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위험한 전기차

손제민 기자 2023. 10. 30. 18:5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소방대원들이 지난 24일 서울 강동구 한국종합기술 일대에서 전기차 화재 상황을 가정해 진화 훈련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이 지난 27일 ‘잠재 재난위험 분석 보고서’를 공개했다. “기후변화와 기술발달”의 영향으로 향후 발생할 가능성이 크지만 저평가된 재난 위험요소로 용오름(토네이도), 비브리오 패혈증과 함께 전기차를 꼽았다. 각국이 탄소 배출 감소를 위해 보급을 확대하는 전기차에 대형 화재와 붕괴 위험 요인이 있다는 것이다.

전기차는 1만대당 화재 발생 비율이 2022년 1.12건으로 내연기관차(1.84건)보다 적은 편이지만, 2017년(0.4건)과 비교할 때 증가하는 추세이다. 리튬이온배터리 내부 물질의 전기화학적 특성 때문에 화재가 일어나면 순식간에 온도가 올라가고 쉽게 불을 끌 수 없어 위험하다고 한다. 화염이 인근 차량으로 빠르게 옮겨붙는 것도 특징이다. 전기차량과 배터리가 노후화되면 화재 발생 빈도는 더 커질 수 있다. 초동 진화가 어려운 지하주차장이나 여객선에서 불이 나면 대형참사로 이어지기 쉽다. 아울러 전기차는 배터리 중량만 약 450㎏으로 내연기관(250㎏)보다 커서 동종 내연차보다 차체가 20~30%가량 무겁다. 이는 기존 건축물의 구조설계 기준을 초과하거나 한계에 근접하는 수치라고 한다. 영국 주차협회가 최근 전기차로 인한 노후 다층 주차장 붕괴사고 발생 위험을 경고하기도 했다.

의외의 보고서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소방당국이 전기차 화재 대비 훈련을 하는 걸 보면 정부 내에선 널리 받아들여지는 문제인 것 같다.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기술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 것이라는 신화에서 깨어날 필요도 있다. 배터리의 화재 위험과 중량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이 언젠가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은 아니다. 아울러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이 있는 법이다. 전기차로 바꾸기만 하면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고 마음의 위안을 삼는 태도도 경계해야 한다. 전기차는 운행 과정에서 탄소를 배출하지 않지만 배터리 생산, 충전용 전력 생산 과정에서 많은 탄소를 만들어낸다. 재생에너지 전환이 더딘 한국에서 전기차 운행 증가는 탄소 배출 증가로 이어진다. 전기차가 늘면 발전소를 더 지을 수밖에 없다. 그러면 원전을 더 짓자는 논리까지 정당화하게 된다. 결국 대중교통·자전거 인프라를 더 구축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잠재 재난위험 분석보고서 ‘전기자동차 등장에 따른 대형 화재·붕괴 위험’ 표지

손제민 논설위원 jeje17@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