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최대 도크서 1조 규모 LNG선 4척 동시건조 ‘진풍경’ [르포]

이동수 2023. 10. 30.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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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오션 거제사업장 르포
길이만 530m 달하는 ‘제1도크’
1년 전 유조선 위주 건조 작업
고부가가치 LNG선으로 채워
새 주인 바뀐 뒤 흑자전환 성공
업계 최초 슬로싱연구센터 등
신기술 개발로 경쟁력 극대화
생산 자동화율 70% 달성 목표

“여기 있는 배값만 1조원이 넘습니다.”

지난 27일 경남 거제시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서 만난 한화오션 관계자는 대형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4척이 건조 중인 제1도크를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1년 전만 해도 1도크는 초대형 유조선으로 가득했던 곳”이라며 “진풍경”이라고 덧붙였다.
경남 거제시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전경. 37층 초고층 아파트 높이(108m)의 주황색 골리앗 크레인과 함께 1도크 내에서 LNG운반선 4척이 동시에 건조되고 있다. 거제사업장은 150만평으로 여의도 면적의 1.5배에 달한다. 한화오션 제공
진풍경의 의미는 두 가지다. 4척을 동시에 건조할 수 있다는 것, 또 4척 모두 LNG운반선이라는 것.

한화오션의 제1도크는 길이 530m, 폭 131m로 세계 최대 규모다. 다양한 선박과 해양플랜트를 한꺼번에 건조할 수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1도크에 우뚝 선 골리앗 크레인은 초고층 아파트 37층 높이인 108m다. 한눈에 담기 버거웠다.

건조 중인 LNG운반선은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선박이다. 컨테이너선, 유조선보다 수익률이 높다. 30일 기준 한화오션 선박 수주잔량 99척 중 LNG운반선만 65척이다. 2024년 22척, 2025년 24척 등 매년 역대 최다 LNG운반선 건조 기록을 갱신할 예정이다.
눈 앞에 펼쳐진 건 한화오션의 ‘경영 정상화’ 현장이었다.

거제사업장은 수익성 높은 선박 건조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었다. 올해 5월 대우조선해양에서 간판을 바꿔 단 한화오션은 3분기 영업이익 741억원을 기록했다. 한화그룹을 새 주인으로 맞이한 뒤 처음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한화오션의 기술력이 경영 정상화의 바탕이 됐다. 전 세계에서 운항 중인 LNG운반선 4척 중 1척은 한화오션이 건조했다.

이날 방문한 에너지시스템 실험센터, 슬로싱 연구센터가 기술력의 근간이었다. 두 곳 모두 한화오션이 업계 최초로 설립해 운영 중인 연구기관으로, 친환경 추진연료와 운반선의 화물창 관련 신기술이 개발되는 연구개발(R&D)의 최전선이다.

에너지시스템 실험센터는 2015년 전 세계 조선소 중 최초로 만들어진 극저온 연구시설로, 한화오션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LNG 재액화장치의 실증이 이뤄진 곳이다.

LNG 재액화장치는 LNG운반선의 표준을 바꿔놨다. 액체 상태의 천연가스는 운송 중 기화해 증발하는데, 재액화장치를 사용하면 증발가스를 다시 액체로 바꿔 LNG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 현재까지 120척 이상의 LNG운반선에 재액화장치가 적용됐다.
경남 거제시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내 슬로싱 연구센터에 있는 모션 플랫폼. 한화오션 제공
슬로싱 연구센터는 용기의 움직임에 따라 내부 액체가 출렁이는 ‘슬로싱’ 현상을 연구하는 곳이다. 연료 운반 때 화물창 벽면에 가해지는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2019년 설립됐다.

연구센터에 들어서자 ‘문어 로봇’처럼 생긴 모션 플랫폼 두 대가 보였다. 하단부에 항공기 조종 시뮬레이터를 적용해 해상 위 다양한 선박 움직임을 재현하고, 상단부에 화물창 모형을 놓고 액체가 화물창에 가하는 압력을 실시간으로 확인했다. 무인 자동화 시스템이 구축돼 있어 24시간 실험이 이뤄지고 있었다.

한화오션은 생산 현장 자동화율을 70%까지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2021년 조선업계 최초로 설립된 디지털 생산센터가 ‘스마트 야드’의 전진 기지를 맡았다.
경남 거제시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1도크 내에서 LNG운반선 4척이 동시에 건조되고 있다. 4척의 배값은 1조원이 넘는다. 주황색 골리앗 크레인의 높이는 108m로 37층 초고층 아파트 높이와 같다. 한화오션 제공
디지털 생산센터에선 여의도 1.5배 규모인 150만평의 거제사업장을 한눈에 확인하는 ‘관제탑’이었다. 조립부터 도장, 진수, 시운전 현황까지 모든 선박 건조 진행 상황이 실시간으로 스크린 하나에 담겼다.
디지털 생산센터는 생산 공정 현황을 확인하는 스마트 생산관리센터, 바다 위에서 시운전 중인 선박 상태를 확인하는 스마트 시운전센터로 구성돼 있었다. 특히 스마트 생산관리센터는 한화오션이 조선사 중 처음으로 드론을 이용해 생산 현장 실시간 모니터링을 시작한 곳이다.
한화오션의 탑재용지 용접로봇(왼쪽)과 레이저 아크 하이브리드 용접 시스템. 한화오션 제공
스마트 야드의 또다른 축은 로봇 기술이다. 한화오션이 용접, 가공 등 주요 공정에서 활용하는 로봇은 총 10여개 분야에서 80여개에 이른다.

한화오션은 위험도가 높은 선행 전처리, 도장 분야를 중심으로 자동·무인화 연구를 진행 중이다. 후행 공정 분야에도 조선업 최초의 무레일 용접시스템을 개발하고 전선 포설 자동화 장비 개발에 성공해 안전성과 생산성을 동시에 끌어 올리겠다는 구상이다.

권순도 스마트야드연구팀장은 “사람과 경험 중심의 전통적 생산방식에서 벗어나 자동화 생산방식과 데이터로 일하는 스마트한 조선소를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거제=이동수 기자 d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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