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려줘” 외치면 119 출동... 똑똑해진 경로당
30일 오후 찾은 서울 양천구의 신원경로당. 동네 어르신 105명의 사랑방인 이곳 경로당이 최신 IoT(Internet of Things·사물 인터넷) 기술을 적용한 ‘첨단 경로당’으로 다시 문을 열었다.
IoT는 가전이나 건강기기 등 기계에 센서와 인터넷을 연결해 원격으로 관리가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다. 50평 남짓한 이곳 경로당의 화장실, 주방, 현관 등 곳곳에는 위기 상황을 감지하고 신고하는 기술들이 숨어 있다. “살려주세요”라고 외치면 스피커가 목소리를 감지해 곧바로 경로당 관리 업체에 ‘위급 상황 발생’ 알림을 보내고, 업체가 즉시 119에 신고한다.
또 주방에는 일산화탄소 감지 센서, 화장실 변기 옆에는 낙상 신고 버튼, 벽마다 달린 전원 플러그에는 실시간 전력량 확인 시스템이 설치됐다. 경로당을 매일 찾는 이금옥(71)씨는 “경로당에는 따로 직원이 없어서 누가 아프면 서로 챙기고 119를 불러야 했는데, 이제는 아프다고 소리만 질러도 신고가 된다니 든든하다”고 했다.
이 경로당에선 스마트 기술로 건강 데이터까지 관리한다. 이날 경로당을 찾은 심재수(79)씨는 혈압기에 팔을 넣고 혈압을 측정했더니 172, 76이라는 높은 수치가 나왔다. 이 데이터는 심씨의 개인 정보와 함께 서울시 연계 헬스케어 업체로 전송됐다. 양천구에 따르면 “헬스케어 업체가 매달 한 번씩 경로당에 등록된 모든 어르신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건강 이상 징후를 알려준다”고 했다.
어르신들은 낯선 스마트 기계 사용법을 배우면서 연신 “신기하다”고 했다. 전경하(82)씨는 양천구에 있는 ‘서서울호수공원’의 모습을 영상으로 보며 걸을 수 있는 스마트 러닝머신을 타고서 “공원에서 걷고 있는 기분”이라며 “바닥이 푹신해 무릎에 무리가 덜 가서 너무 좋다”고 했다.
서울시는 오는 2026년까지 관내에 총 105곳의 ‘스마트 경로당’을 만들 계획이다. 앞으로는 스마트 경로당에 다니는 모든 어르신들의 얼굴 정보를 등록해 안면인식으로 출입 체크가 가능하도록 할 예정이다. 자물쇠가 있으면 어르신들이 당번을 정해 매일 새벽 경로당 문을 열어야 하는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서울시 관계자는 “경로당에는 상주하는 직원이 없어 그간 어르신들 스스로 안전 관리를 하기가 어려웠는데, 스마트 기술로 이런 문제가 상당 부분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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