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약자 복지’ 한다더니, 돌봄 생태계 무너뜨리는 정부 예산안
국회의 내년 예산안 심사를 앞두고 보건복지 예산은 전반적으로 ‘공공성’이 취약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가 30일 발표한 ‘2024년 보건복지 분야 예산안 분석’ 보고서를 보면, 정부가 사회복지 분야 지출을 올해보다 8.7% 늘렸지만, 물가 상승률과 인구 변동 요인을 감안하면 ‘소극적 현상유지’에 그칠 것이라고 짚었다. 무엇보다 윤석열 정부가 내놓은 내년 예산안의 열쇳말은 ‘약자복지’인데, 공공의료·사회서비스 등의 사업 예산은 줄여 ‘약한 복지’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보고서에는 기초생활·보육·아동청소년·노인·보건의료·장애인·사회서비스 전달체계 등 7개 분야별 예산 분석이 담겼다. 보고서 중에서 톺아볼 지점은 돌봄·재활·상담 등의 사회서비스 분야다. 약자복지를 한다던 정부는 내년에 사회서비스 전달체계 설립 예산은 2.8%를 깎고, 운영 예산은 41.3%나 대폭 삭감했다. 또 올해 광역시·도에 148억3400만원을 지원한 사회서비스원 예산은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서 전액 삭감했다. 이주하 동국대 행정학과 교수는 보고서에 “사회서비스의 고도화란 공공성 확보에 있다”며 정부 재정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말로는 ‘사회서비스 고도화’를 내세우면서 그 역할과 예산은 거꾸로 방향을 튼 격이다. 공적인 ‘돌봄 생태계’가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사회서비스원은 현재 16개 시·도에 들어서 있다. 민간 시장에 맡겨온 돌봄 서비스를 국가가 직접 제공해 서비스 질을 높이고 노동자 처우도 개선하겠다는 취지가 담겼다. 하지만 정부 예산 삭감이 현실화되면 지자체들의 사회서비스원 운영 여부가 불투명해진다.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은 서울시·서울시의회까지 예산을 대폭 삭감해 존폐 기로에 섰다. 있던 안전망까지 걷어치우며 돌봄의 시장화를 추진하는 것은 약자들을 더욱 소외시킬 게 자명하다.
예산국회가 31일 시정연설을 필두로 문을 연다. 총선을 앞두고 여야의 예산 대치가 시작되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감사원·양평고속도로·방송장악·해병대 채모 상병 수사 외압’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 추진을 예고해 예산 정국도 먹구름이 끼어 있다. 국민적 관심사인 그 진상을 규명하되, 여야는 정쟁보다 민생·미래를 살리는 예산을 짜야 한다. 정부가 말하는 ‘약자복지’도 공적 돌봄 체계인 사회서비스원 예산 복원부터 첫 단추를 끼우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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