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치과의사협회장 수사…"이번 대선 관련해 1억 2천 썼습니다" (풀영상)
<앵커>
저희가 단독 취재한 소식으로 이어가겠습니다. 경찰이 대한치과의사협회를 상대로 수사에 나섰습니다. 경찰은 협회 회장이 공금을 횡령하고, 또 국회의원들을 불법 후원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먼저 신용식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기자>
서울 성동구에 있는 대한치과의사협회 건물입니다.
경찰은 지난 20일 이곳 1층 총무국, 정책국 사무실과 3층 협회장실 등을 압수수색했습니다.
경찰이 수사하고 있는 내용은 박 모 협회장의 협회비 횡령 의혹입니다.
횡령 액수는 1억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경찰은 박 회장이 지난 2021년 10월부터 수개월 동안 업무추진비처럼 서류를 꾸며 협회 공금을 수십 차례에 걸쳐 현금 인출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도 수사 대상입니다.
경찰은 박 회장이 대선 직전인 지난 2021년 11월부터 수개월 동안 본인과 협회 임원들 개인 명의로 16명의 국회의원에게 후원금을 보낸 정황을 포착했습니다.
회당 100만 원에서 300만 원을 보내 수천 만원 이상의 후원금을 전달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현행법상 특정 단체가 정치인을 후원하는 것은 불법입니다.
경찰은 박 회장이 협회 공금을 빼돌려 협회 현안 해결을 위해 여야 상임위 위원들에게 쪼개기 후원금을 낸 것으로 보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박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치과의사협회에 찾아갔습니다.
[치의협 관계자 : (회장님이) 지금 수사 진행 과정이어서 '특별히 이야기할, 드릴 말씀이 없다' 이렇게 의견을 주셨어요.]
어렵게 전화 연결된 박 회장은 억울하다고 하면서도 자신이 취재진에 답할 의무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경찰은 압수물 분석이 끝나는 대로 박 회장에 대한 소환조사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김세경, 영상편집 : 박정삼, CG : 박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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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대한치과의사협회 회장의 쪼개기 후원 정황이 있던 시기는 대통령 선거를 앞둔 시점이었습니다. 당시 여야 선거캠프를 비롯해서 정치인들을 두루두루 만났었는데, 경찰은 회장이 협회 숙원 사업을 해결하기 위해서 사실상 입법 로비를 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어서 손기준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기자>
쪼개기 후원 정황은 대통령 선거를 몇 달 앞둔 시점에 집중됐습니다.
이때 대한치과의사협회 박 회장과 집행부는 여야 정치인들과 활발히 만났고, 이런 만남을 연일 기사화했습니다.
공교롭게도 여야 대선 후보 캠프도 임플란트 보험 적용의 확대와 국립치의학연구원 설립을 공약으로 내걸었는데, 모두 협회의 숙원 사업들입니다.
특히 임플란트 보험 적용 치아 개수가 2개에서 4개로 늘어나게 되면 국민들의 건강보험료 부담은 커지지만, 제조업체와 병원에 큰 이익이 될 수 있는 사안입니다.
이것이 실현되려면 법을 바꿔야 하는 사안이라 박 회장은 여야 상임위 위원들을 집중 공략했습니다.
박 회장과 임원들이 쪼개기 후원한 의혹이 있는 여야 의원들 16명은 보건복지위·과기정통위 소속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대선이 끝나자 협회 공금 유용 의혹이 치과의사협회 내부에서 불거졌습니다.
치과의사인 협회원 A 씨는 공금 사용 경위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자 박 회장이 정치권에 사용한 것을 시인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대한치과의사협회장 박 모 씨 - 치과의사 A 씨 통화 (지난해 4월) : 내가 ○○님께 '이번 대선 관련해서 1억 2천을 썼습니다'라고 내가 분명히 이야기했는데. (아니 그렇게 그 말씀을 하셨다는 사실은 제가 모르고….) 네 그렇습니다. 1억 2천 썼습니다.]
그러면서 박 회장은 사용한 돈 중 일부를 다시 채워 넣은 만큼 문제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A 씨는 전했습니다.
[A 씨/현직 치과의사 : 처음엔 이제 써서 개인 돈 갖다 놓은 거고, 나중에는 그 돈을 하나도 안 쓰고 그대로 가져다 놨다는 논리예요.]
치과의사협회에 대한 입법 로비 의혹 수사는 2007년과 2014년에 이어 이번이 3번째입니다.
(영상취재 : 박대영, 영상편집 : 박지인, CG : 최하늘·조성웅, VJ : 신소영)
신용식 기자 dinosik@sbs.co.kr
손기준 기자 standard@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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