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지형 따라 출렁이는 '공공보육'…"안정성 확보 중요"

금창호 기자 2023. 10. 30. 20:1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EBS 뉴스]

서현아 앵커

공돌봄 문제와 관련해 취재기자와 조금 더 자세히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네, 송파구든든어린이집을 시작으로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이 운영하던 어린이집 7곳이 민간 위탁으로 바뀔 처지에 놓였습니다. 


금기자, 민간 위탁으로 바뀌면 이제 이곳들은 민간 어린이집이 되는 겁니까?


금창호 기자

아닙니다. 국공립 어린이집 지위는 그대로 유지됩니다.


이달 운영 주체가 바뀐 송파든든어린이집과 관련해서도 송파구 관계자는 "이곳은 계속 국공립 어린이집"이라고 못박았습니다. 


보통 국공립이라고 하면 중앙정부나 지자체가 직접 운영하는 것을 떠올리시는 분들 많을 텐데요.


사실 우리나라 국공립 어린이집 가운데 정부나 지자체가 직영하는 곳은 지난 2021년 기준 6%에 불과합니다. 


대부분이 민간 위탁 형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서현아 앵커

그렇다면 운영 주체가 바뀌더라도 이곳에 다니던 원아들은 원래 받던 돌봄서비스를 그대로 받을 수 있겠군요.


금창호 기자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립니다. 


이미 바뀐 송파든든어린이집을 보면요, 그동안 지원하던 장애영유아 통합보육과 야간보육은 그대로 유지가 됩니다. 


하지만 나머지 6개 어린이집의 경우 이런 취약보육서비스가 취소될 가능성도 여전히 있습니다.


서사원 관계자는 "지자체와 협의 중에 있는데, 뚜렷하게 그때 하겠다는 지자체는 없다"며 "협의 과정에서 이 보육들이 지속되면 좋겠다고 지자체에 얘기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시사회서비스원에서 독자적으로 제공하던 서비스 역시 계속 제공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서사원은 국공립 어린이집 운영 계획을 밝히면서 민간기관과 차별화하고 서울 특화 공보육 운영모델을 구축하겠다며 원아들을 대상으로 무료 안과검진과 유아 문화예술교육 등을 지원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영유아 발달모니터링 사업을 통해 장애영유아에게 최대 1천만 원까지 맞춤형 치료를 지원하겠다고도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송파구 관계자는 "일반적인 국공립 어린이집에서는 관련 프로그램을 별도로 진행하고 있지 않다"며"이런 사업들이 그대로 유지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서현아 앵커

그렇다면 이곳에 영유아를 보내던 학부모들 입장에선 필요한 돌봄서비스를 갑자기 받지 못하게 될 수 있는 건데요. 


서사원이 공공에서 민간으로 운영을 넘기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금창호 기자

네, 주요한 이유는 예산 삭감입니다. 


올해 서울시사회서비스원 예산은 68억 원입니다.


원래 계획보다 100억 원이 줄었고요, 지난해에 비해선 약 120억 원 삭감됐습니다. 


원래 운영하던 사업들, 지속하기가 힘들겠죠.


그래서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이 지난 4월 내놓은 자체 혁신안에는 돌봄 사업을 대폭 축소하는 방안이 담겼습니다. 


노인·아동학대 피해자 등에게 긴급돌봄을 제공하던 모두돌봄센터 12개를 4개로 통폐합했고, 어린이집 7곳을 모두 민간 위탁으로 돌리는 방안 역시 이 안에 포함됐습니다.


공공이 직접 하던 돌봄을 차차 민간으로 넘기는 건데, 서울시의회도 그동안 서사원에 이런 역할을 강조했습니다.


시의회는 올해 예산안 심사보고서에서 민간기관에서는 공공이 돌봄서비스를 직접 제공하는 것에 대해 우려가 많다며 사회서비스원이 그동안 민간 기피사례 지원을 통해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고자 했지만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민간기피사례에는 민간에서 하기 힘들어하는 최중증장애인에 대한 맞춤형 돌봄, 돌봄서비스 제공이 힘든 주거환경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에 대한 지원 등이 있습니다.


서사원 관계자도 "민간이 하지 않는 것에 집중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견이 있다"며"약자들에 대한 돌봄에 집중할 수 있도록 공공기관의 역할을 재정립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서현아 앵커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이 문을 연 지 4년 지났습니다. 


이런 문제가 지금 제기되는 이유가 있습니까.


금창호 기자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은 지난 2019년, 박원순 전 시장 재임시절 설립됐습니다. 


사실, 출연금에 의존하는 서사원 예산 구조와 민간기피사례 실적이 적어 운영에 문제가 있단 지적은 출범 초기부터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예산이 시의회에서 100억 원가량 대폭 삭감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했던 10대 시의회와 달리 국민의힘이 다수당을 차지해 주도하게 되면서 사업에 대한 인식이 달라져 이런 상황이 발생했단 분석이 나옵니다.


실제로, 예산안 검토보고서를 보면, 10대 시의회에서는 서사원 예산 감액을 요구하면서 어떤 부분을 줄일지 명확하게 항목을 표기한 반면, 이번에는 구체적인 항목은 없었습니다.


서울시의회 관계자는 구체적인 항목이 없는 것에 대해 "민간이 하지 못하는 부분을 서사원이 잘하고 있었느냐에 대한 지적이 있었고, 투입 인력의 효율성 문제도 있었다"면서도 "맥락만으로 알고 있어 집행부에 상세한 내용을 물어보는 게 좋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오세훈 서울시장 보좌관 출신으로 서사원 대표를 지낸 황정일 전 대표도 언론인터뷰를 통해 서사원의 문제는 박원순 전 시장이 설계를 잘못해 발생했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이렇게 지자체장이나, 정치 지형이 바뀌고 추진하던 사업들이 없어지는 경우는 종종 찾아볼 수 있는데요.


지자체와 학교가 역할 분담을 해 초등학생의 종일 돌봄을 책임지는 것으로 주목받았던 '중구형 돌봄' 역시, 지난해 중구청장이 바뀌고 나서 폐지 논란을 겪었고 최근에는 학부모들이 직접 나서 안정적인 공공돌봄이 이뤄질 수 있도록 '아동돌봄 주민 조례'를 발의하기도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선, 무엇보다 정책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하는데요.


육아정책연구소 박창현 연구원은 "직영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해도, 일단 현재 체제를 유지하면서 논의하는 게 필요하다"면서 "갑자기 없애면 학부모들의 혼란도 클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서현아 앵커

네. 영유아 돌봄 정책을 결정하는 데 있어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하는 건 무엇보다 영유아 당사자와 학부모들이겠죠. 


지금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들이 불편을 겪지 않는 방향으로 문제가 해결되길 바라겠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Copyright © EB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