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청년에겐 일거리가 일자리보다 좋다

2023. 10. 30.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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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희 홍익대 세종캠퍼스 로컬컨텐츠중점대학사업단장
한정희 홍익대 세종캠퍼스 로컬컨텐츠중점대학사업단장

연장들이 즐비하고 둔탁한 망치 소리가 들린 뒤, 뿌연 먼지가 주변을 뒤덮는다. 바로 옆에서는 페인트 작업이 한창이다. 여느 공사장 숙련된 기술자의 모습과 다를 게 없지만 실은 너무 다르다. 이들 모두는 학교 수업을 마치고 나온 젊은 학생들, 아마추어들이다. 청년들의 이런 풋내 나는 도전을 DIY(do it yourself)라 부른다. '남의 도움 없이 자발적으로 무엇인가 창작한다'는 의미로 사용되는 요즘 핫한 용어다.

조치원 대학 골목 '섭골길'의 변화를 만들고 있는 이들을 혹자는 '로컬 크리에이터'라 부른다.

지금 그들은 남의 도움 없이 스스로 매점을 만들고 있다. 좀 세련되게 말해, 영업을 위한 점포를 구성하고 있는 풍경이다. 한편, 한 무리의 젊은이들은 아직 강의장에 있다. 아주 유명한 디자이너들이 제작한 작품 전시회에서 수상작을 선별하는 전문가의 예리한 모습들로 무엇인가 심사하고 있는 듯했다.

사실 이들이 지금껏 만들어 낸 '로컬 컨텐츠' 결과물에 관한 동료 평가가 한창 진행중인 것이다. 두 장면 모두에는 젊은이들 스스로 일거리를 만들어 보려는 그 진지함, 비장함과 함께 숭고함이 담겨 있었다.

일거리가 일자리보다 더 좋다. 남이 만들어 낸 일자리보다 스스로 만든 일거리다. 그래야 지역에 젊은이들이 모인다. 젊은이들이 모여야 지역경제가 산다. 어떻게 하면 '젊은이들이 머무르고 싶고, 또 우리 지역으로 오게 할 수 있을까' 그 묘약을 찾아내고자 지역정부, 대학, 그리고 지역혁신기관들이 한결같이 고민한다.

하지만 그런 비법을 찾았다는 지역이 어디인지 아직 듣지 못했다. 지역의 차이를 만들어 내고 로컬 고유의 컨텐츠를 만들어 이를 라이프 스타일로 엮는다면 그것이 '로컬 브랜드'가 아닌가. 요즘 젊은이들의 개성화 시대와 딱 맞는다.

지역다움은 어디에서 나올까. 젊은이들의 로컬 창업에서 나와야 한다. 스스로 하고 싶은 일거리 창출을 맡아줄 사람이 중요하다. 지역다운 차별화를 꾀하는 창작자(creators)들에게 그런 놀이터를 제공하는 일, 이를 지속하게 할 수 있게 해주는 운동장을 마련해 주는 일은 어른들의 몫이다. 지방정부 또는 중앙정부가 해야 한다. 이들에게 뛰어놀 수 있는 운동장이 주어질 때 젊은이들은 그들이 그리던 삶을 디자인 (Design)해 낼 것이다.

그 맥락만 잘 꿴다면 지역 내 볼거리, 지역의 소리, 골목길 풍경과 먹거리, 가치길 옆 잡초에 묻혀 있는 철길 주변 한때 멋졌던 복숭아밭 원두막이 옛것을 그리워하는 이들에게 멋진 관광상품이 되는, 그런 구조적 새로움을 우리 청년들은 할 수 있다.

지역 일거리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우리 젊은이들의 그 창의적인 구조적 도전(Architecture 혁신)은 DIY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낸다. 지역 내 숨겨진 오래된 전통 모습과 삶의 방식, 현지에서 활성화된 제조업 등 지역 고유의 자원을 젊은이들의 시각으로 새롭게 디자인하고 요즘 사람들이 좋아하게 살을 붙여 이를 확산하고 그 안에 가치(K-value)를 더하는 것이 '로컬 컨텐츠 비즈니스'가 아닐까 한다.

우리 동네 감춰졌던 이야기가 글로벌 이야기가 되고, 대학 골목 상품이 글로벌 상품이 되는 것, 이것이 로컬 기업가정신이고 혁신이다. 오늘의 스타벅스가 이렇게 탄생했다. 지금껏 지역 일자리 창출을 위한 다양한 정부 정책은 셀 수 없을 정도다. 다소 역설적으로 들리겠지만 이제는 일거리 창출 정책이다. 지역다움을 발굴해 내는 로컬 크리에이터의 양성이 대한민국의 지속적 성장을 이끄는 비타민이고, 이것이 새로운 성장동력이 되어 K-밸류를 만든다고 필자는 믿는다.

젊은이가 스스로 뭔가 하겠다는 바로 그 일거리는 남이 만들어 준 일자리보다 강력함이 있어 지역을 떠나지 않는다고 조심스럽지만 단언한다. 왜냐하면 지역에 대한 그들의 숨겨진 포부를 지금껏 로컬 컨텐츠 중점대학 사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봤기 때문이다. 그렇다. 젊은이들이 가지고 있는 유동적 지식인 창의성과 패기를 토대로 새로움을 찾아내고 이를 창업으로 도전할 수 있는'로컬 크리에이터'를 육성해야 한다.

지역의 성장과 지역의 세계화를 K-로컬 브랜드로 만들 첨병, 바로 이들을 길러내고자 하는 취지로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올해 처음 시행하고 있는 '로컬 중점대학 사업'은 그래서 기대하는 바가 매우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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