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피란민 가득 찬 병원 앞까지 공습…이 “하마스 무기고”
병원 “안전한 대피 불가능”
제2의 병원 참사 우려 커져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대한 지상전에 돌입한 이스라엘군이 환자와 피란민이 모여 있는 병원 주변에 연일 대대적인 공습을 단행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북부지역 내 주요 병원을 연달아 ‘작전 지역’으로 규정하면서 ‘제2의 병원 참사’가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공포도 커지고 있다.
29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은 북부 중심지 가자시티에 위치한 알쿠드스 병원 인근에 대대적인 공습을 벌였다. 이 공격으로 병원 주변 건물 대부분과 도로가 파괴됐다고 주요 외신들은 전했다. BBC는 병원 정문에서 불과 10m 떨어진 지점에도 이스라엘군의 폭탄이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팔레스타인 적신월사는 병원 창문이 날아가고, 폭격으로 인한 먼지와 연기가 병원 내부에 가득 차는 모습을 찍은 영상을 공개했다. 적신월사와 병원 측은 이날 새벽 이스라엘군으로부터 환자와 민간인을 즉시 대피시키고 병원을 폐쇄하라는 연락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병원 측은 환자들을 이동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이스라엘군의 대피 명령에 따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 병원에서는 환자 400여명이 치료를 받고 있으며, 이들 중에는 생명유지장치에 의존하는 중환자와 인큐베이터에 있는 신생아도 상당수인 것으로 전해졌다. 적신월사는 영상 성명을 통해 “이 환자들을 대피시키는 것은 곧 그들을 죽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 역시 “환자들로 가득 찬 병원에서 안전한 대피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거듭 강조한다”고 밝혔다.
알쿠드스 병원은 가자시티에서 두 번째로 큰 병원으로, 이 병원 부지에는 1만2000~1만4000여명에 이르는 피란민이 대피해 있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봉쇄가 3주를 넘기면서 알쿠드스 병원은 이미 연료와 의약품 부족으로 위기 상황에 놓인 것으로 전해졌다. 환자를 이송할 구급차 중 상당수가 휘발유 부족 탓에 가동이 중단됐다. 연료 및 의약품 고갈에 공습이라는 ‘겹재앙’ 상황에 놓인 것이다.
이스라엘군이 가자시티 내 병원 주변에 대대적인 공습을 퍼부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CNN과 알자지라 등 보도에 따르면 전날 가자지구 최대 병원인 알시파 병원 주변도 이스라엘군의 공격을 받았다. 이스라엘군은 지난 27일 기자회견까지 열어 이 병원 지하에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쟁 사령부와 무기고가 있다고 주장했지만 하마스 측은 “병원을 표적 삼으려는 허위 주장”이라며 이를 부인했다. 마이클 링크 전 유엔 팔레스타인 특별보고관은 이스라엘의 주장이 “다가올 공격에 대비한 일종의 여론전”이라고 지적했다.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기구(UNRWA) 역시 “인도주의적 지원을 잘못된 손에 전달하지 않고 있다”며 선을 그었다.
이스라엘군이 북부 주요 병원에 거듭 폐쇄를 경고하며 주변 공격을 확대해가면서 또다시 병원에서 대형 참사가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앞서 지난 17일 가자시티 알아흘리 병원에서 폭발이 일어나 471명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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