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만 뚫은 험지 무슨 수로”…인요한 충격전략에 국힘 ‘멘붕’

이유섭 기자(leeyusup@mk.co.kr) 2023. 10. 30.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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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3선 이상 영남 의원
김기현·윤재옥 포함 16명
16년전 정몽준이 유일 성공사례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30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김호영 기자]
‘영남 중진 수도권 차출론’이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충격을 딛고 총선 대형을 구축하려는 국민의힘에 거센 소용돌이를 불러오고 있다. 하태경 의원이 지핀 불씨가 꺼져가던 차에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바람을 세게 불어 넣은 결과다.

‘영남권 중진을 수도권 험지에 투입하자’는 주장은 과거에도 선거를 앞두고 제기된 적이 있다. 하지만 실천한 적도 성공한 적도 거의 없다. 그러다보니 당내에선 “정치를 모르는 탁상공론”, “영남 중진에 대한 불출마 종용”이란 반응이 나온다. 물론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로 확인된 수도권 민심 이반을 되돌리기 위해 필요한 충격요법이란 의견도 있다.

30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영남이 지역구인 의원 가운데 선수(選數)가 3선 이상인 인물은 모두 16명이다. 당 대표인 김기현 의원은 울산 남을에서 네 차례 당선됐다. 그는 울산시장도 지냈다. 원내대표인 윤재옥 의원은 대구 달서을에서 세 차례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다.

가장 경력이 오래된 5선은 부산의 서병수·조경태, 대구의 주호영, 경남 창원의 김영선 의원까지 4명이 있다. 이 중 조경태 의원은 처음 세 번을 진보 성향 정당 소속으로 당선됐다는 차이가 있다. 김영선 의원도 처음 두 번은 전국구(현 비례대표), 그 다음 두 번은 수도권인 경기도 일산을 지역구로 둔 바 있다.

이들이 내년 4월 총선에서 수도권에 출마해야 한다는 논리는 단순하다. ‘깃발만 꽂으면 된다’는 텃밭인 대구·경북(TK)과 부산·경남(PK)에서 선수를 채웠으니, 당이 열세인 수도권에서 그동안 쌓은 인지도를 증명하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사견’을 전제로 “영남의 스타들, 경쟁력 있는 사람들이 서울 험지에 와야 한다”며 중진들의 희생이 필요하다는 뜻을 밝혔다. 앞서 하태경 의원도 영남권 중진 중 처음 부산을 떠나 서울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인요한 위원장과 긴밀한 사이로 알려진 하 의원은 “서울에서 승리한다면 우리 당은 두석을 따내는 효과를 얻을 것”이라고 했다.

이론은 그럴듯 하지만 현실에선 성공 사례를 찾기 힘들다는 점이 문제다. 거의 유일한 성공 사례로 언급되는 게 정몽준 전 의원(현 아산재단 이사장)이다. 정 전 의원은 울산 동구에서 내리 5선을 한 뒤, 2008년 18대 총선에선 서울 동작을에 출사표를 던져 정동영 통합민주당 후보를 꺾은 바 있다. 하지만 정 전 의원은 재벌 총수인데다 대한축구협회장, 대통령 선거 출마 이력 등으로 이미 전국구 인지도를 갖고 있었다.

정몽준 전 의원 [사진 = 연합뉴스]
정 전 의원을 제외하면 영남 출신 의원의 수도권 입성은 시도조차 없었고, 심지어 같은 서울에서 강북으로 지역구만 바꾼 이혜훈 전 의원조차 고배를 마셨다.

이런 이유로 당에서는 ‘영남 중진 수도권 차출론’에 회의적이거나 반대하는 목소리가 크다. 이준석 전 대표는 라디오에 출연해 “영남에 있는 분들이 수도권에서 당선될 가능성은 ‘제로’”라며 “(서울에서 영남 중진을)모르면 간첩이 아니라 알면 간첩”이라고 말했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페이스북에서 “전혀 실현 가능성 없는 정치 모델이다. 오히려 영남권 중진들의 용퇴를 권고하는 게 맞다”고 꼬집었다.

반면 다수의 영남권 의원들이 수도권에 도전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선거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한두명이 수도권 출마를 선언한다면 당사자만 희생양이 되고 끝나지만, 예를 들어 16명 중 절반이 수도권 입성을 선언한다면 당 전체를 보는 국민의 시각에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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