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사진 속 이슈人] 지상전으로 숨통 조이는 이스라엘, 커지는 절규와 신음소리

박영서 2023. 10. 30.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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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지구 주민들이 이스라엘군의 주택 공습 현장에서 사상자를 이송하고 있습니다. 로이터 연합뉴스

이스라엘이 사실상 지상전으로 여겨지는 '두 번째 전쟁 단계'에 진입했습니다. 길게는 1년 동안 포위전에 나설 듯 합니다. 이에 가자지구 주민들의 절규와 신음 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의 '전쟁 2단계'를 선언하면서 가자지구 내에서 본격적인 지상전에 들어갔습니다. 가자지구 북부지역 일부를 장악한 이스라엘군은 땅굴 등에서 나온 하마스 대원들과 교전을 벌이며 공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가자지구에서 지상 활동과 병력 규모를 점차 확대하고 있습니다. 가자 지역을 한조각 한조각씩 먹어 치우는 듯한 모습입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지상전은 포위전 양상이라면서 길게는 1년도 갈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이같은 지상전 확대에 가자지구 주민들은 속수무책으로 인도주의적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29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은 공습을 피해 중부와 남부 지역으로 대피한 피란민들까지 매일 '오늘이 마지막 밤'일 수 있다는 공포에 떨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가자지구의 북동부 도시 베이트 하눈을 떠나 중부 데이르 알발라의 난민 캠프에서 지내고 있는 13살 소녀 할라 빈 나임은 지난 11일 공습으로 가족 두 명을 잃었습니다. 빈 나임은 "마실 물이 없어 적은 양의 물을 어린아이들에게 나눠주려 애쓰고, 빵을 사러 매일 빵집 앞에서 5∼7시간 동안 기다린다"고 말했습니다. 더 많은 피란민들이 몰린 가자지구 남부 지역의 상황도 절망스럽기는 마찬가지라고 CNN은 전했습니다.

가자지구의 병원에는 전쟁의 참상이 그대로 드러나 있습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가자지구에서 가장 크고 첨단으로 꼽히는 알시파 병원에서는 700개 병상을 훨씬 넘어선 6만명 이상이 부상을 치료하거나 피란해 있습니다. 병원 의료진에 따르면 태어나자마자 부모를 여읜 신생아 130명이 병원에 입원해 있습니다. 공습에 무너져 내린 건물 잔해에서 산모들이 숨을 거두는 와중에 의사들이 달려가 출산시킨 미숙아들로, 이 병원 인큐베이터에서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팔레스타인계 영국인 의사로 런던 병원을 닫아두고 알시파 병원으로 의료 봉사를 온 가산 아부 시타는 "하루에 최대 12차례 수술을 하고 있다"면서 "사흘간 수술실을 떠나지 못하기도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내가 치료한 어린이 상당수가 단 한 명의 일가친척도 남아 있지 않다"며 "부모는 물론 형제, 조부모, 삼촌, 이모까지 모두 숨졌다"고 말했습니다. 의료진은 인큐베이터부터 산소호흡기, 수술도구 살균기까지 병원 필수기구를 돌릴 연료가 부족하다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주민들이 한계 상황에 몰리면서 최소한의 사회적 질서도 무너지는 모습입니다. 주민들이 유엔의 구호품 창구에 몰려들어 마구잡이로 구호품을 가져가는 상황까지 벌어진 것이죠.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는 이날 성명을 통해 "수천명의 가자지구 주민들이 구호품 창고와 물품 배분 센터에 난입해 밀가루를 포함해 생존에 필요한 물품들을 가져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UNRWA는 "(이스라엘의) 물샐틈없는 봉쇄 속에 전쟁이 3주를 넘기면서 민간의 질서가 무너지는 우려스러운 신호다"라고 우려했습니다.

한계 상황에 처한 가자지구 주민들을 위해 국제사회가 보내온 구호물품은 이집트쪽 라파 검문소를 통해 일부가 가자지구로 들어갔지만, 200만명이 넘는 주민들의 필요를 충족시키기에 턱없이 부족한 양입니다.

이날 국제형사재판소(ICC)는 가자지구에 대한 구호물자 전달이 어떤 식으로든 중단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카림 칸 ICC 검사는 가자지구로 통하는 이집트 라파 국경을 방문해 "민간인에게는 국제인도법에 따른 권리가 존재한다"면서 "이러한 권리가 축소되는 경우 로마규정에 따라 형사적 책임까지 질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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