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159 우리가 떠나보낸 청춘…인현동·이태원 참사 추모행사 잇따라
“사랑하는 딸아, 아들아…우리는 24년이 지난 이날도 하늘의 별 보면서 기억하고 있어.”
30일 오전 10시30분께 인천 중구 인현동 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 앞. 검은색 복장의 유족이 침통한 표정으로 추모비 앞에 국화를 두더니 참았던 눈물을 쏟아낸다. 흘러나오는 추모곡과 이어지는 헌화에 참석자 모두 슬픔에 젖어들어간다. 유가족들은 당시 기억이 떠올랐는지 고개를 들고 하늘을 보거나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훔치는 등 현장은 눈물 바다로 변한다.
인천시교육청은 이날 학생교육문화회관 추모공간에서 ‘인현동 화재 참사 24주기’를 맞아 희생자를 기억하고 안전이 기초하는 교육의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 추모식을 했다. 추모식에는 시교육청 관계자와 유가족, 인천소방본부 등 관계기관이 모여 희생자를 위한 헌화와 묵념, 추모음악회를 했다.
인현동 화재 참사는 지난 1999년 10월30일 인천 중구 인현동 한 건물 지하 1층에서 난 불이 2층으로 번져 많은 학생들이 숨진 대형 화재 참사다. 당시 사망자 대부분이 2층 한 가게에서 나왔는데, 가게 주인은 대피하려던 학생들에게 돈을 내고 가라며 유일한 출입구를 막아 57명이 숨졌고 87명이 다쳤다. 특히 이 가게는 불법 영업과 업주에게 뇌물 받은 경찰과 공무원이 형사처벌 받는 등 사회 구조적 문제도 드러났다.
유족 최성업씨(71)는 “인현동 화재 사고로 4대 독자인 아들을 잃었다”며 “당시 우리 아들과 다른 학생들이 가게 안에서 살려고 발버둥 치다 숨진 것만 생각하면 마음이 찢어진다”고 말하면서 눈시울이 붉어진다.
앞선 지난 29일에는 이태원 대규모 참사 1주기를 맞아 서울 용산구 해밀턴 골목을 비롯해 서울광장 등에서 희생자 159명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행진과 시민추모대회가 열렸다. 해밀턴 골목 ‘추모의 벽’ 앞에는 시민들이 희생자들을 생각하며 쓴 포스트잇 수백장이 붙어있고, 그 아래 국화꽃과 초콜릿 등이 빼곡히 놓여있다.
이태원 참사는 지난해 10월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해밀턴호텔 옆 비좁은 골목에 모여있던 인파 중 일부가 넘어지면서 발생한 대형 압사 사고다. 이 사고로 인천 피해자 5명을 포함해 159명의 희생자가 발생했다.
인천 부평구에 사는 이태원 유족 A씨는 “딸을 잃은 지 1주년이 다가오니 마음이 찢어지고 공허할 뿐이다”며 “당시 딸은 간호학과 4학년이었고, 내년부터 근무할 병원 면접까지 끝낸 주말에 친구들과 이태원에 갔다가 사망소식을 접했다”고 했다. 이어 “이태원 관련 뉴스 기사의 악플을 볼 때마다 가슴이 무너진다”며 “유가족 협의회에서 주장하는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 국회에 통과되길 애타게 바라고 있다”고 했다.
장한섬 홍예문(門)문화연구소 대표는 24년 전 발생한 인현동 참사와 이태원 참사 모두 무책임한 공권력에 의해 10대, 20대 청년들을 떠나보낸 안타까운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인현동 참사 당시 청소년들은 학교 축제가 끝난 뒤 학교 밖에서 놀 공간을 찾다가 인현동 한 가게로 모인 것”이라며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은 핼러윈 축제를 즐기기 위해 자본과 시장이 만든 이태원으로 향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회가 즐기라고 만든 날에 정작 아이들이 보호받지 못했다”며 “24년 전 대참사가 일어났는데도 안전에 유의하지 않는 이 사회는 아직도 바뀐 게 하나 없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참사 당시의 기록을 통해 집단이 기억하고, 또 교육해야 한다”며 “정부와 국민들도 두 사건을 기억해 다시는 이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모두가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도성훈 교육감은 이날 추모식에서 “어른들의 불법으로 인해 발생한 화재 참사로 너무 빨리 별이 되어 하늘로 올라간 우리 학생들을 기억하고 추모한다”고 했다.
박주연 기자 jennypark308@kyeonggi.com
dltlaudwkd@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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