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고향사랑 기부제' 행안부 개입 최소화해야

행정안전부가 이달 11일 세계일보가 보도한 ‘고향사랑기부 위탁업체 선정과정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그런데 내용을 살펴보면 아쉬운 점이 많다. 무엇보다 행안부의 입장대로라면 일본의 ‘고향세’를 한국화한 제도인 고향사랑기부제 전망은 어두울 수밖에 없다.

일본은 시행 첫해인 2008년 고향세를 통해 약 740억원을 모금했다. 지난 9개월 동안 모금한 우리의 고향사랑기부금 모금액이 265억원인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성과이다. 당시 일본 고향세는 기부금영수증도 발행되지 않고, 온라인 모금도 불가능한 상황에서 이룬 성과라는 점을 고려하면 고무적인 일이었다. 이 근간에는 일본 정부와 지자체, 민간영역 간의 상호 신뢰가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자율성을 발휘한 결과다.

송재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제주시갑·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일본 고향세는 초기 열악한 인프라에 대한 문제의식을 통해 2013년 민간플랫폼을 허용했다. 이후 40여개의 민간플랫폼을 통해 2022년에는 8조7000억원 넘게 모금했다.2015년에는 기부자들의 기부금영수증 처리를 한 번에 할 수 있는 ‘원스톱특례제도’를 도입했다. 또 2016년에 기업 등 법인이 고향세를 기부할 수 있는 ‘기업판 고향세 제도’를 도입하면서 또 한 번 성장했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행안부가 고향사랑기부제 정보시스템을 근거도 없이 한국지역정보개발원에 일방적으로 위탁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또 지자체들로부터 구축·운영비로 90억원에 가까운 예산을 수취했다. 시행령 제정 전에 위탁을 결정한 절차적 문제에 대해 행안부가 입장을 밝혔지만 깔끔하게 해소되지 않았다. 대면접수창구 은행 선정과정에서는 전국은행연합회를 통해 공모하면서 행안부가 스스로 모순적인 상황까지 자초했다.

독점적 정보시스템 운영 결과, 고향사랑기부금 모금 결과는 너무 부진하다. 모금 총액도 문제지만 광역 산하 시군구에서도 그 격차가 심각하게 벌어지고 있다. 행안부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민간플랫폼이 진입할 수 있게 세부 기준, 신청 절차 등을 마련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옥상옥을 하겠다는 말에 다름 아니다. 도리어 지자체의 자율적인 모금 권한을 통제하고 개입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셈이다.

일례로 정치후원금이나 민간기부금은 모금 주체가 자율적으로 모금하고 그 결과를 보고하면 된다. 지자체가 지자체장의 권한으로 고향사랑기부금을 모금하는 데 행안부가 과도하게 개입하는 이유는 지자체에 대해 가져온 ‘예산에 대한 통제’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행안부는 지자체의 고향사랑기부금 모금에 개입을 최소화하고 지원방안 중심으로 고민해야 한다. 부디 행안부가 더 이상 먼 길을 돌아가지 않길 바란다.

송재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제주시갑·국회 행정안전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