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지지 않은 타격감과 슈퍼에이스 페디의 완벽투… NC, PO 1차전 잡으며 KS 진출 확률 78.1% 잡았다
KT와 NC의 2023 KBO리그 플레이오프(5전3승제) 1차전이 열린 30일 수원 KT위즈파크. 경기 전 더그아웃에서 만난 KT의 이강철 감독은 “4일 쉬고 온 NC가 투수진에는 힘이 좀 생겼겠지만, 타격은 좀 식지 않았을까요?”라며 바람을 드러냈다. NC는 두산과의 와일드카드 결정전과 SSG와의 준플레이오프 3경기까지 4경기에서 32점을 뽑아내는 파괴력 있는 타선의 힘을 앞세워 4전 전승으로 KT가 기다리고 있는 플레이오프까지 올라왔다. 특히 준플레이오프를 지난 25일 끝마친 것은 KT로선 그리 달갑지 않은 소식이었다.
이 감독의 바람은 ‘희망사항’에 불과했다. 나흘의 휴식에도 NC 타선에 붙은 불은 꺼지지 않았다. 여기에 올 가을야구에서 첫 선을 보인 ‘트리플 크라운’ 에릭 페디도 KT 타선을 완벽히 잠재우면서 NC가 KT를 9-5로 대파했다. 역대 5전 3승제로 열린 플레이오프에서 1차전을 잡은 팀은 25번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했다. NC로선 한국시리즈 진출을 위한 78.1%의 확률을 잡은 셈이다.
2회엔 선두타자로 나선 오영수가 풀카운트 승부 끝에 시속 149km짜리 바깥쪽 높은 직구를 밀어쳐 좌중간 담장을 넘겼다. 경기 전 NC 강인권 감독은 오영수의 기용 이유에 대해 “KT전 타율이 0.381로 높았다”고 언급한 바 있는데, 강 감독의 용병술이 적중했다.
지난 10일 두산전을 마지막으로 정규리그를 끝낸 KT는 20일간의 실전 공백도 느껴졌다. 3회 3루수 황재균이 박민우의 평범한 뜬공을 뒷걸음질 치다 놓쳤다. 곧바로 박건우의 좌익선상으로 흐르는 타구가 나왔고, 발 빠른 박민우는 1루에서 홈까지 내달렸다. 이어진 1사 3루에선권희동이 쿠에바스의 공을 툭 받아쳐 박건우까지 홈으로 불러들였다. NC 마운드에 페디가 있음을 감안하면 4-0의 점수 차는 상당히 커보였다.
KT 이강철 감독은 쿠에바스를 내리고 선발요원 엄상백을 올리며 승부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쳤지만, 엄상백은 등판하자마자 볼넷을 내주며 무사 만루에 몰렸고 박건우에게 희생플라이를 내줬다.
이에 KT 벤치는 이상동으로 마운드를 교체하면서 분위기 전환을 꾀했다. 이상동은 마틴을 범타 처리하며 불을 끄는 듯 했지만, 권희동의 우중간으로 쭉 뻗어간 타구가 배정대의 글러브에 스쳐 그라운드에 떨어지며 2타점 3루타가 됐다. 어느덧 전광판의 점수표는 8-1. 사실상 이날 승부가 끝나는 순간이었다. 권희동의 타구가 다소 어렵긴 했지만, 평소 KT 중견수 배정대의 수비력이면 충분히 잡을 수 있는 타구였기에 아쉬움은 더욱 컸다. 정규리그 최소 실책 1위(99개)의 탄탄한 수비력을 자랑하던 KT로선 수비가 무너져 내렸기에 이날 패배는 더욱 쓰라렸다.
14일 만의 실전 복귀전에서 페디는 최고 시속 155km의 투심(37구)과 주무기 스위퍼(49구)를 앞세워 KT 타선을 6이닝 동안 3피안타 1실점으로 완벽히 틀어막았다. 투구수는 98개로 몸 상태에 이상 없음을 알렸다. 이날 페디가 잡아낸 12개의 탈삼진은 역대 플레이오프 한 경기 최다 기록이다. 종전 기록은 1989년 플레이오프 3차전의 선동열(당시 해태)과 2020년 플레이오프 1차전의 크리스 플렉센(당시 두산)의 11개다.
그나마 KT는 9회 2사 만루에서 터진 배정대의 만루포가 위안이 됐다. NC로선 이번 가을야구 내내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이용찬이 2사 만루에서 마운드에 올라와 만루홈런을 맞으면서 파죽의 연승 행진 속에서도 큰 고민거리를 안게 됐다.
수원=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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