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인문적 성찰 통해 더불어 사는 사회 만들어야”
안동서 27~29일 개최…올해로 10회 맞아
“인간은 그저 ‘이기적 유전자’를 보존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라는 주장은 틀렸다. 우리가 누구인지는 유전자가 결정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스스로 내린 선택에 달려있다. "
데니스 노블 옥스퍼드대 명예교수
“인문학을 통해 우리는 현대 사회의 복잡한 과제를 해결하고 공동의 이익을 추구할 수 있다.”
이리나 보코바 제 10대 유네스코 사무총장
지난 27~29일 경북 안동시 안동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1세기 인문가치포럼’에 참석한 국내외 석학과 인문학자들은 ‘더불어 사는 사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오늘날 전 세계가 직면한 전염병 확산, 전쟁, 기후변화 등의 복합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려면 개인과 공동체, 국가 간 협력을 도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인간다움, 우리는 누구인가’라는 주제로 사흘간 열린 올해 포럼에는 국내외 학자와 시민, 학생 1000여 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한류 속 인문가치, 인공지능(AI)의 발전이 인간 본성에 미치는 영향, 한국철학 등을 다룬 다양한 세션에서 ‘인간다움’을 재정의하고 앞으로 인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 英 석학 “인간은 관계 속에서 존재”
이번 포럼에 자주 등장한 단어는 ‘통합’과 ‘연결’이었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우리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답하려면 시대를 관통하는 공통된 가치를 찾아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이리나 보코바 제 10대 유네스코 사무총장은 개회식 기조강연에서 “코로나 팬데믹, 전쟁, 기후변화 등 오늘날 세계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지식의 확장과 통합이 필요하다”며 “이 모든 것은 교육에서 시작된다”고 말했다. 인문학 교육을 통해 윤리, 연대, 다양성 존중 등 시대에 맞는 시민의식을 함양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세계적인 시스템 생물학자인 데니스 노블 옥스퍼드대 명예교수는 폐회사를 통해 인간이 유전자의 노예가 아니라 스스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자유 개체라는 점을 강조했다. 영국 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 주장에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그는 “20세기 진화 생물학자들은 ‘우리의 몸과 마음을 창조하는 것은 유전자’라며 인간은 유전자 보존을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며 “그러나 유전자는 우리 몸에 필요한 단백질을 만들 뿐이지, 우리가 어떤 선택을 내리는지를 결정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우리 몸은 유전자와 세포, 조직, 의식 등이 복합적으로 상호작용하는 하나의 생명 시스템이기 때문에 유전자가 모든 것을 좌우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노블 교수는 우리가 타인과 교류하면서 쌓은 경험과 그 과정에서 내린 일련의 선택들이 우리 생명 시스템의 가장 밑바닥에 있는 유전자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는 “비슷한 맥락에서 우리 자아도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존재한다”며 “이 과정에서 우리 스스로 내리는 선택이 우리가 누구인지를 결정한다”고 했다.
◇ 올해로 10회…”동서양 넘나드는 콘텐츠 시도”
이밖에 ‘국제인문도시회의’ ‘사유하는 인간, 관계하는 인간’ ‘AI, 인간을 꿈꾸다’ ‘동서양의 대화: 퇴계와 다빈치가 만나다’ 등의 세션에서 인문적 성찰을 통한 더 나은 삶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졌다.
청소년과 20~30대 젊은층이 참석하는 청년인문교류 세션에서는 하버드대 출신 작곡·작사가인 줄리아 류가 3세대 한국계 미국인으로 성장하면서 음악과 스토리 텔링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와 한국 전래동화 ‘심청전’에서 영감을 받아 뮤지컬을 만들게 된 과정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경상북도·안동시가 공동 주최하고 한국정신문화재단이 주관하는 ‘21세기 인문가치포럼’은 새로운 시대에 필요한 인류 보편적인 가치를 모색하고, 인간의 존엄과 권리가 보장되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취지에서 우리나라 인문 전통의 고장인 안동에서 지난 2014년 출범했다. 올해로 10회를 맞았다.
이희범 한국정신문화재단 이사장은 “이번 포럼은 동서양을 넘나들며 모든 세대를 포괄하는 콘텐츠와 국내외 다양한 분야 석학이 참여하는 등 새로운 변화를 시도했다”며 “인간다움을 고민하고 재정의하는 것은 인류를 소통과 공감, 평화의 길로 이끄는 초석이 될 것”이라고 했다.
권기창 안동시장은 안동선언문을 통해 “기술 발전으로 인간의 지평이 넓어졌지만 더불어 사는 사회를 위한 가장 기본적이고 근본이 되는 인간다움을 놓쳐서는 안된다”고 했다.
※이 기사는 한국정신문화재단 후원으로 제작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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