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문턱 높인 은행들… 가계·중기 자금조달 더 힘들어진다

이미선 2023. 10. 30.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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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대출태도 지수 9p 하락
대기업엔 중립적 태도 예상
사진 연합뉴스.

국내 은행들이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와 리스크 관리를 위해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다.

중소기업의 자금 수요가 늘어나면서 하반기에도 대출 수요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은행들이 대출 문을 걸어 잠그면서 중소기업들은 자금 조달에 비상등이 켜졌다. 은행에 이어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도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갈 곳 잃은 차주들이 늘어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한국은행이 30일 발표한' 금융기관 대출행태 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4분기 대출태도 지수는 -11로 3분기(-2)보다 9포인트(p) 낮아졌다. 대출태도지수가 낮을 수록 금융사가 대출 심사를 깐깐하게 한다는 의미다.

이번 조사는 올해 8월 30일부터 9월 13일까지 국내은행 18개, 상호저축은행 26개, 신용카드회사 8개, 상호금융조합 142개, 생명보험사 10개 기관의 여신업무 총괄담당 책임자를 대상으로 우편 조사 및 인터뷰를 통해 진행됐다.

국내은행은 가계 및 중소기업에 대해선 강화적인 대출 태도를, 대기업에 대해선 중립적인 태도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가계에 대한 대출태도는 장기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관리 방안 실시 등을 반영해 가계주택을 중심으로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가계주택은 3분기 11에서 4분기 -11을 기록했다. 가계일반은 -8에서 -6으로 상승했다.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태도 지수는 2분기(-6)와 동일했다. 코로나 금융지원 종료에 따른 리스크 관리 등으로 강화된 대출태도가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기업의 경우 3에서 0으로 상승했다. 최근 대출 취급이 확대된 상황에서 대내외 경기 불확실성 지속 등으로 중립을 보일 전망이다.

은행들이 대출 문턱을 높이는 이유는 신용위험지수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에 따르면 국내 은행이 예상한 4분기 신용위험지수는 29로 전 분기(31)에 이어 증가로 전망됐다. 신용위험지수가 플러스(+)면 신용위험 증가를 의미한다. 향후 신용위험이 높아질 것으로 보는 금융기관이 더 많다는 뜻이다.

한은은 4분기 기업의 신용위험은 건설업, 숙박음식업 등 일부 업종 및 영세 자영업자의 채무상환능력 저하 등으로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가계의 경우 대출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 부담 증대 등으로 인해 신용위험이 높은 수준을 유지할것으로 예상했다.

문제는 대출 수요가 여전하다는 점이다. 4분기 대출 수요지수는 16으로 전분기(14) 대비 2p 올랐다.

기업의 대출 수요는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한은은 대내외 경기 불확실성 지속으로 운전자금 수요가 늘어나면서 대기업(14)과 중소기업(28)은 대출수요 증가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봤다.

이미 기업대출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이 발표한 9월 여수신계수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말 5대 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756조3310억원으로 지난해 12월(703조6745억원)보다 52조6565억원 늘었다. 9월 은행 기업대출은 11조3000억원 증가하며, 전달(+8조2000억원)보다 증가 폭이 확대됐다. 기업별로보면 중소기업대출 증가 폭(6조4000억원)이 대기업대출(4조9000억원)보다 컸다.

대출 수요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대출 태도가 강화되면 중소기업들의 자금난이 가중될 전망이다.

가계주택(3), 가계일반(0) 등 가계대출 수요는 실물경기 둔화, 금리 상승 등 영향으로 중립 수준으로 전망되나 가계대출 증가세는 꺾일 줄 모른다. 5대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이달 들어서만 2조원 넘게 늘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은 이달 들어 지난 26일까지 2조2504억원(517조8588억원→520조1093억원) 불었다.

이런 가운데 저축은행 등 비은행 금융기관도 올 4분기 모든 업권에서 강화된 대출태도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비은행 금융기관의 차주 신용위험도 모든 업권에서 높은 수준으로 전망됐다. 업권별로 보면 상호저축은행(37), 상호금융조합(44), 생명보험회사(31), 신용카드회사(29) 등의 신용위험지수가 모두 높았다. 대출 수요는 업권에 따라 전망이 상이했다. 한은은 상호저축은행, 생명보험회사는 가계의 생활자금 등을 중심으로 대출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는 반면, 상호금융조합과 신용카드회사는 중립 수준으로 내다봤다.

이미선기자 alread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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