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가자시티 포위 공세…‘하마스 궤멸’ 될지는 의문

정원식 기자 2023. 10. 30.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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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거점 한 조각씩 장악 전략…북부 주민들 이동 ‘최후통첩’
전문가 “하마스 섬멸 불가능”…국제사회 ‘정치적 해결’ 촉구
바닷물로 세간살이 씻는 가자 주민들 이스라엘의 봉쇄로 인해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데이르 알발라 주민들이 29일(현지시간) 바닷물을 이용해 옷과 식기류를 씻고 있다. AP연합뉴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대한 지상전을 개시한 이스라엘군이 30일(현지시간) 북부 거점도시인 가자시티 포위 및 진입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스라엘이 몇 차례의 전쟁에도 하마스를 뿌리 뽑지 못했던 과거의 전철을 되풀이할 우려가 크다면서, 전쟁을 통해 ‘하마스 궤멸’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오전 엑스에 발표한 성명에서 지상군이 밤사이 가자지구 북부에서 작전을 확대하며 전진하고 있다며 “가자지구에서 무력충돌 중 건물과 땅굴 등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우리 군을 공격하려는 수십명의 테러범을 사살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하마스의 대전차 유도탄 진지와 관측소 등 기반시설 600여곳을 타격하고, 드론을 동원해 20여명의 하마스 대원을 제거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에서 탱크가 포격을 가하고 병사들과 함께 진격하는 영상과 사진 등을 공개했다.

AFP통신은 이스라엘 탱크가 가자시티 가장자리로 진입하고 남부로 이어지는 핵심 도로를 차단했다고 목격자의 말을 인용해 전했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북부의 주민들은 “즉시 남부로 이동해야” 한다고 재강조했다. 대규모 작전을 앞둔 최후통첩으로 풀이된다. BBC는 이스라엘이 대규모 병력을 동원해 단기전으로 전쟁을 끝내는 대신 가자지구의 주요 거점을 한 조각씩 장악해가는 ‘슬라이스’ 장기 전략을 택했다고 분석했다.

지상전이 격화하는 가운데 레바논 등 주변 지역으로 전쟁이 확산할 위험도 커지고 있다. 레바논의 하마스 무장대원들은 이날 이스라엘 접경 도시인 나하리야를 향해 미사일 16발을 발사했다.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도 미사일과 로켓포, 박격포로 이스라엘을 공격했다. 이스라엘도 레바논 내 하마스 거점 3곳을 타격하는 등 반격했다.

전문가들은 이스라엘이 ‘하마스 섬멸’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텔아비브대학 모세다얀센터 팔레스타인 연구포럼 마이클 밀슈타인 회장은 BBC에 “하마스는 이스라엘이 쉽게 쓸어버릴 수 없는 하나의 관념”이라면서 현재 상황이 2003년 미국 주도 다국적군이 이라크를 침공해 사담 후세인 정권을 제거하려 했을 때와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팔레스타인 정치인인 무스타파 바르구티 팔레스타인민족이니셔티브(PNI) 의장도 “하마스는 풀뿌리 조직”이라면서 “하마스를 제거하려면 가자지구 전부를 인종청소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이 전후 처리 방안도 수립하지 않은 채 지상전을 서두른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설령 이스라엘 계획대로 하마스 궤멸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하마스를 대신할 정부를 어떻게 세울지도 불분명하다.

정치적 해결만이 유일한 해법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이날 칼럼에서 이스라엘이 군사적 보복의 덫에 빠져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프리드먼은 160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2008년 인도 뭄바이 테러 당시 맘모한 싱 인도 총리는 군사적 보복 대신 외교적 해결책을 선택해 국제사회의 지지를 얻어냈다면서 인도주의적 휴전과 인질 교환의 문을 열어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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