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정산서 심신단련, 향교서 예절교육…국가 대들보 키운다
지난해 7월 취임한 민선 8기 하윤수 부산시교육감의 대표 정책은 ‘인성 기반 학력 신장’이다. 인성과 실력을 겸비한 미래인재 육성이 핵심 목표다. 인성교육은 학생들을 건강한 사회공동체의 일원으로 성장시키는 주춧돌이기도 하다. 국제신문은 부산교육의 중심축 가운데 하나인 인성교육 정책을 2회에 걸쳐 소개한다.
# 교육청 학생인성교육원
- 중1 대상 1박2일 과정 진행
- 클라이밍·맨발걷기 등 다채
- “우정 쌓고 성취감·도전의식↑”
- 중2·고1 리더십과정도 인기
▮금정산 속 인성배움터
부산시교육청 학생인성교육원은 부산의 진산인 금정산이 병풍처럼 둘러싼 곳에 있다. 울창한 숲과 맑은 공기 덕분에 이곳에만 있어도 절로 상쾌해지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학생인성교육원은 다양한 체험활동에 기반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학생인성교육원이 부대끼며 함께 성장하는 인성 배움터로 불리는 이유다. 이곳은 인성교육 강화를 위해 올해 3월 기존 학생교육원에서 학생인성교육원으로 이름을 바꿨다.
“괜찮아, 잘하고 있어!” “머리를 조금 더 숙여.” “서로 이야기하면서 가야 해. 중심 잡는 게 중요해.” 지난 23일 찾은 부산 금정구 금성동 학생인성교육원에선 중학교 1학년 학생들의 야외 체험활동이 한창이었다. 기자가 참관한 ‘미션 임파서블’은 학생들이 서로 격려하는 응원 목소리로 가득했다. 미션 임파서블은 지상 50㎝ 높이에 거미줄처럼 설치된 로프를 신체가 닿지 않도록 해 건너는 활동이다. 이곳에는 클라이밍, 장애물 코스 등 다채로운 공간이 조성돼 있다. 가야여중 1학년 박슬미 학생은 “친구들끼리 서로 하나라는 마음이 되어야 미션을 성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클라이밍에 도전한 장산중 1학년 강주원 학생은 “다른 친구들이 올라가는 것을 지켜보며‘나도 할 수 있겠다’는 도전 의식이 생겼다”고 밝혔다. 학생인성교육원 이기원 기획운영부장은 “체험활동을 통해 몸으로 부대껴야 인성교육이 완성된다”며 “안전하고 쾌적한 교육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향후 리모델링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지난 6월에는 대운동장에 길이 400m, 너비 2m의 규모의 ‘체인지(體仁智) 로드 황톳길’을 조성했다. 황톳길 맨발 걷기는 시교육청 아침체육 활동인 아침체인지의 하나로 신체 발달과 정서 안정, 집중력 향상을 위한 것이다. 학생인성교육원은 황톳길 조성 후 중학교 1학년 대상의 인성체험 과정에 황톳길 맨발 걷기를 추가 편성했다.
학생인성교육원은 다음 달 21일까지 관내 중학교 85곳 1학년을 대상으로 ‘학년 단위 인성체험과정’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 프로그램은 공동체 생활을 통해 학생들의 기본생활 습관 형성과 예절 존중 배려 등 바른 인성을 지닌 청소년 육성을 위한 것이다. 프로그램은 ‘인성자람 체험과정’과 ‘테마별 인성체험과정’ 등 2개 과정을 1박 2일간 진행한다. 각 과정은 ▷생태 활동 ▷도전·모험 활동 ▷공감 활동 ▷협력 활동으로 운영한다. ‘생태 활동’은 금정산 일대를 걸으며 숲에서 힐링할 수 있는 사제동행 에코 트래킹으로, ‘도전 활동’은 스포츠클라이밍, 어드벤처 타워, 외줄·세줄 건너기, 협동 컬링, 국궁 등 신체활동으로 이뤄졌다. ‘공감 활동’은 모둠북, 판소리, K-예절 등의 프로그램이다. ‘협력 활동’은 전략 놀이, 협동 놀이로 구성한 학급별 선택 프로그램 체험활동이다.
리더십교육도 활발하다. 학생인성교육원은 지난 3월부터 4월 21일까지 부산시내 중2, 고1 반장과 참여 희망학생을 대상으로 ‘중·고등학교 리더십과정’을 운영한 결과 중학교 171곳 1007명, 고등학교 138곳 1041명이 수료했다. 참여 학생들은 소통 존중 책임 등의 역량을 기르고 학교 내 현안을 자율적·주도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학생 자치 역량을 키웠다. 이번 과정에 참여한 학생들의 평균 만족도는 97.4%로 높다. 중학교 리더십과정에 참여한 장안중 한 학생은 “반장으로서 해야할 일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할 좋은 기회였다”고 말했다. 한종환 학생인성교육원장은 “인성교육을 통해 친구 간 협동심 책임감 배려심을 키울 수 있다”며 “학생들이 올바른 인성을 지닌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 동래향교
- 초중고생 대상 연말까지 운영
- “유복 입으니 몸가짐 달라져
- 부모님 더 공경해야겠다 생각”
- 큰절 배우고 떡메치기 체험
▮유복 입고 사자소학 낭독
“부생아신(父生我身) 하시고 모국오신(母鞠吾身)이로다. 아버지께서 내 몸을 낳게 해 주셨고, 어머니께서 내 몸을 길러주셨다.”
지난 24일 부산 동래구 동래향교 명륜당. 이날 ‘동래향교 청소년 인성 예절 체험교실’에 참가한 부산 기장군 칠암초등학교 4, 5학년 학생 18명이 사자소학을 낭독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부산시 지정 유형문화재 제6호인 동래향교는 조선시대 학교였고, 명륜당은 교실이었다. 남학생은 하늘빛 유복을 입고 머리에는 유건을 썼다. 여학생은 색동저고리에 빨간색 한복 치마를 입었다.
동래향교 청소년 인성 예절 체험교실은 부산시교육청과 부산시향교재단 부설 향례원이 손잡고 올해 처음 운영하는 프로그램이다. 부산지역 초중고교생을 대상으로 올해 말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이번 프로그램은 부산지역 청소년들의 올바른 예절 습관 형성을 위해 마련됐다. 향례원 소속 예절지도사들이 학생들을 대상으로 절하는 법 등 전반적인 교육을 맡았다. 조선애 예절지도사는 “친구들과 떠들고 장난치던 학생들도 향교에 들어와 한복으로 옷을 갈아입고 수업에 참여하면 진지해지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난생처음 유복을 입은 학생들은 의젓한 유생처럼 보였다. 칠암초 4학년 박건욱 학생은 “유복을 입으니 말과 몸가짐부터 달라지는 것을 느꼈다”며 “부모님과 웃어른을 더욱 공경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예절 교실에 참여한 학생들은 다양한 전통문화와 생활 예절을 배웠다. 향교 탐방은 물론 다도, 떡메치기 체험도 이뤄졌다. 절하는 법을 배운 학생들은 인솔교사들에게 큰절을 올렸다. 칠암초 오민석 교사는 “학생들에게 큰 절을 받으니, 가슴이 뭉클하다”며 “학교 정규 수업 시간에는 학생들이 전통예절을 제대로 배울 기회가 없었는데, 교육적으로도 정서 순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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