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CEO 물갈이 초읽기…라임·옵티머스 제재에 거취 달라질 듯
당국 제재 따라 정영채 NH투자증권, 박정림 KB증권 교체 달려
국감 나온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최희문 메리츠증권도 전망 엇갈려
(시사저널=허인회 기자)
미래에셋증권이 경영진 교체 신호탄을 쏘아올린 가운데 증권업계 최고경영자(CEO) 물갈이가 시작될지 주목되고 있다. 내년 3월까지 국내 10대 증권사 수장 가운데 7명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어서다. 특히 올해 증시 침체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리스크 관리 등으로 예년보다 낮은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보여 장수 CEO가 많은 증권업계에 인사 칼바람이 부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금융위 제재 향방에 업계 떠나야 할 수도
올해 증권업계의 임원인사는 미래에셋이 출발을 끊었다. 미래에셋그룹은 최근 대규모 임원인사를 단행하면서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회장의 퇴임을 선택했다. 최 회장은 그룹의 창업멤버이자 26년간 미래에셋자산운용 대표를 지냈다. 미래에셋증권 역시 8년을 이끌면서 연임이 유력해보였다. 하지만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은 세대교체를 내세워 분위기를 쇄신했다. 이에 장수 CEO가 많은 증권업계에 대표 물갈이가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는 상황이다.
관심이 모이는 것은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 박정림 KB증권 대표의 거취다. 이들은 금융위원회의 라임·옵티머스 판매에 따른 최종 징계를 앞두고 있다. 앞서 박 대표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2020년 11월, 정 대표는 이듬해 3월 라임·옵티머스 판매와 관련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 위반 등을 이유로 '문책 경고'의 중징계를 받았다. 금융당국 제재심의 절차는 '금감원 제재심→금융위 증선위→금융위 정례회의 의결'의 3단계를 거쳐 진행된다.
하지만 금융위는 지난해 3월 징계 심의를 중단했다. 당시 금융위는 "제재 조치 간 일관성과 정합성, 유사 사건에 대한 법원의 입장, 이해관계자에 미치는 영향 등을 충분히 확인하고 검토한 뒤 심의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중단 사유를 설명했다. 그러다 지난 연말 손태승 전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DLF(파생결합펀드) 손실 사태와 관련해 금융당국으로부터 받은 중징계를 취소해달라고 낸 행정소송에서 금감원의 문책 경고 징계를 취소한 원심을 확정되면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소송에서는 졌지만 대법원 판례 확립으로 제재 판단 기준을 둘러싼 법리적 불확실성이 해소됐다고 판단해서다.
금융위는 이르면 오는 1일, 늦어도 내달 중으로 정례회의를 열고 이들에 대한 제재를 최종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제재 수위가 중요한 이유는 문책 경고 이상 제재가 확정될 경우 연임과 3∼5년간 금융권 취업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최현만 회장의 퇴임도 미래에셋증권의 라임 펀드 특혜성 환매 의혹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미래에셋증권을 통해 일부 유력인사가 라임 펀드를 환매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검찰은 지난 8월 미래에셋증권을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증권업계 일각에선 정 대표와 박 대표가 중징계를 피하더라도 연임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관련 사태 후폭풍이 여전한 상태에서 '라임·옵티머스' 꼬리표가 계속 이어지는 것이 그룹 수뇌부 입장에선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아울러 박 대표의 경우 내달 취임을 앞둔 양종희 KB그룹 회장 내정자와 수장 자리를 놓고 경쟁했던 터라 교체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내부통제 미비로 국감 나온 CEO…의혹 벗어날까
국감 리스크를 안고 있는 CEO도 있다.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6연임을 노리고 있다. 정 사장은 2019년 대표직에 오른 뒤 5연임에 성공한 바 있다. 정 사장의 실적은 긍정적이다. 올 상반기 당기순이익 4310억원으로 업계 1위를 기록해서다.
하지만 내부통제 관련 리스크도 안고 있다. 정 사장은 한국투자증권의 스타트업 보수 미지급과 기술탈취 의혹 등으로 지난 26일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했다. 당시 정 사장은 "계약서 상에 나와있는 그대로 이행했다"고 해명했다.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회장이 최근 '내부 안정'을 강조한 터라 연임 가능성이 높지만 내부통제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물을 가능성이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14년째 메리츠증권을 이끌고 있는 최희문 대표의 거취도 관심사다. 지난 17일 국감장에 나온 최 대표는 이화전기 거래정지 사태부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고금리 문제와 임원진의 성과급 잔치, 내부통제 미비 등의 질의에 진땀을 뺐다. 이런 가운데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화전기 거래정지 사태에 대해 최 대표가 위증을 했다며 고발을 시사하기도 했다. 큰 구설수 없이 메리츠증권을 이끌어 온 최 대표로선 큰 위기를 맞이했다는 분석이다.
김상태 신한투자증권 대표도 갈림길에 섰다. 올해 초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이 취임하면서 김 대표는 거취에도 불확실성이 커졌다. 특히 김 대표의 강점이었던 IB 부문 실적은 40% 넘게 감소하면서 긴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진 회장이 취임 후 계열사 대표들을 교체했다는 점과 김 대표가 정통 '신한맨'이 아니라는 점도 불확실성을 더하는 요소다.
6년간 삼성증권을 이끌고 있는 장석훈 대표는 연임이 점쳐지고 있다. 올 상반기 전년 동기 대비 34% 증가한 5094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한 데다 부동산 PF와 관련해 보수적으로 운용해 손실 가능성이 낮다는 점이 연임에 청신호다. 하지만 삼성그룹 내 장기 연임한 전례가 없다는 점에서 교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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