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총장이 고발 사주’ 주장한 한동수에, 재판부 “대부분 추론 아닌가”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한동수 전 대검 감찰부장이 당시 검찰총장이던 윤석열 대통령이 사건의 배후라고 주장하자, 재판부가 “대부분 일종의 추론 아니냐”고 지적했다. 한 전 부장은 “윤 대통령이 고발장 작성을 지시했다”는 취지로 증언했는데, 재판부가 신빙성을 의심한 것이다.
3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김옥곤) 심리로 열린 고발 사주 재판에서는 한 전 부장 증언의 타당성을 두고 공방과 지적이 오갔다. 한 전 부장은 지난 5일과 이날 두 차례 증인으로 나와 ‘고발 사주’ 의혹에 윤 대통령이 관여했다고 진술했다.
고발 사주 사건은 2020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손준성 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이 휘하 검사들에게 유시민‧최강욱 등 범여권 인사들에 대한 고발장 작성과 정보 수집을 지시하고, 이 고발장을 당시 야당이었던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후보였던 김웅 의원에게 전달했다는 것이 골자다. 일각에서는 이 고발장 작성·전달의 배경에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있었다고 의심한다.
한 전 부장은 이날 “고발장 작성은 당시 검찰총장의 지시고, (정당으로) 나갈 때 컨펌(확인)도 받았다고 생각한다”면서 “손 검사가 총장 지시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 검사, 수사관과 함께 (고발장을) 작성했다”고 주장했다. 한 전 부장은 지난 5일에도 증인으로 나와 해당 고발장이 윤 대통령에게 보고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손 검사장 변호인이 “(윤 대통령이) 고발장을 작성·지시했다는 것을 직접 경험했냐”고 묻자 한 전 부장은 “제가 그 옆자리에서 듣거나 하진 않았다”고 답했다. “손 검사장 개인이 (고발장을) 작성하지 않았다는 근거가 뭐냐”는 변호인의 질문에도 한 전 부장은 “손 검사는 순종적 엘리트로 영혼 없이 시키는 대로 하는 사람이라는 게 검찰 내부 평가”라고 우회적으로 답했다.
손 검사장 변호인은 재판 내내 한 전 부장 증언의 근거가 무엇인지 물었다. 변호인은 “손 검사장과 한동훈 법무장관(당시 검사장) 등이 메신저 단체 대화방에서 ‘채널A 사건’을 논의했다고 말한 근거가 뭐냐” “(채널A 사건에) 한 장관이 윤 대통령과 같이 (관여)한 것이라고 판단한 근거는 뭐냐”라고 했다. 손 검사장과 한 장관 등이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의 메시지를 주고받거나, 어떻게 공모·관여했는지 확인이 안 됐다는 취지다. 한동수 전 부장은 이에 “‘증거 있냐, 당신이 봤느냐’고 물으며 혐의를 부인하는 것은 범인들의 특성”이라며 “(범죄의) 아주 강력한 정황 사실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 전 부장은 재판 말미에 발언 기회를 얻고 윤 대통령 등에 대한 비슷한 주장을 반복했다. 이에 김옥곤 부장판사는 “공소 사실과 관련된 증언은 대부분 일종의 추론이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김 부장판사는 “증인의 추론과 생각에 따르면 검찰총장이 야당에 고발을 사주한 격인데, 실제로 (2020년 총선 전에) 고발장이 접수되지 않았다”면서 “총장의 지시가 있었는데 (고발 접수라는) 결과가 이뤄지지 않았고, 후속 조치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김 부장판사는 “결과적으로 총선에 영향이 없었는데, 그렇게 되도록 가만히 두는 게 이해가 안 된다”며 “혹시 증인의 추론이 틀릴 수 있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에 한 전 부장은 “(윤석열) 총장도 당시 ‘내사 사건은 어렵고, 고소·고발 있어야 액션으로 옮길 수 있다’고 말했었다”며 “고발장이 전달된 후 처리하는 것은 정당이라, 거기(접수)에 관여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 전 부장은 이날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인 2020년 3월 검찰 간부들과 가진 회식에서 했다는 말을 언급하기도 했다. 한 전 부장은 “(윤 대통령이) 얼마 남지 않은 총선 결과에 관심을 보였다”면서, 윤 대통령이 그 자리에서 ‘일제 때 태어났으면 독립운동을 했을 것이다’ ‘검찰의 역사는 빨갱이 색출의 역사다’ 등의 얘기도 했다고 말했다.
한 전 부장의 발언에 변호인이 “이런 얘기까지 해야 하느냐”고 항의했지만, 김 부장판사는 “일단 말하라”며 제지하지 않았다. 한 전 부장은 이날 준비한 발언 내용을 담은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김 부장판사는 한 전 부장의 발언이 끝날 무렵 “공소사실을 아느냐”라며 고발 사주 사건과 관련된 말을 해달라고 지적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홍명보호, 요르단·이라크 무승부로 승점 5 앞서며 독주 체제
- 한국, 1년 만 美 ‘환율 관찰 대상국’ 복귀...수출 늘어나며 흑자 커진 영향
- “김정은도 그를 못 이겨”... 이 응원가 주인공 황인범, 4연승 주역으로
- 트럼프, 월가 저승사자에 ‘親 가상화폐’ 제이 클레이튼 지명
- 앙투아네트 단두대 보낸 다이아 목걸이…67억에 팔렸다
- 트럼프 최측근 머스크, 주초 주유엔 이란 대사 만나
- [Minute to Read] S. Korean markets slide deeper as ‘Trump panic’ grows
- [더 한장] 새총 쏘고 중성화 수술까지...원숭이와 전쟁의 승자는?
- 먹다 남은 과자봉지, 플라스틱 물병 한가득…쓰레기장 된 한라산 정상
- 트럼프, 보건복지부 장관에 ‘백신 음모론자’ 케네디 주니어 지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