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호 칼럼] 印위원장이 대통령을 설득해야 한다

2023. 10. 30.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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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호 동국대 교수·정치학

인요한 혁신위가 출발부터 논란이다. 천하람의 혁신위원 거절은 상징성과 대표성의 위기고 '이준석·홍준표 사면'의 1호 혁신안과 '영남 중진 험지 출마론'은 혁신위의 문제의식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으로 이어진다.

사면론은 당장 당사자들부터 반발이다. "말도 안 되는 사유로 징계 모욕을 주고 이제 와서 사면 제스처를 취한들 내가 받아주겠나"며 "니들끼리 총선 잘해라"고 한다. 결국 '근본문제의 회피'라며 "혁신의 본질은 국민 신뢰를 상실한 지도부가 총사퇴하고 새판을 짜야 했는데 너희들끼리 난국돌파가 가능 하겠나"라는 말까지 듣는다. 자유민주 보수 핵심층으로부터 축출 대상 1호로 지목된 이준석 전 대표가 이게 웬일이냐 속으론 사면을 반길지 모르지만, 겉으론 강경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김기현 리더십'이 얼마나 위태로운지 웅변한다.

인요한 혁신위의 위기는 '김기현 2기'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비추어보면 놀랄 일도 아니다. 국민의힘의 당직개편에 쇄신 노력이 보이느냐는 설문에 부족하다는 의견이 64.3%라고 한다. 국민의힘 지지층조차 '50.8%가 쇄신 부족'이라고 생각한다. 유권자의 48.3%는 "새로운 지도부 체제로 내년 총선을 치러야 한다"고 한다. 보수층의 57%와 국민의힘 지지층의 56%가 새로운 지도부를 원한다. 유권자 평균보다 높다. 영남에서조차 새 지도부 체제를 원하는 여론이 높다니 '이대로는 어렵다'는 뜻이다.

김기현 지도부는 안타깝지만 국민적 권위와 신뢰를 이미 상실한 모양새다. 보수와 국민의힘 지지층조차 등을 돌린 상황이다. 혁신위라는 산소 호흡기에 의존한 '시한부 연명'의 '김기현 2기'가 택한 출구전략이 인요한 혁신위로 인식되는 이유다.

김기현 대표가 마지막 할 일은 '자기희생'이다. 총선을 향한 국민의힘에 '정치와 정당의 시간'을 위한 마중물의 역할이다. '총선이라는 국민심판의 시간'을 향한 역습, '보수의 재구성'은 국민의힘이 시작하고 그 출발은 김 대표다.

인요한 혁신위는 마무리 투수에 앞서 등판하는 중간계투 역할이다. 비거리보다는 방향성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 국민의힘에 문제가 무엇인지? 왜 그렇게 되었는지'가 핵심이다. 문제해결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는 그 다음 문제다.

지금 국민의힘의 문제는 '대통령만 바라보는 식물정당'으로 '임명직 대표를 중심으로 한 상명하복의 수직적 공무원 조직 같다'는 지적에 잘 드러나 있다. 존재감 없는 여당이자 "스스로 움직일 공간을 만들지도 못하고 만들 생각도 없는 집권당"이다. 용기 없는 초선과 희생 없는 다선의 '무기력·무책임·무능력의 집권여당'은 당연한 결과물이다.

근본원인은 배제와 독선의 정치 때문이다. '김기현 전당대회'는 '주요후보에 대한 윤핵관과 용산 대통령실의 공조 저격' '초선 연판장' 그리고 '결선투표 없이 1차 과반 몰아주기'의 온갖 억지로 얼룩졌다. 지금의 '김기현 실패'는 그때 이미 잉태된 셈이다.

인요한 혁신위의 임무는 분명하다. 국민의힘이 민심의 바다를 향해 나아가도록 하는 것이다. 즉 국민의힘이 '대선승리의 중도보수연합 복원'을 선도하는 '역동적 집권여당으로 자리매김하도록' 하는 출발점의 역할이다.

그 스타트는 대통령과의 관계 재정립일 것이다. 총선승리가 국민의힘과 대통령 모두에게 필요하기 때문에 인요한 위원장은 '총선승리를 위해서는 국민의힘이 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대통령을 설득하고 동의를 받아내야 한다. 대통령도 그에 반대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그게 안 되면 혁신위는 실패한다.

대선승리의 중도·보수연합 복원을 선도하는 역동적 집권여당을 위한 '어떻게'라는 구체적 대안의 현실적 접근이다. 사면론도 영남중진 수도권 출마론도 그 중 하나인데, 지금은 본질적 문제와 수단이 뒤바뀐 상황이다.

인요한 혁신위의 실패는 대통령에게 '집권당의 실패'를 인정하도록 강요하는 최악의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지금은 최악의 경우 대통령의 '정치적 헐리우드 액션'이라도 필요한 상황이다. 인요한 위원장이 대통령을 설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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