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글게 짜인 법망…건지지 못한 생명
3분기 100대사 현장 사망자
전년 대비 2명 늘어난 20명
공공 발주서도 오히려 증가
최대 사망 사고 디엘이앤씨
기소 전무…ESG는 A등급
올 3분기 100대 건설사 현장 사망자가 전년 동기 대비 2명 증가한 20명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기관이 발주한 건설현장에서도 사망자가 전년에 비해 더 늘었다. 중대재해처벌법(중대법)이 시행된 지 2년이 돼가고 건설사들이 저마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을 내세우고 있지만 재해 방지 실효성은 나타나지 않은 것이다.
30일 국토교통부가 건설공사 안전관리 종합정보망(CSI) 통계를 분석한 결과, 올 3분기 100대 건설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자는 총 20명(14개사)으로, 전년 동기 대비 2명 증가했다. 디엘이앤씨에서 3명, 현대건설·롯데건설·중흥토건·동양건설산업에서 각 2명, 그 외 9개사에서 각 1명씩 사망자가 나왔다.
100위 밖을 포함해 전체 집계된 건설현장 사망자는 전년 동기 대비 2명 감소한 총 65명이었다. 민간에서 전년 대비 6명이 줄었지만 공공이 발주한 건설현장의 사망자(27명)가 4명 늘어났다. 사망자가 가장 많은 인허가 기관은 경기 수원시로 여기에서만 3명이 사망했다.
100대 건설사 사망자 20명 중 절반은 추락사로 기록됐다. 나머지는 깔림(6명), 익사(2명), 끼임(1명), 찔림(1명)이었다.
특히 디엘이앤씨 건설현장에서는 지난해 1월 중대법 시행 이후 7건(8명)의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아파트 ‘e편한세상’으로 알려진 디엘이앤씨는 올해 시공능력 6위로, 중대법 시행 이후 건설사 중 가장 많은 사망사고를 냈지만 지금까지 기소된 관계자는 한 명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기존에 중대법으로 기소돼 재판 결과가 나온 경우를 봐도 처벌 수위가 높지 않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이달 초까지 중대법으로 총 25건(52명)이 기소됐고 이 중 6건이 1심 선고가 나왔다. 6건 모두 유죄였으나 1건을 제외하면 모두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하청 노동자가 1.2t 방열판에 깔려 숨진 산업재해 사건만 한국제강 대표가 징역 1년 판결을 받았다.
양홍석 변호사는 “행위에 따른 책임을 묻는 게 기본 형사제도인데, 중대법은 결과에 대한 책임을 묻는 식으로 입법이 돼 개별 재판부가 처벌하기가 기본적으로 어려운 한계가 있다”며 “중대법의 면책 규정도 세밀하지 않아, 법원은 기존 산업안전보건법 면책 규정을 참고해서 판결할 수밖에 없다. 이런 입법 문제가 개선되지 않는 이상 중한 처벌이 안 되는 현 기조는 유지될 수 있다”고 했다.
디엘이앤씨는 ESG 경영을 내세우고 있으며, 한국ESG기준원(KCGS)으로부터 2년 연속 통합 A등급을 획득했다. ESG 중 ‘S’는 사회공헌, 안전보건 등을 평가하는데 사망자 발생이 전체 평가에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이다. 국민연금공단이 진행한 지난해 2차례 ESG 정기평가에서도 디엘이앤씨는 하위등급(C, D)을 받지 않았다. 국민연금은 디엘이앤씨의 2대 주주다.
윤지원 기자 yj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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