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구속 94.3마일 → '류현진과 비슷해'... KBO 역수출 신화의 장점은 절묘한 '커맨드'
보더라인 구석을 노리며 9탈삼진·무사사구 기록
[마이데일리 = 노찬혁 기자] 최고 구속 94.3마일(약 151.8km). 그러나 칼 같은 제구력. KBO 역수출 신화 메릴 켈리(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류현진(36)의 공통점이다.
켈리는 29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의 글로브 라이프 필드에서 열린 텍사스 레인저스와 2023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월드시리즈 2차전에서 선발 투수로 나서 7이닝 동안 투구 수 89구 3피안타 무사사구 9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를 펼쳤다. 생애 첫 월드시리즈 등판에서 승리 투수가 되는 기염을 토했다.
켈리는 1회부터 완벽한 제구력을 선보였다. 선두타자 마커스 세미엔에게 바깥쪽으로 승부를 걸었다. 켈리가 던진 7개의 공은 모두 바깥쪽을 향했고, 2B-2S에서 7구째 슬라이더로 헛스윙을 유도했다.
후속타자 코리 시거를 낮은 체인지업으로 2구 만에 유격수 팝플라이로 아웃시켰고, 이반 카터를 상대로 스트라이크존 낮은 곳에 걸치는 커터로 루킹 삼진을 잡아냈다. 2회 낮은 공과 높은 공을 적절히 섞어가며 삼자범퇴 이닝을 만든 켈리는 3회말에도 삼진 2개와 땅볼 1개를 잡아 삼자범퇴로 이닝을 매듭지었다.
4회말 켈리는 이날 첫 안타를 허용했다. 세미엔과 시거를 잡아내며 아웃카운트 2개를 채웠으나, 카터에게 던진 바깥쪽 낮은 체인지업이 공략당하며 중전 안타를 맞았다. 그러나 켈리는 흔들리지 않고, 아돌리스 가르시아를 2구 만에 우익수 뜬공으로 처리했다.
켈리는 5회 이날 유일한 실점을 내줬다. 볼카운트 1B-1S에서 선두타자 미치 가버에게 몸쪽 낮은 싱커를 던졌다. 가버는 기다렸다는 듯 배트를 휘둘렀다. 가버의 배트에 맞은 공은 그대로 좌측 담장을 넘어갔다. 실투가 아니었지만, 가버가 낮은 공을 잘 따라갔다고 밖에 표현할 수 없었다.
6회말에는 보더라인 구석을 공략하며 '커맨드의 끝판왕' 같은 모습을 보여줬다. 켈리는 선두타자 세미엔에게 바깥쪽 낮은 공만 던졌다. 2구째 보더라인을 살짝 벗어나는 공이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자 켈리는 2B-2S에서 5구째 결정구를 그대로 똑같은 위치에 꽂아버렸다.
'MLB.com 게임데이'에서 확인한 결과 공은 스트라이크존을 살짝 벗어났으나, 2구와 5구가 거의 같은 위치에 찍혀있었다. 이후 켈리는 단 한 개의 실투도 없이 시거와 카터를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7회에도 기가 막힌 제구력으로 삼진 2개를 솎아낸 켈리는 8회말 마운드를 내려왔다. 7이닝 투구 수 89구 3피안타 무사사구 9탈삼진 1실점. 말 그래도 완벽투였다. 켈리의 활약을 앞세운 애리조나는 9-1 대승을 거뒀고, 시리즈 전적 1승 1패로 타이를 맞췄다.
이날 켈리는 메이저리그 레전드 투수 '그렉 매덕스'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매덕스는 1990년대 제구력과 커맨드가 뛰어난 레전드 투수다. 거의 모든 구종을 원하는 속도로 원하는 위치에 넣는 투수였다.
구속은 빠르지 않았지만, 공의 무브먼트가 환상적이었으며 제구와 커맨드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손에 꼽을 정도였다. 우리가 알만한 선수 중 비슷한 스타일의 투수는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이 있다.
류현진 역시 빠른 공을 던지는 파워피처는 아니지만, 정교한 제구와 커맨드로 타자들을 상대했다. 특히 두 번째 토미 존 수술을 받고 복귀한 뒤에는 평균 66마일(약 106.2km)의 슬로우 커브를 결정구로 사용해 많은 탈삼진을 잡았다.
켈리 역시 포심 패스트볼 평균 구속이 90마일(약 144.8km)~94마일(약 151.3km)정도로 제구력으로 승부하는 스타일이다. 이날도 켈리는 94.3마일(약 151.8km)의 싱커가 최고 구속일 정도로 빠른 공을 던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스트라이크존 구석구석을 찔렀다. 필요할 때는 스트라이크존 바깥으로 변화구를 던져 헛스윙을 유도했다.커브, 싱커, 체인지업, 커터, 슬라이더, 포심 패스트볼 총 6가지의 재료로 텍사스 타선을 요리했다.
앞선 포스트시즌 등판 3경기에서 총 8개의 볼넷을 내줬던 켈리였지만, 월드시리즈 2차전 경기에서는 단 한 개의 사사구도 허용하지 않았다. 삼진도 가장 많이 잡아냈으며 7이닝을 소화해 포스트시즌 첫 퀄리티스타트 플러스(7이닝 3자책 이하, QS+)를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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