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화물 매각 승인나도 '산 넘어 산'…美日도 남았다
이사회에서 아시아나항공의 화물부분 분할매각이 승인되더라도 해결해야할 과제는 산적해있다.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의 인수자를 찾아 EU 경쟁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 미국과 일본의 요구도 확인해야 한다. 합병 후 시너지 역시 본격적으로 고민해야 할 문제다.
3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회사는 에어프레미아, 이스타항공 및 화물전문 에어인천 등이다. 이들 회사는 여객기가 10대 미만으로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다. 저비용항공사(LCC) 1위인 제주항공은 애초 입찰 단계에 참여하지 않았고, 티웨이항공은 인수의향서를 제출했으나 인수전에서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는 규모가 작지 않다. 올해 상반기 기준 자체 보유 화물기 8대, 리스해서 운용하는 화물기 3대로 총 11대의 화물기를 운용하고 있다. 미국·독일·오스트리아·벨기에·이탈리아·러시아 등 전세계 12국 25개 도시에 21개 노선을 운항한다. 미국에선 LA·뉴욕·애틀랜타·댈러스·시카고 등 5개 지점을 두고 있고, 유럽에선 프랑크푸르트·비엔나·브뤼셀·모스크바·밀라노 5개 지점을, 아시아에는 상하이·광저우·톈진·도쿄·홍콩·하노이 등 6개 지점이 있다.
거대한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를 규모가 더 작은 LCC가 인수하는 것이기 때문에 대한항공은 EU 집행위원회에 인수한 회사가 화물 사업을 제대로 운영할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을 줘야 한다.
실제로 에어프레미아는 화물 사업에 대한 노하우가 없다. 최근엔 최대주주인 사모펀드 JC파트너스가 뉴욕과 프랑크푸르트 등 장거리 여객 노선 확대를 위해 1500억원 규모의 증자에 나선 만큼, 화물만을 위한 추가 자금 조달도 힘들다. 이스타항공 역시 지분 100%를 가지고 있는 사모펀드 VIG파트너스가 추가 자금 조달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에어인천의 경우 매출, 자산 등 여러 면에서 규모가 가장 작다는 단점이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이 쌓아온 입지가 탄탄하긴 하지만 매각된 후에도 LCC가 이같은 평판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밝혔다.
이어 "이때문에 매각 후 오히려 대한항공이 경쟁자가 사라지면서 반사 이익을 취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며 "EU에 이 부분도 설득해야 심사를 통과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아시아나항공 내부적으로도 설득 과정을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나항공의 전임 사장단과 노조 등은 화물 부문은 핵심적인 사업영역이라며 공개적으로 매각을 반대해왔다. 특히 노조는 사실상의 구조조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한항공은 고용 안정과 처우 개선이라는 당근을 내밀고 있으나 협상 과정에서의 진통이 예상된다.
대한항공이 EU의 심사를 통과하더라도 미국과 일본의 심사 역시 넘어야할 산이다. 항공사 간 합병은 필수승인국가 중 한 곳만 반대해도 성사될 수 없다. 미국은 반도체 등 전략자원을 운송하는 항공화물 사업이 독과점이 될 경우 안보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며 반대 의사를 밝혀온 것으로 알려져있다. 일본은 어떤 요구서를 내밀지 모르는 상황이다.
합병 후 시너지는 본격적으로 고민해야 할 문제다. 이미 대한항공은 해외 경쟁 당국의 합병 승인을 따내기 위해 슬롯과 운수권 상당 부분을 내놨다. 영국으로부터 승인을 받기 위해 히스로공항에 보유 중인 7개 슬롯을 LCC 버진애틀랜틱에 넘기기로 했고, 중국에는 46개의 슬롯을 반납하기로 했다. 유럽의 경우 4개 노선(프랑크푸르트·바르셀로나·로마·파리)에 대한 슬롯을 국내 LCC에 넘길 계획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화물사업을 매각하고 여러 노선을 내주면서 두 회사가 껍데기만 합병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며 "이에 대한 고민 없이 무리한 합병만 추진하다가 국내 항공산업의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태성 기자 lts32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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