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수 법정 증언> "윤석열, 검찰총장 때 '검찰의 역사는 빨갱이 색출의 역사' 발언"

한상진 2023. 10. 30.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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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동수 전 대검 감찰부장, 손준성 재판 증인 출석…의견서 제출
⬤ 한동수, “윤석열 검찰총장이 방상훈 조선일보 회장 만난 사실 공개”
⬤ 한동수, 윤석열 총장이 “‘조선일보 사주는 반공정신이 투철한 사람’이라 말해”
⬤ 한동수, “윤석열 총장이 ‘검찰의 역사는 빨갱이 색출의 역사’라고 말해”
⬤ 한동수, “윤석열 총장이 ‘중령이 쿠데타 하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라고 말해"
⬤ 뉴스타파, 2020년 7월 윤석열-방상훈 비밀회동 보도

“2020년 3월 19일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검찰청 간부들과 번개 회식 자리를 가졌다. 윤석열 총장은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방상훈 조선일보 회장을 만났을 때 얘기를 하면서 ‘조선일보 일가는 반공정신이 투철한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또 ‘검찰의 역사는 빨갱이 색출의 역사다’라고 말했다.”

오늘(10월 30일) 한동수 전 대검찰청 감찰부장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옥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른바 고발사주 사건, 즉 손준성 검사장의 공무상비밀누설 등 혐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렇게 증언했다. 한 전 부장은 이 말이 2020년 3월 19일 서울 강남 서래마을 인근의 한 식당에서 대검 간부들과 회식을 하던 도중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한 말이라고 했다. 당시는 소위 ‘조국 사건’으로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검찰총장이 갈등을 겪을 때였다.

한 전 부장은 윤석열 당시 총장이 회식 자리에서 무속인들에 대한 얘기도 장시간 했다고 증언했다. 또 “중령 계급 군인들이 쿠데타 하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 “일제시대에 태어났으면 (나는) 마약 판매상이 되거나 독립운동을 했을 것이다” 같은 말도 했다고 말했다. 한 전 부장은 이런 말을 들었던 당시를 떠올리며 “윤석열 총장이 가짜 승려나 무속인에게 속고 있구나”, “윤석열 총장이 말하는 자유민주주의는 반공이데올로기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한 전 부장은 또 어떤 식사자리에서 이노공 현 법무부 차관이 “‘대권을 이루게 해 달라는 건배사를 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이노공 차관은 (2020년) 3.19 회식자리이든 다른 회식자리이든 어느 자리에서든 위와 같은 발언을 한 사실이 없다는 입장이라고 합니다"라는 입장을 전해왔다.  

한동수 전 대검 감찰부장 (출처:연합뉴스)

“검찰의 역사는 빨갱이 색출의 역사”, “조선일보 사주는 반공정신이 투철한 사람”

30일 법정에서 나온 한 전 부장의 해당 발언 내용 전문은 아래와 같다.(일부 내용은 이해를 돕기 위해 기자가 임의로 정리했다)

“(2020년) 3월 19일, 당시는 일도 많아 스트레스가 쌓이던 때였다. 윤석열 검찰총장실에서 번개를 쳤다. (서울 강남) 서래마을 인근에서 회식이 있었다.

윤석열 총장은 얼마 남지 않은 총선 결과에 관심을 보였다. 그리고 자신이 ‘일제 때 태어났으면 마약판매상이나 독립운동을 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각종 도사나 무속인 얘기도 했다. 그 말을 듣고 ‘윤석열 총장이 가짜 승려나 무속인에게 속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윤 총장은 ‘내가 만약 육사에 갔다면 쿠데타를 했을 것이다. 예전 쿠데타는 중령들이 했다. 검찰로 치면 부장검사다.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쿠데타란 말이 툭 나와서 충격을 받았다. (다른 식사자리에서) 이노공 현 법무부 차관이 ‘대권을 이루게 해 달라’는 내용의 건배사를 했다는 말도 들었다. 그런 대화를 하는 장면을 보니 검찰에 들어와 있다는 실감이 났다.

또 하나 기억나는 게, 조선일보 사주를 만나 나눈 대화를 소개하는 내용이었다. 윤 총장은 ‘조선일보 사주는 평안도 사람들인데, 이 사람들이 반공정신으로 아주 투철하다. 전라도 사람들보다 반공의식이 더 투철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말씀도 하셨다. ‘검찰의 역사는 빨갱이 색출의 역사다.’ 이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해방 직후에 활동한 오제도 검사 얘기를 하시면서, ‘도서관에서 자료를 찾아보라’는 말씀도 하셨다. 나는 공안 정국도 아닌데 현직 검찰총장이 어떻게 이런 말씀을 하실까 하는 생각을 했다. 놀라웠다.

윤 총장이 자유민주주의에 대해서도 얘기하는데, 나는 그 말을 들으면서 ‘저 분은 반공이데올로기를 말씀하시는구나’라고 이해했다.”

윤석열 당시 총장이 거론했다는 오제도 검사는 1940년대 후반~1950년대 소위 ‘반공 검사’로 유명했던 사람이다. 한국전쟁 전 좌익 전력자 전향을 목적으로 한 ‘보도연맹’을 제안했던 사람이기도 하다. 주로 공안 사건을 수사한 검사로, 검찰을 떠난 뒤에는 주로 우익 인사들을 변호하는 활동을 했다.

지난 26일 박정희 전 대통령 44기 추도식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 (출처:대통령실)

뉴스타파, 2020년 7월 윤석열-방상훈 비밀회동 보도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이던 2018~2019년 초 방상훈 조선일보 회장과 비밀회동을 가진 사실은 뉴스타파 보도를 통해 확인된 바 있다. 2020년 7월 뉴스타파가 보도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조선일보 방상훈과 '비밀 회동'> 제하의 기사다. 뉴스타파는 박상기 전 법무부장관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 비밀회동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전까지 소문으로만 떠돌던 비밀 회동의 실체가 이 보도를 통해 확인됐다. 박 전 장관은 인터뷰에서 “윤석열 지검장이 정치를 한다, 언론사 사주를 만나고 다닌다는 소문이 있어 법무부 검찰국장을 불러 확인했다. 검찰국장이 사실을 인정했다”고 말한 바 있다.

뉴스타파는 이후 후속 취재를 통해 윤석열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 방상훈 회장을 만나는 자리에 당시 서울중앙지검 1차장이던 윤대진 검사(전 수원지검장, 현 변호사)를 대동한 사실을 추가로 확인할 수 있었다. 윤대진 전 검사장은 ‘윤석열-방상훈 비밀회동’을 박 전 장관에게 확인해 준 당사자다. 문제의 비밀 회동이 있을 당시 조선일보는 여러 건의 고소, 고발로 서울중앙지검 수사를 받고 있었다.

한동수 전 대검 감찰부장, 검찰 재직 당시 기록 정리

한 전 부장은 30일 법정에서 ‘고발사주 사건’ 관련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의 개입 가능성도 거론해 논란이 됐다. 한 전 부장은 "고발장 작성은 손준성 검사장 개인이 결정한 일이 아니다.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시해 수사정보정책관실 검사와 수사관이 작성했고, 컨펌도 받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손 검사장의 변호인은 “한 전 부장이 사실이나 기억이 아닌 추측에 기반해 증언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한 전 부장은 또 “한 대검 간부가 당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국회의원의 전화를 받고 ‘국회의원직은 유지할 수 있도록 알아서 기소하겠다’는 말을 하는 걸 목격했다”고도 증언했다. 현 여당 정치인을 상대로 사실상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것이다. 한 전 부장이 지목한 국회의원은 20대 국회의원을 지낸 울산 출신 정갑윤 의원이다.

한 전 부장은 이날 증언을 마친 뒤 자신이 발언한 내용을 정리한 의견서를 재판부와 손준성 검사장을 기소한 공수처에 각각 제출했다.

뉴스타파 취재에 따르면, 한 전 감찰부장은 대검 감찰부장 재직 당시 자신이 검찰에서 보고 겪은 일들을 기록으로 남겼다. 검찰 직원들이 쓰는 노트에 일지 형태의 기록으로 남겼다고 한다. 지난해 한동훈 법무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나와 2020년 초 소위 ‘채널A 검언 유착 사건’ 관련 증언을 한 것도 이 기록에 따른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한 전 부장은 이렇게 증언한 바 있다.

"(2020년 4월 2일) 감찰3과장과 보고하러 간다고 사전에 부속실을 통해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에게) 연락이 가 있었다. 그때 제가 못 보던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의) 모습을 봤다.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책상에 다리를 얹어 놓으시고 스마트폰을 하면서 굉장히 굵고 화난 목소리로 제 보고서를 '좌측 구석에 놓고 가, 저리 놓고 가'라고 하셨다. (한동훈 후보자 휴대전화를) 임의제출 받고 안 되면 압수수색을 하겠다고 하니까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쇼하지 말라'고 격분했다. 그래서 '쇼라면 저는 시작하지도 않는다. 객관적으로 조사하겠다'고 했다." (한동수 국회 발언 / 2022.5.9)

※  어제 공개된 기사 내용 중 이노공 차관 건배사 관련 부분은 2020년 3월 19일이 아닌 다른 회식 자리에서 나온 발언으로 확인돼 이를 수정했습니다.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뉴스타파 한상진 greenfish@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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