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커지는 가계부채 경고음, 금융 취약계층 대책 촘촘해져야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이 29일 고위 당·정·대 협의회에서 “가계부채 위기가 발생하면 1997년 기업부채로 인해 우리가 겪었던 외환위기의 몇십배 위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과거 정부에서 유행한 ‘영끌 대출’이나 ‘영끌 투자’ 이런 행태는 정말로 위험하다”며 정부 대책을 주문했다. 엄중한 경고인데도 때늦고 생뚱맞게 들리는 이유는 따로 있다.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가계대출을 부채질한 점은 빼놓았기 때문이다.
주요 선진국들이 일찌감치 코로나19 팬데믹 때 풀린 유동성을 거둬들인 것과 달리 한국은 올 4월부터 가계대출이 줄곧 증가해왔다. 전체 가계대출 잔액의 절반 이상은 주택담보대출이다. 정부가 지난해 말 다주택자의 세제·금융대출 완화책을 내놓으면서 집값 상승 기대감을 키운 탓이다.
가계대출은 한국 경제의 해묵은 뇌관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대출 비율은 105%로, 영국(83.5%)·미국(74.4%)·일본(68.2%)을 한참 넘어 세계 최상위권이다. 최근 들어 미국을 필두로 국제 금융시장의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한국의 가계부채 경고음도 더욱 높아졌다. 국제통화기금(IMF)이 가계부채 위험 관리를 서두르라고 한국에 조언한 이유일 것이다.
가계부채 관리엔 기준금리 인상이 효과적이지만, 꺼내기가 쉽지 않은 카드다. 한국은행은 금리 인상 시 프로젝트파이낸싱(PF)발 경제위기 뇌관을 건드릴 수 있어 부동산 규제 강화 정책이 선행돼야 한다며 난색이다. 코로나19를 거치며 고금리에 취약한 다중채무자가 약 450만명, 전체 가계대출자 4명 중 1명꼴로 역대 최대인 점도 근심스럽다. 취약차주 연체율이 빠르게 상승하며 부실화 위험도 현실화되고 있다.
정부는 ‘외환위기의 몇십배 위력’이 될 수도 있다는 비상한 상황 인식에 걸맞은 대책을 내놔야 한다. 부동산 시장과 가계대출의 연착륙을 유도하고, 어려움에 빠진 자영업자·서민들의 채무 상환을 도울 안전망도 충분히 마련해야 한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강화해 무분별한 가계대출을 막는 방안도 속히 도입할 필요가 있다. ‘저금리 중독’ 경제에서 벗어나는 과정은 상당한 고통의 시간이 될 수 있다. 정부는 무엇보다 취약계층의 경제적 충격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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