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설] 여전히 택시엔 ‘방영환들’이 있다
택시 미터기에서 힘차게 달리는 말과 치솟는 숫자를 보면 가슴이 쫄깃해진다. 혹시나 기사님이 길을 돌아가실까 내비게이션 앱을 켜고 예상택시요금과 최적경로도 확인한다. 그러나 택시 미터기에는 손님이 앱으로도 확인할 수 없는 마이너스 금액이 있다. 하루 19만3000원, 택시회사 해성운수가 노동자에게 ‘기준운송수입금’이라는 이름으로 걷는 돈이다. 택시노동자가 총알처럼 달리는 이유, 좁은 골목길 안까지 태워달라는 손님을 싫어하는 이유다.
정부와 국회도 사납금제의 문제에 공감해 2021년 서울에서부터 사납금제를 폐지하고 택시노동자에게 주 40시간 기준으로 월급을 지급하는 법을 만들었다. 그러나 택시회사들은 사납금제를 계속 유지했고, 노동자에게 하루 3시간30분 주 20시간 일한 것으로 근로계약서를 쓰게 했다. 불법이었지만 노동자가 정부에 회사를 신고하면, 노동자도 사납금을 회사에 지급한 잘못이 있다며 합의를 종용했다. 참다못한 일부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들자, 회사는 손님이 구토한 차나, 에어컨이 고장난 차를 노동자에게 배정했다. 회사는 노조를 결성한 노동자를 해고하기까지 했는데 대법원 판결로 재고용했지만, 반성은커녕 불법적인 관행을 계속 강요했다. 복직한 노동자는 200일이 넘게 회사 앞에서 법을 준수하라며 1인 시위를 벌였는데, 해성운수 대표는 쇠꼬챙이를 휘두르며 죽이겠다고 협박했다. 협박은 필요 없었다. 9월26일 친절한 택시노동자가 되고 싶었던 방영환은 자신의 몸에 불을 붙였고, 10월6일 사망했다.
택시회사는 사납금제가 없으면 게으른 노동자들이 일을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각종 비용이 늘어난다고 주장한다. 거짓말이다. 택시노동자들의 노동은 운행기록장치를 통해 언제든지 확인할 수 있다. 오히려 사납금제 덕분에 사장들은 난폭운전과 불친절한 택시서비스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로부터 고정적인 소득을 수탈할 수 있다. 시민들의 외면에 따른 수익 감소를 사납금을 채우기 위한 노동자의 절박한 노동으로 채우는 것이다. 사납금제란 택시노동자들에게 사업 실패의 위험을 전가하는 대신 사장은 고정급을 받는 사장 월급제다. 도덕적 해이는 사장들이 저지르고 있다.
혜성처럼 등장한 ‘타다’는 택시업계의 고질적 문제를 해결할 것처럼 보였다. 타다 노동자는 1시간에 1만원을 보장받았다. 시간이 돈이니 과속할 필요도 골목 안까지 들어가는 걸 싫어할 이유도 없었다. 클래식을 틀고 우아한 택시기사를 탄생시킨 건 타다의 기술이 아니라 고정급이다. 그러나 타다는 기사를 근로자처럼 지휘감독하면서도, 근로계약은 맺지 않아 4대 보험과 노동법의 부담에서 벗어나는 편법을 썼다. 위장도급이다. 우리가 ‘타다’를 혁신적 스타트업과 구시대 ‘택시산업’의 대결로 인식하는 동안, 택시산업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노동자의 목소리는 제대로 듣지 못한 것이다.
우리는 한때, 세련되게 말하고 쓰는 파리의 택시운전사에게 손을 흔들고 그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비록 투박하더라도 현장의 진실을 말하는 거리의 택시운전사에게는 누구도 손을 흔들지 않았다. 분신 후에도 상황이 변한 것 같지는 않다. 아직 늦지 않았다. 제대로 된 길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택시운전사 방영환의 동료들은 여전히 거리에 있다.
박정훈 배달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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