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망 피해 '고차원적 설계'
대전지역 전세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전세사기의 수법이 날로 교묘해지고 있다. 임차인의 낮은 법적 접근성을 이용한 이른바 '눈 가리기' 수법이 고도화되면서 피해 사례와 규모가 불어나고 있다.
30일 대전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사기 1차 특별단속 기간(지난해 7월 25일-올 1월 24일) 검거 사례는 16건에서 2차(올 1월 25일-7월 16일) 21건으로 늘었다.
2021년 집중단속기간(1월 6일-8월 10일)에는 12건으로 집계됐다. 경찰이 공개하지 않은 2021년 이전 통계까지 포함하면, 올 7월 16일 기준 누적 건수는 총 73건이다. 올 7월 16일 이후 확정되지 않은 통계를 합하면 더 늘어날 것으로 경찰을 추산했다.
피해 규모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대전전세사기피해대책위원회가 공개한 자료를 보면, 올 초부터 집계된 전세사기 피해 건물은 229채이며, 총 2563가구다.
사기 설계 방식도 고도화되는 모양새다. 피해자를 기망하는데 전세 제도와 제3자의 입김이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달 17일 피의자 김모(40대) 씨는 2020년 3월부터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와 본인 명의 다가구주택 등에 대한 전세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선순위 임차보증금을 실제 액수보다 적게 허위 기재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지난달 검찰 송치 당시 피해액은 159억 원으로 확인됐지만, 송치 이후 30건의 고소장과 피해액 50억이 추가돼 피해 규모는 약 200억 원으로 추정된다.
이와 관련 경찰은 피의자의 기망 유형을 '보증금 미반환', '불법중개', '선순위 임차보증금허위고지' 등으로 구분해 수사 중이다.
이 중 선순위 임차보증금 허위고지 수법이 가장 고도화된 사기 설계 방식으로 꼽힌다.
LH는 입주 대상자가 직접 거주하길 원하는 주택을 구하면 집주인과 직접 전세 계약을 체결한 뒤 이를 저렴하게 재임대하는 방식으로 전세 임대주택을 공급한다.
김 씨는 이 과정에서 LH의 전세임대주택 권리분석 심사를 통과하기 위해 선순위 임차보증금을 실제액보다 4억 2700만 원 축소, 기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리분석 승인은 선순위임차보증금과 선순위 근저당을 합친 값이 주택공시가격 153% 이내에 포함돼야만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임차인들이 임대차계약 전 임대인의 동의를 얻어야만 선순위보증금 현황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한 것.
이남구 한국공인중개사협회 대전 중구지회장은 "임차인은 계약 이전 집주인 동의 없이는 선순위 보증금 등 정보를 파악할 수 없는데, 계약이 무산되거나 끝나면, 자신이 낸 보증금을 온전히 가져갈 수 없게 되면서 경제적 피해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바지 사장을 앞세워 범행을 저지른 점도 전세사기의 조직화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자신의 정체를 숨기면서 더 폭넓은 범행 대상을 모색하기 위한 조치다.
대전전세피해대책위원회에 따르면 김 씨와 연관된 바지사장은 총 4명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이들의 공범 여부를 수사하고 있다.
이번 전세사기가 지난해 수억 원대의 피해로 지역을 떠들썩하게 했던 오피스텔 사기 수법보다도 진화됐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앞서 2021-2022년까지 A 씨 등은 오피스텔 23채를 매입, 이미 전세계약이 체결된 오피스텔을 월세를 받을 수 있는 깡통전세 매물로 속여 팔거나, 투자 가치가 높은 매물을 저렴히 판매하는 것처럼 속여 총 164명에게 372억 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배형동 법무법인 민율 변호사는 "이번 사건과 지난 오피스텔 사건은 개인이 임차인을 기망하고, 이중계약을 체결했다는 점이 '눈 가리기' 수법으로 동일하다"면서도 "바지사장 등을 앞세우고 전세제도와 법을 동시에 이용한 설계보다는 단순하다고 볼 수 있다"고 풀이했다.
한편 경찰 측은 김 씨의 직접 사건 외에도 잇따르고 있는 피해에 전세사기 2차 특별단속 기간을 올 12월 31일까지 연장하고, 집중 관리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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