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준의 골프세상] 손바닥만 한 뗏장 파내고 물수제비 뜨기

방민준 2023. 10. 30.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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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내용과 관련 없습니다. 프로 골퍼가 트러블 샷을 하는 모습이다.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골프는 이미지의 운동이다.



골프를 잘 하기 위한 이상적인 스윙 동작을 구축하려고 구슬땀을 흘리며 탐구하지만 결과는 결코 공들인 시간과 흘린 땀에 비례하지 않는다. 기본 원리와 효과적인 방법을 깨우치지 못하고 연습만 열심히 하는 것은 시간 낭비이고 고질병을 더 악화시킬 뿐이다.



 



골프를 하다 보면 '골프는 추상화와 다름 없다'는 느낌을 갖는다. 코스 설계가들은 자연을 살려 상쾌함과 호쾌함 등을 즐길 수 있도록 코스를 만들지만 한편으로 코스 속에 함정과 미로를 숨겨놓아 골퍼의 인내심과 상상력을 테스트한다.



 



아무리 쉬운 코스라도 한눈에 전체적인 윤곽과 특징을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겉으로는 편안하고 쉬워 보여도 모든 코스는 자만과 만용을 부리는 사람에게 줄 벌을 숨겨놓고 있다. 특히 그린은 무궁무진한 상상력과 근면성 없인 읽어내기 어렵다. 정확한 거리, 각 방향에서의 기울기, 잔디 결의 상태와 잔디 길이, 수분함량 정도, 그린 주변의 지형, 심지어 바람의 세기까지 감안해 길을 찾아야 하는데 구력이 아무리 길어도 그린 읽기는 난해한 수수께끼다.



 



이 수수께끼를 푸는 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 상상력(imagination)이다. 골프장에서 상상력은 무궁무진할수록 좋다. 티잉 그라운드에서 미리 자신의 볼이 날아가는 모습을 그려본 뒤 스윙을 하고 두 번째 샷, 어프로치 샷도 상황에 맞는 샷을 상상해본 뒤 경기를 풀어 가면 골프의 묘미가 달라진다. 아무 생각 없이 날리는 샷과 상상력을 거친 뒤 날리는 샷은 질이 다르다. 그냥 허공에 대고 활을 쏘는 것과 표적을 정해 활을 쏘는 것이 다르듯이.



 



상상력은 실제로 코스를 공략할 때뿐만 아니라 좋은 스윙을 몸에 익히고 재현하는 데도 탁월한 효과를 발휘한다. 좋은 스윙을 만들기 위한 상상력이란 정확히 표현하면 가상의 이미지를 만들어내 그 이미지를 실천하는 것이다. 



 



초보 시절 헤드업을 방지하기 위해 나만의 이미지를 개발해 효과를 봤었다. 헤드업이나 스웨이를 방지하기 위해 낚싯바늘을 코에 꿰고 낚싯줄을 바닥에 고정해놓았다는 상상을 하며 스윙 연습을 했다. 몸을 흔들고 고개를 들거나 허리를 펴면 코에 걸린 낚싯바늘이 코를 찢을 터이니 철저하게 머리를 고정시키고 스윙해야 한다. 요동치는 상체의 중심을 잡고 머리가 들리거나 전후좌우로 움직이는 것을 막는 데도 매우 효과적이었다.



 



이후 골프 스윙에 도움이 되는 많은 이미지를 만들어내 머리에 각인시키는 게 버릇이 되다시피 했다. 기관차와 객차의 이미지도 꽤 효과적이었다. 기관차는 앞에서 끌고 객차는 뒤에서 끌려가야 열차가 궤도를 이탈하지 않고 달릴 수 있다. 스윙에선 왼쪽 골반과 왼 허벅지, 왼손등이 기관차고 클럽 헤드와 오른팔이 객차에 해당된다. 아마추어들이 자주 범하는 실수가 몸통이 돌기 전에 클럽헤드를 먼저 보내려고 하는 바람에 정상적인 스윙 플레인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점이다. 몸통 회전에 따른 파워를 클럽에 싣지 못하고 스윙 궤도도 일그러져 비거리 방향성 모두 나빠진다.



 



이밖에도 도리깨, 단두대, 시계추, 그네 등의 이미지가 안정적인 스윙 구축에 도움이 되었다. 구력 30년을 넘기면서 희열을 느낄 정도의 놀라운 효과를 실감한 것은 '볼이 없다'는 이미지였다. 이른바 'No ball method'다. 많은 레슨 프로들이 애용하는 방법으로 새로운 것은 아니다. 앞에 쳐 보내야 할 볼이 놓여 있지만 볼이 없다고 생각하고 편하게 연습하는 듯한 스윙으로 볼을 날리는 방법이다. 



 



아마추어들의 최대 약점은 볼을 힘껏 쳐내야겠다는 욕심에 스윙이 급해진다는 것이다. 백스윙은 올라가다 말고 힘껏 치겠다는 생각에 몸은 경직되고 출렁이며 중심축도 무너진다. 팔로우도 충분히 이뤄지지 않는다.



 



'볼이 없다'는 이미지를 머릿속에 그리며 연습스윙 하듯 해봤더니 깜짝 놀랄 효과를 보았다. 스윙궤도가 좋아지고 스윙 아크도 커졌다. 중심축이 무너지는 일도 현저히 줄어들었다. 자연히 비거리도 전보다 10~20미터 늘어나고 방향성도 좋아졌다.



 
최근엔 손바닥만 한 뗏장 파내고 물수제비 뜨기 이미지로 큰 효과를 보고 있다.



공은 스위트 스팟에 맞아야 온전한 비거리와 탄도가 나온다. 그러려면 다운 스윙 때 공을 먼저 가격해야 한다. 클럽헤드가 먼저 공을 짓누르듯 때리고 공 앞쪽에 손바닥만 한 땟장이 파여야 제대로 된 스윙이 만들어진 것이다.



 



주말골퍼들이 범하는 가장 많은 잘못은 클럽이 내려오면서 공을 가격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80% 이상이 퍼 올리는 동작으로 스윙한다. 자연히 공은 스위트 스팟이 아닌 페이스 하단에 맞아 토핑이 나거나 뒷땅이 생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볼의 앞쪽(목표방향 쪽)에 손바닥만 한 뗏장이 파이도록 스윙하는 것이다. 이때 클럽 헤드가 급격히 올라가지 않도록 물수제비를 뜰 때의 손의 동작을 닮은 클럽을 목표방향으로 낮게 끌고 가는 동작을 하면 금상첨화다. 클럽 헤드가 갖고있는 로프트가 그대로 공에 전달되고 스피드와 방향성도 좋아진다. 



 



최근 7년 만에 에이지 슛(나이와 같거나 더 낮은 스코어를 내는 것)을 재현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공 앞에서 손바닥만 한 뗏장을 파고 물수제비 뜨기 동작의 이미지를 실천한 덕분임을 고백한다.



 



*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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