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회의 보고자료가 방심위 회의에 등장한 이유는

김고은 기자 2023. 10. 30.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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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희림 위원장 "참고하라"
'독립기구' 방심위 위원과 기자들에
방통위 국무회의 보고문건 배포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전체회의 방청을 위해 30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 19층 대회의실에 들어서자 낯익은 자료가 책상 위에 놓여 있었다. <가짜뉴스 근절 추진현황 및 법적근거>란 제목을 단 표지 위에는 ‘국무회의 부처보고’란 여덟 글자가, 아래쪽엔 작성 주체인 방송통신위원회 기관명이 크게 적혀 있었다. 방통위가 작성해 국무회의에 보고했고, 지난 26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위원들에게 배포된 자료였다.

최종적으로 대통령에게 보고되는 국무회의 자료가 독립기구인 방심위 회의 석상에 올라온 이유가 뭘까. 류희림 방심위 위원장은 이날 회의에 앞서 “우리 업무와 관련해서 방통위가 긴밀한 협력관계에 있고 거기(방통위)서 작성한 자료니까 참고하라”고 위원들에게 말했다. 지난 26일 국정감사에서 이동관 방통위원장은 방심위의 가짜뉴스 규제, 인터넷 언론 심의가 법적 근거가 없다는 지적에 해당 문건을 제시하며 충분한 근거가 있다고 반박했는데, 사실상 방심위도 같은 논리를 따른 셈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30일 전체회의에서 '참고 자료'로 배포한 방통위의 '가짜뉴스 근절 추진현황 및 법적근거' 국무회의 보고자료.

그러나 정부로부터 독립된 기구로서 방통위 산하기관도 아닌 방심위가 방통위 문건을 회의 ‘참고 자료’로 배포한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야권 측 윤성옥 위원은 “방통위 문건 깔아놓지 말라”며 “방통위원장 말만 믿고 내부 문제 제기 등 다 무시하고 처리하면 위원장의 법적 책임뿐 아니라 위원회 기구의 존립 문제가 생기게 된다”고 지적했다. 윤성옥 위원은 앞서 지난달 회의에서도 류희림 위원장 취임 후 방심위가 방통위의 ‘가짜뉴스 근절’ 추진과 보조를 맞추는 것 등에 대해 “방통위의 하명대로 업무처리를 하는 것에 대해 대단히 유감”이라며 “심의위원으로서 직무의 독립성에 대한 훼손”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윤성옥 위원은 방통위 보고서에 대해서도 “이동관 위원장이 인터넷 심의의 근거가 있다고 장담하던데, 인터넷 언론이 심의 대상인지 아닌지는 논쟁 사항이 될 것”이라며, 다만 “확실히 말씀드리고 싶은 건 인터넷 언론이 심의 대상이냐 아니냐를 차치하고 가짜뉴스와 허위정보를 규제할 근거 법률이 없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방심위 국장의 “김우석 위원에게 사죄”…왜?

이날 전체회의에선 류 위원장의 회의 운영 방식에 대한 야권 위원들의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공개된 회의 자리에서 방심위 국장이 심의위원에게 사과하도록 하고, 사전에 상정된 회의 안건을 변경한 것 등 때문이다. 이날 회의에 앞서 류 위원장은 ‘방송심의국장이 드릴 말씀이 있다’고 했고, 해당 국장은 지난 16일 전체회의 안건으로 상정된 김우석 위원에 대한 MBC측의 기피 신청 건과 관련해 미리 알리지 못한 점을 사과했다. 방송심의국장은 “김 위원에게 별도로 통보를 드려 해당 안건을 충분히 준비하게 해야 함이 마땅하나 누락하는 큰 실수를 범했다”며 “김우석 위원께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당시 김우석 위원은 자신에 대해 기피 신청이 들어온 것을 따로 통보받지 못하고 회의 당일에야 알게 되어 “방어권이 보장되지 않았다”며 방심위 사무처를 질타한 바 있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오른쪽)과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10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해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기자 등 방청인들에게 공개된 회의 자리에서 ‘사죄’ 표명을 하는 이례적인 상황에 대해 야권 위원들은 당혹감을 나타냈다. 김유진 위원은 “절차적 문제가 일부 있다고 해서 공개된 자리에서 담당 국장이 굴욕적으로까지 보이는 사과를 해야 하는 것인가”라며 “이 정도로 권위주의적으로 조직이 운영돼야 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윤성옥 위원도 “자발적인 것이었나, 위원장의 지시사항이었냐”고 물었다.

류 위원장은 지시한 적 없다고 답했고, 김우석 위원은 “사과받아야 마땅하다고 생각하고, 자발적인 사과를 감사히 받았는데, 왜 다른 위원이 왈가왈부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오히려 불쾌감을 나타냈다.

또한, 류 위원장은 이날 상정된 안건을 변경하는 결정까지도 여권 다수로 밀어붙여 “민주적 회의 운영과 동떨어져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당초 이날 회의에선 지난 9월25일 전체회의에서 과징금 제재가 확정된 KBS ‘뉴스9’, JTBC ‘뉴스룸’, YTN ‘뉴스가 있는 저녁’ 등 3건에 대해 과징금 액수를 결정할 계획이었으나, 류 위원장은 “MBC ‘PD수첩’ 등 세 군데 과징금 결정이 11월13일 전체회의에서 있을 예정”이라며 그때 병합해서 같이 의결할 것을 주장했다.

이에 윤성옥 위원은 “오늘 안건이 정상적으로 상정됐는데 날짜를 굳이 미뤄 병합해서 해야 할 이유가 뭐냐”며 “병합해서 처리하면 어떤 위반 사항인지 명확하지 않은 문제점이 있다”고 반대했다. 김유진 위원도 “오늘 올라온 안건을 굳이 처리하지 않고 한꺼번에 할 필요성을 모르겠다”며 “이렇게 매번 편의적으로 회의를 운영하는 게 적절한가”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류 위원장은 “과징금 확정은 어차피 중복되는 내용이고 효율적 회의 진행을 위해서”라며 여권 다수 의견을 따라 안건 병합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PD수첩’, JTBC ‘뉴스룸’(2건), YTN ‘뉴스가 있는 저녁’ 등 총 6건에 대한 과징금 액수는 11월13일 전체회의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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