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위험한 전기차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이 지난 27일 ‘잠재 재난위험 분석 보고서’를 공개했다. “기후변화와 기술발달”의 영향으로 향후 발생할 가능성이 크지만 저평가된 재난 위험요소로 용오름(토네이도), 비브리오 패혈증과 함께 전기차를 꼽았다. 각국이 탄소 배출 감소를 위해 보급을 확대하는 전기차에 대형 화재와 붕괴 위험 요인이 있다는 것이다.
전기차는 1만대당 화재 발생 비율이 2022년 1.12건으로 내연기관차(1.84건)보다 적은 편이지만, 2017년(0.4건)과 비교할 때 증가하는 추세이다. 리튬이온배터리 내부 물질의 전기화학적 특성 때문에 화재가 일어나면 순식간에 온도가 올라가고 쉽게 불을 끌 수 없어 위험하다고 한다. 화염이 인근 차량으로 빠르게 옮겨붙는 것도 특징이다. 전기차량과 배터리가 노후화되면 화재 발생 빈도는 더 커질 수 있다. 초동 진화가 어려운 지하주차장이나 여객선에서 불이 나면 대형참사로 이어지기 쉽다. 아울러 전기차는 배터리 중량만 약 450㎏으로 내연기관(250㎏)보다 커서 동종 내연차보다 차체가 20~30%가량 무겁다. 이는 기존 건축물의 구조설계 기준을 초과하거나 한계에 근접하는 수치라고 한다. 영국 주차협회가 최근 전기차로 인한 노후 다층 주차장 붕괴사고 발생 위험을 경고하기도 했다.
의외의 보고서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소방당국이 전기차 화재 대비 훈련을 하는 걸 보면 정부 내에선 널리 받아들여지는 문제인 것 같다.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기술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 것이라는 신화에서 깨어날 필요도 있다. 배터리의 화재 위험과 중량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이 언젠가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은 아니다. 아울러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이 있는 법이다. 전기차로 바꾸기만 하면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고 마음의 위안을 삼는 태도도 경계해야 한다. 전기차는 운행 과정에서 탄소를 배출하지 않지만 배터리 생산, 충전용 전력 생산 과정에서 많은 탄소를 만들어낸다. 재생에너지 전환이 더딘 한국에서 전기차 운행 증가는 탄소 배출 증가로 이어진다. 전기차가 늘면 발전소를 더 지을 수밖에 없다. 그러면 원전을 더 짓자는 논리까지 정당화하게 된다. 결국 대중교통·자전거 인프라를 더 구축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손제민 논설위원 jeje17@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프고 계속 커지는 켈로이드 흉터··· 구멍내고 얼리면 더 빨리 치료된다
- “남잔데 숙대 지원했다”···교수님이 재워주는 ‘숙면여대’ 대박 비결은
- [스경X이슈] 반성문 소용無, ‘3아웃’ 박상민도 집유인데 김호중은 실형··· ‘괘씸죄’ 통했다
- ‘해를 품은 달’ 배우 송재림 숨진 채 발견
- 윤 대통령 골프 라운딩 논란…“트럼프 외교 준비” 대 “그 시간에 공부를”
- ‘검찰개혁 선봉’ 박은정, 혁신당 탄핵추진위 사임···왜?
- 한동훈 대표와 가족 명의로 수백건…윤 대통령 부부 비판 글의 정체는?
- “그는 사실상 대통령이 아니다” 1인 시국선언한 장학사…교육청은 “법률 위반 검토”
- 3200억대 가상자산 투자리딩 사기조직 체포… 역대 최대 규모
- 머스크가 이끌 ‘정부효율부’는 무엇…정부 부처 아닌 자문기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