 역대 투수 트리플크라운은 선동열(1986, 1989∼1991년)과 류현진(2006년) 윤석민(2011년) 등 3명 뿐이었다. 12년만에 페디가 외국인 투수 최초로 달성했다. 그리고 20승-200탈삼진은 역대 5번째인데 1986년 선동열 이후 무려 37년만에 나온 기록이었다. 그야말로 레전드급 피칭을 했다. 사실상 정규리그 MVP를 예약한 셈이다.
지난 16일 KIA 타이거즈전서 고종욱의 타구에 오른쪽 팔뚝을 맞아 와일드카드 결정전과 준플레이오프에서 등판하지 못했던 페디는 27일 불펜피칭에서 43개를 던졌고 아무 이상이 없었다. 불안감을 느껴 병원도 다녀왔던 페디였지만 이젠 스스로도 건강에 확신을 가졌다.
페디는 KT전에 3경기에 등판해 1승2패 평균자책점 2.65를 기록했다. 4월 13일 창원 경기서 첫 만남을 가졌는데 6이닝 동안 6안타 3실점(1자책)을 기록했으나 팀이 3대10으로 패하며 패전투수가 됐다.
5월 9일 수원에서는 6이닝 동안 7안타(2홈런) 3실점을 했으나 16대4의 대승을 거두며 승리 투수가 됐고, 8월 13일 수원에서는 5이닝 동안 6안타(1홈런) 3실점(1자책)을 하고 0대4로 패하며 패전 투수가 됐다. 강백호에게 1개, 알포드에게 2개의 홈런을 맞았다.
KT의 1차전 선발은 쿠에바스다. 일찌감치 쿠에바스가 내정돼 있었다. 이 감독은 플레이오프 상대가 NC로 결정난 이후 1차전 선발로 묻자 "우린 (상대가) 페디가 나오든 누가 나오든 순서대로 가"라고 말했다. 쿠에바스-웨스 벤자민-고영표 순서로 선발 로테이션을 꾸리겠다는 뜻.
쿠에바스는 이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와 선수들 모두가 믿는 에이스 중에 에이스. 팬들은 그를 '우승 투수'로 부른다. 2021년 정규시즌 때 선발 등판을 하고 단 이틀만 쉬고 삼성 라이온즈와의 1위 결정전에 나와 7이닝 무실점으로 팀을 정규리그 우승으로 이끌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팔꿈치 부상으로 이별했지만 올해 대체 선수로 다시 돌아와 기적을 만들어냈다. 12승 무패 승률 100%로 승률왕에 오르며 팀을 2위로 끌어올렸다. 평균자책점도 2.60으로 매우 좋았다. 그가 등판한 18경기에서 KT는 14승4패를 기록했다. LG전 3경기와 SSG전 1경기만 졌다. NC전은 1경기만 등판했다. 6월 30일 수원 경기서 6이닝 동안 5안타 2실점으로 3대2 승리를 이끌었다. NC전 통산 성적은 11경기서 4승3패 평균자책점 3.38로 좋은 편이었다.
쿠에바스는 포스트시즌에서도 잘 던졌다. 2020년 두산과의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선발등판해 8이닝 동안 3안타 1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고 2021년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는 7⅔이닝 동안 7안타 8탈삼진 1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되며 우승 테이프를 끊었다.
10일 두산과의 시즌 최종전 이후 19일의 휴식을 가진 KT는 김상수(유격수)-황재균(3루수)-앤서니 알포드(좌익수)-박병호(1루수)-장성우(포수)-조용호(우익수)-문상철(지명타자)-배정대(중견수)-박경수(2루수)로 선발 라인업을 구성했다. 강백호가 청백전서 옆구리 부상을 당해 빠진 자리에 문상철이 들어갔고, 시즌 막판 허벅지 부상을 당한 김민혁이 빠진 톱타자 자리엔 김상수가 들어갔다. KT 이강철 감독은 "김민혁이 부상 당한 뒤 김상수를 1번으로 썼는데 괜찮았다. 김상수가 출루율이 좋기 때문에 현재로선 김상수가 1번타자로 가장 좋은 선택이다"라고 밝혔다.
NC는 손아섭(지명타자)-박민우(2루수)-박건우(우익수)-제이슨 마틴(중견수)-권희동(좌익수)-서호철(3루수)-오영수(1루수)-김형준(포수)-김주원(유격수) 순으로 선발 라인업을 구성했다. NC 강인권 감독은 "2번 타자에 고민을 했다. 서호철을 넣을까 고민을 했는데 준PO때 좋았던 타순을 그대로 쓰기로 했다"라고 밝혔다.
이날 페디에 대해선 걱정을 하지 않았다. 강 감독은 "불펜에서 40개를 넘게 던졌다. 그만큼 몸상태가 괜찮다는 뜻이다. 컨디션도 나빠보이지 않았다"면서 "투구수에 대한 제한은 없다. 100구까지는 가능하다고 생각을 하고 있는데 경기를 보면서 투구수를 결정하겠다"라고 밝혔다.
쿠에바스와 페디가 등판을 하기 때문에 이들이 던질 때까지는 투수전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아니었다. 1회부터 그 예상이 깨졌다. 나흘을 쉰 NC의 방망이는 살아있었다. 1회초 선두 손아섭의 빗맞힌 행운의 우중간 안타에 이어 2번 박민우의 좌중간 2루타로 NC가 무사 2,3루의 찬스를 잡았다. 3번 박건우가 삼진을 당했지만 4번 마틴의 좌익수 희생플라이로 3루주자 손아섭이 홈을 밟아 1-0. 끈질긴 풀카운트 승부끝에 볼넷을 골라 2사 1,2루의 찬스가이어졌으나 서호철이 중견수 플라이로 물러나 1회초 종료.
1회말은 너무 빨리 끝났다. 페디가 1번 김상수, 2번 황재균을 유격수앞 땅볼, 3번 알포드를 삼진으로 가볍게 돌려세웠다.
2회초 선두 7번 오영수가 쿠에바스로부터 홈런을 날렸다. 풀카운트에서 6구째 149㎞의 바깥쪽 높은 직구를 밀어쳤고 좌중간 담장을 넘겼다. 2-0. 쿠에바스는 그래도 이후 3타자를 범타로 잡아내 안정을 찾는 듯했다.
문제는 KT 타자들. 2회말에도 페디를 공략하지 못했다. 4번 박병호가 삼진, 5번 장성우도 삼진을 당했고, 6번 조용호가 강한 땅볼을 쳤으나 2루수 박민우가 바운드를 잘 맞춰 잡아내 1루로 깔끔하게 던져 삼자범퇴로 끝냈다.
3회초엔 수비가 쿠에바스를 도와주지 못했다. 3회초 선두 2번 박민우가 평범한 내야 플라이를 쳤다. 그런데 3루수 황재균이 이를 잡지 못했다. 타구가 글러브를 맞고 떨어졌다. 아쉬워하고 있는 찰나. 3번 박건우의 빠른 타구가 3루 선상을 타고 좌측 외야로 갔다. 좌익수 알포드가 타구를 쫓아가는 사이에 1루주자 박민우가 전력질주해 홈까지 파고들었다. 3-0. 마틴의 2루수앞 땅볼로 1사 3루. 권희동의 우전안타로 4-0이 만들어졌다.
KT의 분위기가 땅으로 떨어지고 있을 때. KT에서도 한방이 터졌다. 3회말 선두 7번 문상철이 벼락같은 홈런을 때려냈다. 볼카운트 3B1S에서 5구째 153㎞의 바깥쪽 투심을 밀어친 것이 우측 담장을 넘어갔다. 이어 8번 배정대가 친 것이 내야안타가 되며 KT의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하지만 9번 박경수가 삼진, 1번 김상수가 유격수앞 땅볼, 2번 황재균이 삼진으로 물러나며 빠르게 식었다.
4회초 사실상 승부가 갈렸다.
선두 8번 김형준이 볼넷을 고른 뒤 9번 김주원의 희생번트를 잡은 투수 쿠에바스가 2루로 던진 것이 뒤로 빠지고 말았다. 무사 1,2루. 이어 쿠에바스의 폭투가 나와 무사 2,3루가 됐고, 1번 손아섭의 우전안타로 5-1이 됐다. 쿠에바스는 여기까지. 갈비뼈 미세골절로 시즌을 조기 종료했던 엄상백이 구원 투수로 올라왔다.
하지만 오랜만에 나와서일까. 엄상백이 제구가 잘 잡히지 않았다. 박민우가 풀카운트 승부끝에 볼넷. 무사 만루서 박건우가 우익수 희생플라이를 쳤다. 6-1. 다시 투수가 이상동으로 바뀌었다. 마틴이 좌익수 플라이로 물러나 2사 1,2루서 권희동이 우중간으로 큰 타구를 날렸다. 중견수 배정대가 끝까지 따라가 글러브를 뻗었는데 타구가 글러브를 맞고 떨어졌다. 주자 2명이 모두 홈으로 들어온 우중간 3루타. 8-1로 7점차까지 벌어졌다.
페디는 굳건했다. 4회말엔 3번 알포드와 4번 박병호, 5번 장성우를 차례로 삼진으로 돌려세웠고, 5회말 선두 6번 조용호도 삼진으로 잡아내 5타자 연속 삼진을 기록했다. 전 타석에서 홈런을 허용했던 문상철과 풀카운트 승부끝에 7구째 볼넷을 허용했는데 이때 이민호 주심의 볼 판정에 항의를 하는 바람에 이 주심이 발끈해 마운드쪽으로 올라가자 강인권 감독이 주심을 말리는 등 잠시 경기가 중단됐다. 곧바로 김수경 투수코치가 마운드로 올라가 페디를 진정시켰는데 KT 이강철 감독이 강 감독이 마운드에 올라갔고, 이후 김 코치가 또 올라갔으니 페디를 교체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항의했으나 이 주심은 강 감독이 투수에게 간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온 것이라고 해 일단락.
페디는 이후 배정대를 중견수 플라이로 잡아냈고, 대타 이호연에게 좌전안타를 맞아 처음으로 2사 1,2루의 득점권 위기를 맞았지만 1번 김상수를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페디는 6회말에도 2번 황재균과 4번 박병호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총 12개의 삼진을 잡아냈다. 플레이오프 한경기 최다 탈삼진 신기록이었다. 이전엔 해태 타이거즈 선동열이 1989년 10월 17일 태평양과의 3차전, 두산 베어스 플렉센이 2000년 11월 9일 KT와의 1차전서 기록한 11개였다. KT는 플렉센에 이어 페디에게 최다 탈삼진 기록의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
페디는 6이닝 동안 3안타(1홈런) 1볼넷 12탈삼진 1실점의 쾌투로 한국에서의 첫 포스트시즌 데뷔를 최고 투수다운 피칭으로 장식했다.
자신이 던지는 구종 중 가장 느린 최고 139㎞의 커브를 49개로 가장 많이 던졌다. 최고 155㎞의 투심을 37개, 145㎞의 체인지업을 7개, 147㎞의 커터를 5개 구사했다.
NC는 7회 김영규, 8회 류진욱, 9회 김시훈이 나왔다. 9회말 2사 만루에선 이용찬이 나와 배정대에게 만루홈런을 맞아 아쉬움을 남겼다.
NC는 손아섭이 3안타 1타점 2득점, 박민우가 2안타 2득점, 박건우가 1안타 2타점 1득점 등 1,2,3번이 6안타 3타점 5득점을 합작했다. 권희동이 2안타 3타점, 오영수가 2안타 1타점을 더했다.
KT는 기대를 모았던 쿠에바스가 3이닝 동안 6안타(1홈런) 2볼넷 2탈삼진 7실점(4자책)의 부진을 보인게 뼈아팠다. 정규시즌 18경기에선 12승 무패. 승률 100%였지만 올시즌 한국에서의 첫 패배를 가장 중요한 플레이오프 1차전서 맛보게 됐다. 직구 최고 구속이 154㎞를 찍었으니 충분한 휴식을 취한 만큼 구속은 나쁘지 않았지만 제구가 좋지 않았다.
승부가 빠르게 결정이 났지만 KT는 다음 경기를 위해 할 수 있는 총력전을 펼쳤다. 불펜진도 경기 감각을 익히기 위해 크게 지고 있음에도 손동현 주권 박영현 등 필승조 투수들이 나와서 1이닝씩을 소화했다.
7회말엔 무사 1,2루의 찬스가 오자 1루 오윤석 대신 대주자 정준영을 기용하는 등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하는 모습이었다.
9회말 박병호의 2루타와 정준영의 내야안타, 문상철의 볼넷으로 2사 만루의 마지막 기회를 만들었고, 끝내 NC의 마무리 이용찬을 마운드로 끌어냈다. 그리고 배정대가 초구를 쳐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만루홈런을 만들어냈다.
승장 강인권 감독은 경기후 "페디가 우리가 기대했던 대로 좋은 투구 내용을 보여줬다. 또 타선에서 찬스마다 집중력을 보여줬다. 많은 득점을 올린 게 승리 요인이었다"라고 선수들을 칭찬했다. 하지만 마무리에 대해선 아쉬움을 표했다. 강 감독은 "고민이 된다. 김시훈이 그런 상황에서 깔끔하게 막아줬다면 투수 운영에 여유가 생길 거라고 봤다. 초반 카운트를 잘 잡았지만, 마무리가 좋지 않았다. 최대한 경기 상황에 맞춰서 투수 기용을 하겠다"라고 했다. 이날 선발 출전한 오영수가 홈런을 치며 강 감독의 선발 오더가 빛을 발했다. 강 감독은 이에 "KT전에 워낙 좋은 타격감이 있어 선발로 들어갔다. 기대했던 모습을 보여줬다. 앞으로의 경기가 기대된다. 오늘 타석에서의 모습을 보면 여유를 찾은 거 같다"라고 기대감을 보였다.
패장 이강철 감독은 경기 후 "상대가 좋은 선발이 나왔다. 초반 싸움에서 주도권을 뺏기며 분위기를 넘겨줬다. 그래서 경기까지 내줬다"며 아쉬워 했다. 하지만 "5회 이후부터 맞아가기 시작했다. 마지막에 만루 홈런 나와서 고무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타격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필승조를 올린 것에 대해 이 감독은 "최대한 막고 가자고 생각했다. 4회 실점이 컸다. 뒷싸움까지 간다고 생각해서 좋은 투수를 썼다. 경기 감각도 확인하려고 했다"고 말했고, 엄상백을 2명을 상대하고 빨리 교체한 것에 대해서는 "아직 안 올라왔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31일 열리는 2차전엔 KT는 웨스 벤자민, NC는 신민혁을 예고했다.
수원=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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