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카메라] "하늘에서 짜장면 내려와유"…섬마을과 육지 오가는 '드론 배달부'
충남 서산엔 식당도 마트도 약국도 없는 섬마을이 있습니다. 필요한 게 있으면 배를 타고 육지로 나가야만 했는데 더이상은 아니라고 합니다.
일주일에 두 번, 하늘에서 약은 물론 짜장면과 치킨까지 떨어진다고 하는데 밀착카메라 이상엽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주민 100명이 사는 충남 서산의 고파도입니다.
식당도 없는 외딴 곳인데 오늘은 하늘에서 닭다리가 날아오고 짜장면이 떨어진다고 합니다.
[김기운/노인회장 : 마을회관에서 안내 말씀드리겠습니다. 짜장면을 시키시면 곧바로 와서…닭다리도 오고.]
주민들은 믿기지 않습니다.
[유인순/부녀회장 : 그게 오다가 떨어질까 봐 겁나고. 바람이 불기라도 하면…]
일단 가장 먹고 싶은 음식, 짜장면을 시켰습니다.
[김연월/주민 : {짜장면 좋아하세요?} 많이 좋아하지.]
[김영분/주민 : {짜장면 몇 분 만에 드세요?} 잘 먹으니까 얼른 먹지.]
잠시 후 바다를 건너 하늘을 날아오는 드론이 보입니다.
[김영분/주민 : 저게 무슨 새인가 처음엔 그랬지.]
신기하고 고맙기도 합니다.
[이강란/주민 : 잠자리 비행기(헬리콥터)가 오는 줄 알았어. 물건 싣고 온다고 생각하니 기특하더라고.]
드디어 짜장면이 도착했습니다.
육지에서 출발한지 10분 만입니다.
[김기성/주민 : {맛이 어떠세요?} 맛있네.]
[김영분/주민 : 맛있지? 사진 찍느라 그런가. 얼른 먹어.]
통닭이 먹고 싶은 주민은 옛 생각이 떠오릅니다.
배를 타고 육지로 나가 통닭을 가방에 싸 왔던 때입니다.
[이강란/주민 : 서산 가야 튀겨서 오잖아. 눅눅해. 가방에 쥐고 오면… 얼른 가져오면 좋을 테지. 바삭바삭하고.]
마당에 앉아 통닭을 기다립니다.
[김연월/주민 : {드디어 왔다.} 양념치킨이구나. 아이고, 세상에. {따끈따끈해.}]
[이강란/주민 : 나는 후라이드 치킨이 좋아. 다들 양념치킨 좋아하더라고. {이게 맛있잖아.}]
이 섬은 충남 서산에서 배로 50분쯤 떨어져 있습니다.
식당도 마트도 병원이나 약국도 없습니다.
원래는 배가 육지와 닿는 유일한 수단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달 초부터 드론이 섬과 육지를 이어주고 있습니다.
지자체는 매주 이틀 하루 네 번 섬에 드론을 날립니다.
처음 시작은 아이스크림이었습니다.
[이현주/서산시청 스마트정보과 주무관 : 정말 이게 되는구나…섬에서 아마 아이스크림을 처음 드셨을 거예요.]
섬사람들이 날짜를 맞춰 지자체에서 만든 휴대전화 앱으로 주문하면 됩니다.
[구자균/드론배송전문업체 '에어온' 대표 : 꼭 필요할 때 (드론이) 연결 수단이 될 수 있다… 특송작전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소화제나 해열제, 생필품도 드론 밑에 낙하산을 매달아 섬마을로 떨어뜨립니다.
주민들은 갯벌에서 직접 캔 바지락을 드론에 실어 보내 팔기도 합니다.
[김기운/노인회장 : 육지에서도 고파도 굴이나 바지락이라고 하면 알아주지.]
닭다리와 짜장면을 받은 섬사람들은 육지로 바지락을 날려 보냈습니다.
주민들은 이제 저 멀리 바다를 건너 무엇이든 닿을 거란 상상에 벌써 즐겁습니다.
[작가 유승민 / VJ 김진형 / 취재지원 서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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