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소득, 의사의 40% 수준…‘증원 차이’에 격차 더 벌어져 [뉴스+]

조성민 2023. 10. 30.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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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평균 소득 56% 증가하는 동안 변호사 소득은 13% 올라
로스쿨 제도 등으로 변호사 수 최근 10년 사이 2배 넘게 증가
반면 전국 의대 신입생 정원 2006년부터 17년째 동결된 상태
韓 봉직의, OECD 회원국 중 1위 ‘고소득’…가파른 상승 추세
전국 의대 3분의 2 이상 ‘정원 확대’ 요구…尹 정부 의지 강해

“(의사들) 그동안 꿀 많이 빨았잖냐.”

최근 직장인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한 변호사가 정부의 의과대학 입학 정원 확대 정책에 대해 올린 글이 화제된 바 있다. ‘의사형들, 증원 맛 좀 보라구’는 제목의 글에서 작성자는 “(변호사) 배출 정원이 1000명에서 1700명으로 증원 된 지 12년 됐다”며 “이제 금전적으로는 상위권 대기업 사무직이랑 별 차이 안 날 만큼 먹고 살기 팍팍해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근데 법률서비스 접근성은 어마어마하게 좋아져서 이제 간단한 법률상담이나 소송 위임은 염가에 가능하다”며 “중견이나 중소기업도 사내 변호사를 뽑는 시대가 됐다”고 덧붙였다.
전문직 숫자가 소득에 영향을 준다는 이같은 주장은 국세청의 종합소득세 신고분 등을 분석한 결과 일부 사실로 확인된다. 전국 의대 신입생 정원은 2006년부터 3058명으로 17년째 동결된 상태다. 반면 2007년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제도 도입으로 변호사 수는 최근 10년 사이 2배 넘게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2012년 1만4534명이던 대한변호사협회의 등록회원수는 지난해 말 기준 3만2982명으로 늘어났다. 이 사이 의사 사업소득은 변호사와 비교해 4배 이상 빠르게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 의사 평균소득은 지난 7년 사이 1억원 가까이 증가한 반면 변호사 평균소득은 1300만원 증가하는데 그쳤다. 한국 의사 소득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도 높은 증가세를 이어가면서 전세계 1위 수준으로 올라섰다. 
◆유달리 눈에 띄는 의사들의 ‘고소득’

29일 국세청 및 관계 당국에 따르면 의료업(의사·한의사·치과의사)의 평균소득은 2021년 기준 2억6900만원이었다.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14년(1억7300만원)과 비교하면 7년간 9600만원(55.5%) 증가했다. 세법상 소득금액은 매출인 수입금액에서 필요경비를 뺀 금액으로, 별도의 종합소득을 신고하는 ‘개원의’에 해당한다. 이들의 소득은 2020년을 제외하고 매년 1000만원 이상 소득이 늘었고 증가 폭도 커지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당시인 2021년에는 전년보다 3400만원 늘기도 했다. 

의료업의 소득 증가는 변호사업와 비교하면 한층 뚜렷하다. 변호사업 평균소득은 2014∼2021년 1억200만원에서 1억1500만원으로 1300만원(12.7%) 증가했다. 증가율 기준으로 의료업의 5분의 1 수준이다. 이에 따라 2014년 의료업의 60% 수준이었던 변호사업 소득은 2020년 40% 수준으로 그 격차가 벌어졌다.

이는 변호사 숫자가 매년 빠르게 늘어나는 것과 달리, ‘의대 정원 동결’과 맞물려 의사 숫자 증가세가 크게 제한된 시장 구조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2014∼2021년 의료업 사업소득 신고 인원은 6만7867명에서 7만6673명으로 13.0%(8806명)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변호사업 소득 신고 인원은 4419명에서 6292명으로 42.4%(1873명) 증가했다.

2000년 입학정원과 정원외, 편입학을 모두 합쳐 3507명이던 의대 정원은 2003년 3253명, 2004∼2005년 3097명, 2006년에는 3058명까지 줄어든 뒤 17년째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반면 변호사 수는 1995년 사법개혁의 일환으로 사법시험이 변호사 자격시험으로 전환되고 2007년 로스쿨 제도까지 도입되면서 빠르게 늘어났다. 2009년 전국 25개 로스쿨이 문을 연 뒤로는 매년 1500명 내외의 변호사가 배출되고 있다.

국내 다른 업종과 비교해도 의사들의 고소득은 눈에 띈다. 국세청의 2021년 귀속 종합소득세 신고분 기준으로, 평균 사업소득 상위 20개 업종에서 의료 업종이 16개를 차지했다. ‘방사선 진단 및 병리 검사의원’(기타 병리실험 서비스)이 9억7900만원으로 가장 많은 소득을 신고했다. 이어 △일반의원(안과) 7억6400만원 △종합병원 6억8000만원 △요양병원 6억7200만원 △일반병원 6억1700만원 △방사선 진단 및 병리 검사의원(엑스레이 촬영 등) 5억1900만원 순이었다.

비(非) 의료업종에서는 도선사(4억4800만원·7위), 건설용 석재 채굴 및 쇄석생산업(2억6800만원·14위), 기타 부동산 개발 및 공급업(2억3600만원·16위), 운전학원(2억2700만원·17위)이 20위권에 포함된 것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모두 의료 관련 업종으로 채워졌다.
사진=뉴스1
◆한국 의사 소득 수준은 ‘세계 TOP급’

한국 의사들의 소득 증가세는 국제적으로도 빠른 편이다. OECD의 ‘2023년 보건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문의 가운데 병·의원 봉직의(salaried, specialists) 연간 임금소득은 2010년 13만6104달러에서 2020년 19만2749달러로 42% 증가했다.

유의미한 비교를 위해 인플레이션을 반영한 구매력평가(PPP) 환율을 적용한 것이어서 실제 연봉 수준과 차이가 있다. 총 26개 회원국 대상으로 대체로 2011~2021년 수치를 기준으로 했지만, 우리나라와 프랑스, 그리스, 영국 4개국은 가장 최신 자료를 기준으로 2010~2020년 수치를 적용했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보건의료인력 실태조사 이후 처음으로 10년치 소득자료를 OECD에 제공한 바 있다. 미국, 일본 등 일부 회원국은 데이터가 없어 OECD 통계에서 빠졌다.

10년치 증가 폭으로는 헝가리(275%), 칠레(130%), 에스토니아(98%), 슬로바키아(80%), 체코(76%), 아이슬란드(61%)에 이어 한국이 7번째를 기록했다. 다만 헝가리(3만1624달러), 칠레(5만7834달러), 에스토니아(3만9190달러), 슬로바키아(3만5267달러), 체코(4만6187달러), 아이슬란드(9만2088달러) 모두 10만달러를 밑도는 연봉에서 출발했다는 점에서 한국의 임금상승폭은 눈에 띄는 편이다.

이에 따라 지난 2010년 OECD 5위 수준이었던 우리나라 봉직의 임금소득은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섰다. 한국 다음으로 네덜란드(19만2264달러), 독일(18만8149달러), 아일랜드(16만5727달러), 영국(15만5419달러), 덴마크(15만1150달러) 순이었다. 지난 2010년에는 아일랜드가 18만8273달러로 가장 높았고 네덜란드(16만6969달러), 독일(14만4892달러), 영국(14만3732달러), 한국(13만6104달러) 순이었다.

개원의의 경우, 통계가 확보된 회원국이 9개국(한국, 벨기에, 캐나다, 이스라엘, 호주, 네덜란드, 스위스, 오스트리아, 독일)에 불과해 유의미한 국제 비교가 어렵다. 다만 이들 9개국 기준으로도 우리나라 개원의의 소득은 29만8800달러(2020년)로, 벨기에 33만7931달러(2021년) 다음으로 많았다.
서울 시내의 한 의과대학 모습. 연합뉴스
◆의대 정원 확대 이번엔 이뤄질까

정부는 2025학년도부터 의대 정원을 증원할 계획이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26일 정부서울청사 기자회견에서 “급격한 인구 고령화 추세를 고려할 때 전체 인구가 감소하더라도 의료 이용이 많은 고령인구가 증가한다면 2050년까지 의료 수요가 지속적으로 많아지고, 임상의사는 더 부족해질 전망”이라며 “정부는 그 어느 때보다도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있다. 의사인력 확대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강조했다.

2035년이 되면 부족한 의사 수는 1만명 안팎이 될 전망이다. 신영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9654명, 권정현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1만650명, 홍윤철 서울대 교수는 1만816명으로 각각 추산했다. 정부는 2006년 이후 3058명으로 묶여 있는 의대 정원을 1000명 이상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당초 지난 19일 구체적인 증원 폭 등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의사단체 등이 반발하자 발표를 미뤘다.

정부가 의대 입학정원 확대를 위해 각 대학을 대상으로 한 수요 조사에선 전국 의대 3분의 2 이상이 증원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국립대와 입학정원 50명 이하의 ‘미니 의대’들은 적극적인 증원 의사를 표하고 있다. 이미 증원 의사와 규모를 구체적으로 밝힌 의대들의 정원 확대 요구 규모만도 600여명에 달해 전국 의대를 모두 합치면 1000명을 훌쩍 넘을 것으로 보인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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