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당사국 늘고 해법 안 보여… 더 복잡해진 ‘가자 딜레마’ [이·하마스 전쟁]

이귀전 2023. 10. 30.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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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쟁에 직간접으로 개입하는 이해 당사국이 늘면서 가자지구 지상전 난맥뿐 아니라 이들 사이 정치적 해법을 도출하는 데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러시아와 튀르키예는 이란과 함께 하마스를 사실상의 가자지구 국가 또는 통치 체제로 인정하는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다.

가자지구 지상전에 돌입한 이스라엘군은 작전 규모를 확대하며 하마스에 대한 공격 수위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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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하마스·이란 대표단과 사태 논의
이스라엘 외무부, 러 대사 불러 항의
駐튀르키예 외교관 전원 본국 소환
UAE 주재로 안보리 긴급회의 개최
전쟁 관련 결의안 채택은 ‘지지부진’
‘5차 중동전쟁’ 비화 가능성 높아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쟁에 직간접으로 개입하는 이해 당사국이 늘면서 가자지구 지상전 난맥뿐 아니라 이들 사이 정치적 해법을 도출하는 데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 이스라엘 현지 매체는 외무부가 자국 주재 러시아 대사를 불러 항의했다고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러시아가 하마스와 이란 대표단을 러시아로 불러 이번 사태를 논의한 데 대한 항의 성격이다. 이스라엘 외무부는 러시아가 하마스 대표단을 초청한 것이 이스라엘에 대한 테러에 정당성을 부여한다고 주장했다.
29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의 폭격으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건물 여러 채가 한꺼번에 무너지며 거대한 먼지구름이 일고 있다. 이스라엘 남부 스데로트에서 바라본 가자지구에는 성한 건물이 거의 없다. AFP연합뉴스
러시아는 3주 넘게 이어지는 중동 지역 긴장 고조 해법을 논의하기 위해 하마스와 하마스를 지원하는 이란 대표단을 동시에 초청했다고 27일 밝혔다. 러시아 외무부는 하마스 대표단과 가자지구에 억류된 인질 석방과 러시아인 등 외국인 대피 문제를 논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스라엘은 전날 튀르키예 주재 자국 외교관 전부에 본국 소환령을 내렸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이스탄불에서 열린 친(親)팔레스타인 집회에 참석해 가자지구 ‘학살’의 배후에 서방이 있다면서 이스라엘은 체스판의 ‘졸(pawn)’에 불과하다고 말한 데 대한 보복 조치다.

러시아와 튀르키예는 이란과 함께 하마스를 사실상의 가자지구 국가 또는 통치 체제로 인정하는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다. 이스라엘이 미국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 하마스에 대한 공세를 강화한 시점에 반대편에 선 두 나라가 이란과 함께 공동보조를 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또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공격 장기화가 불가피한 와중에 주변 이해관계 국가까지 개입을 확대하는 꼴이라 사태 해결에 더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대목이다. 국제사회의 확전 방지 논의도 실효성 있는 조치는 나오지 않고 있어 이런 전망에 더 힘이 실린다.
지난 2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표결이 진행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영국 가디언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이사국인 아랍에미리트(UAE)의 요청에 따라 30일 긴급회의가 열린다고 보도했다. UAE는 가자지구에서 인도주의적 전투 중지를 수용할 것을 이스라엘에 요구하는 내용의 구속력 있는 결의안을 추진할 방침이다.
안보리에서 이 결의안이 채택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과 관련해 군사 행위의 일시 중지 또는 휴전을 촉구하는 결의안이 그간 네 차례 제출됐지만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미국과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부결된 바 있다.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5개 상임이사국 중 어느 한 곳도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아야 결의안이 통과한다. 하지만 강대국들은 “유혈 사태를 종식해야 한다”는 ‘레토릭(정치적 수사)’만 내놓을 뿐 실질적은 합의는 끌어내지 못한 채 기존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인질들 무사히 풀려나길…’ 29일 이스라엘 예루살렘에서 주민들이 팔레스타인 이슬람 무장 정파 하마스에 의해 납치된 인질들의 사진과 이름이 전시돼 있고, 이를 밝히는 조명이 설치된 ‘희망의 빛’ 프로젝트 공간을 둘러보고 있다. 예루살렘=AP연합뉴스
국제사회의 논의가 제자리걸음을 하는 사이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국지전에서 ‘제5차 중동전쟁’으로 번질 가능성은 점차 커지고 있다. 주변국의 개입이 레토릭이 아니라 쌍방을 위한 실제 무력 지원으로 이어질 경우가 그렇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대한 지상작전을 본격화하고 시리아 내 혁명수비대 기지를 겨냥해 공습을 강화하고 있어 이란 역시 대리군을 통해 이스라엘을 군사적으로 더 강도 높게 압박할 수 있다.

가자지구 지상전에 돌입한 이스라엘군은 작전 규모를 확대하며 하마스에 대한 공격 수위를 높였다. 이스라엘군은 30일 “가자지구에서 무력충돌 와중에 건물과 땅굴 등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우리 군을 공격하려는 수십명의 테러범을 사살했다”며 “이스라엘군은 계획에 따라 가자지구에서 서서히 전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AFP통신은 이스라엘 탱크가 가자시티 가장자리로 진입하고 북부에서 남부로 이어지는 핵심 도로를 차단했다고 목격자를 인용해 전했다.

이귀전 기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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