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하의 '그런데'] 공들여 냈는데 쓰레기 신세
"책장에 안 읽은 책이 남아 있더라도 새 책을 사 오는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지성인이다."
'지난번 책도 아직 다 안 봤는데' 싶다가도 어느새 또 책을 사서 놓아둔다. 그렇게 읽지 않은 책은 쌓여만 간다. 이런 사람들을 '츤도쿠'라 부릅니다.
그런데 요즘 여의도에 이 '츤도쿠'가 많다는 걸 아십니까.
국정감사 과정에서 국회가 피감기관에 요청한 자료가 거의 16만 건. 그런데 이렇게 요청해 힘들게 만들어진 자료를 다 보지 않은 의원실이 태반일 것으로 보이거든요.
어떻게 아느냐고요.
한 의원실은 8월 초부터 이달 20일까지 거의 석 달간 720건이 넘는 자료를 피감기관에 요청해 받았는데 물리적으로 모두 검토할 시간이 없었다고 말합니다.
다 보지도 못할 걸 왜 요청했을까요.
고기는 씹을수록 맛이 나고, 책은 읽을수록 맛이 난다고… 뭘 알아야 질문도 하죠?
또 전체 피감기관 791곳 중 최소 164곳은 국감에 불려가서도 의원들의 질문을 한 차례도 받지 못했습니다.
자료는 자료대로 다 제출하고 거기까지 가서 입 한번 못 떼보고 구경만 하다 돌아간 겁니다.
이럴 거면 감사를 왜 하는 걸까요.
자료 제출 요구만 요란하고 정작 알맹이는 없는 맹탕 국감이라는 비판에도 여야는 자화자찬 중입니다.
민주당은 이번 국감에 최선을 다했다고 스스로를 칭찬 중, 국민의힘은 우수의원까지 선정하면서 말이지요.
영화 '위플래쉬' (2014) "세상에서 제일 쓸데없고 해로운 말이 '그 정도면 잘했어'야."
중간평가 점수 C 학점.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국정감사 NGO 모니터단이 내놓은 이번 국감 점수입니다.
피감기관을 감시하는 국정감사는 국회의원의 고유 권한입니다.
"세상을 보다 나은 곳으로 만들기 어렵다면, 적어도 더 나쁜 곳으로 만들지는 않도록 최선을 다하라"고 달아준 금배지죠.
책 많이 쌓아둔다고 공부 잘하는 거 아닙니다.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공들여 냈는데 쓰레기 신세'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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