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크게, 더 화려하게"…百3사 크리스마스 '인증샷 맛집' 경쟁 [미드나잇 이슈]

김희원 2023. 10. 30.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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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기술 vs 아날로그 vs 공간경험…콘셉트 차별화
팬데믹 때 화제몰이 후 규모·화려함 경쟁 시작
지나친 상술 등 비판에도 “연말 분위기 주도”

지난 27일 서울 명동 거리. 낮 기온이 20도를 넘은 탓에 겉옷을 벗어들고 다니거나, 아예 반소매를 입은 시민들이 다수 눈에 띄었다. 그러면서도 한쪽에선 벌써 크리스마스 시즌 맞이로 분주한 이질적인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신세계 백화점 본점은 외벽 대형 스크린으로 건물 전체를 둘렀다. 스크린 주위엔 금빛 유럽풍 조명 장식이 설치되어 있다. 신세계의 겨울철 상징으로 떠오른 ‘미디어파사드’(미디어와 건물 외벽을 뜻하는 파사드의 합성어)다. 시커먼 스크린에 가려 다소 답답해보이는 이 외벽은 머지않아 화려한 미디어아트로 채워진다. 
사진=신세계 백화점 제공
신세계 백화점이 광고판까지 떼고 지금과 같은 크기와 형태의 미디어파사드를 설치하기 시작한 것은 2021년이다. 초대형 스크린에 서커스와 크리스마스를 테마로 한 동화 같은 영상이 펼쳐졌다. 지나던 시민들이 홀린 듯 멈춰 스크린을 바라봤다. 당시 신세계의 크리스마스 장식이 온·오프라인에서 큰 이슈가 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에 지친 시민들에게 기쁨을 줬다는 평가도 나왔다. 성공을 거둔 신세계 백화점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미디어파사드 준비에 공을 들이고 있다.
신세계 백화점 관계자는 “설치가 완료되면 11월 둘째주쯤 점등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이번 영상의 테마는 아직 비밀에 부쳐져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27일 서울 중구 신세계 백화점 본점 외벽 양면에 초대형 미디어파사드가 설치된 모습. 김희원 기자
2년 전 신세계의 성공은 백화점 업계의 오래된 크리스마스 장식 경쟁에 새로운 불을 지폈다. 단순히 트리와 조명으로 분위기만 내던 것에서 이제는 확실한 콘셉트와 규모로 승부를 본다.

신세계가 첨단기술로 구현해 낸 화려함의 끝판왕이라면 롯데백화점은 아날로그 감성의 따뜻함에 초점을 맞춘다.

롯데백화점 본점은 남대문로 방향 외벽 100m에 3층 높이 장식을 설치 중이다. 아래층은 흰 천막으로 가려놓았으나 노출된 위쪽을 보면 아치 창문이 멋스러운 르네상스풍 건물 모양 구조물을 확인할 수 있다. 구획마다 벽 색상을 달리해 경쾌함을 주며 작은 전구가 열을 지어 달려 클래식하면서 화려한 분위기를 낼 전망이다.
사진=롯데 백화점 제공
얼핏 지난해와 비슷하게 보인다. 지난해 롯데백화점은 전년 신세계의 이슈 몰이 후 ‘칼을 갈고 나왔다’고 할 정도로 크리스마스 준비에 힘쓴 모습이었다. 교차로에 있는 신세계와 달리 길가에 있어 한눈에 담기엔 아쉬움이 있지만 100m에 걸쳐 설치한 아기자기한 외벽과 불빛 장식이 많은 볼거리를 제공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지난 27일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외벽. 가림막을 설치하고 외벽을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꾸미고 있다. 김희원 기자
특히 아름다운 사진을 남길 수 있는 ‘포토 스팟’으로 소셜미디어(SNS)에서 인기를 끌면서 큰 관심을 받았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지금은 큰 차이가 없어 보이겠지만 점등 후엔 지난해와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아날로그 감성과 동화적인 느낌을 유지하면서 스토리를 더해 고객에 더 풍성한 경험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점등 예정일은 11월 3일이다.

현대백화점은 백화점 3사 중 가장 먼저 크리스마스 준비에 돌입했다. 10월 말부터 각 지점에 우뚝 선 대형 트리는 점등 전부터 이른 연말 분위기를 느끼게 했다.

현대백화점 중 가장 규모가 큰 크리스마스 장식을 볼 수 있는 곳은 여의도에 위치한 더현대 서울이다. 이곳 역시 매년 크리스마스 시즌 ‘인증샷 맛집’(인증사진이 잘 나오는 장소)으로 변신한다. 다른 백화점과의 차별점은 보는 것보다 공간을 경험하는 것에 중점을 둔다는 것이다.
사진=현대백화점 제공
더현대 서울 5층 사운즈포레스트와 무역센터점 광장에는 이미 마을이 생겨났다. 작은 상점, 시장, 가로등, 간판, 카트 등 다양한 유럽풍 조형물로 꾸민 H빌리지다. 올해의 테마는 ‘해리의 꿈의 상점’으로 유럽의 아뜰리에(공방) 골목 분위기를 연출했다.
지난 26일 서울 강남구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외부에 대형 크리스마스트리가 설치된 모습. 독자 제공
현대백화점의 크리스마스 마을은 다음 달 1일 공개된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다른 지점에도 대형 트리와 포토스팟을 설치해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며 “연말엔 많은 인원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고객 안전을 위해 안전관리 인원을 2배 이상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예전엔 ‘크리스마스 시즌’이 12월 한 달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점점 빨라져 이제는 11월부터 연말, 연초까지 두 달 넘게 이어지는 것이 당연하게 자리 잡았다. 규모도 커졌고 훨씬 화려해졌다. 백화점이 이끈 변화다. 

일각에선 유통가의 지나친 상술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안전문제와 함께 ‘불경기에 조명 수십만개를 사용해 화려함을 연출하는 것이 옳으냐’는 지적도 나온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원래부터 백화점 크리스마스 장식은 연말 분위기를 주도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최근에는 SNS 활성화로 많은 고객이 각 백화점의 포토 스팟과 야경을 기대하기 때문에 크리스마스 장식을 화려하게 꾸미고 경쟁하는 분위기가 심화한 것 같다“고 밝혔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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