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영 칼럼] 여야, 이영애 기부 선행 반만 닮아도
이영애에 극성 야권 린치
정치권이 그럴 자격 없어
그에게 쏟아진 비난 중 "역사의식이 없다"는 정도는 약과다. 일부 극렬 야권 지지층은 "삼중수소 같은 여자"라고 인신공격을 퍼부었다. 한때 '산소 같은 여자'라는 화장품 광고 카피로 인기를 끌었던 그를 핵 오염물질에 빗댄 것이다. 일종의 '집단 린치'나 다름없었다. 한 진보매체는 이영애에게 "이승만의 과거를 꼼꼼히 보라"고 '훈계'했다. 이승만이 친일파 청산에 미온적이었거나, 좌우가 격돌했던 해방공간에서 과오를 저질렀다는 지적이었다.
특히 한 좌파 유튜브는 그의 기부가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연관돼 있다는 가짜뉴스까지 내보냈다. 그러면서 황당하게도 기부 취지인 '자유민주주의'가 평소 윤 대통령의 발언과 일맥상통한다는 정황을 근거로 제시했다.
물론 야권 일각의 주장처럼 이 전 대통령은 정부 수립 초 친일 부역 혐의자를 요직에 기용하거나, 장기집권을 꾀한 과오는 있다. 그러나 인재풀이 부족하긴 마찬가지였던 북한 김일성 정권 초대 내각엔 친일파 인사들이 더 많았다. 특히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 세습독재의 결과로 북한이 지금 세계 최빈국이라면?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로 선진국을 향한 기틀을 세운 그의 공은 공대로 인정하는 게 당연하다.
그럼에도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도 "우리 당에서 누구도 이영애씨가 이승만(기념관)에 기부했다고 해서 크게 당 차원에서 문제 삼거나 하지 않았다"고 했다. 은근히 이번 기부가 못마땅하다는 투다. 하지만 이영애는 그간 장애인단체, 보육원, 산불 피해 주민들에게도 온정의 손길을 보냈었다. 심지어 박정희·김영삼은 물론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재단에도 후원한, 한결같은 '기부 천사'였다.
심리학자 조너선 하이트가 그랬던가. "인간은 감정으로 믿음을 정하고 난 뒤에 그 합당한 근거를 찾는다"고. 이번에 이영애의 '비좌파적 기부'가 마음에 들지 않자 '선택적으로' 공세를 퍼붓는 야권이 그 짝이다. 다행히 이영애는 이에 주눅 들진 않았다. "우리나라가 (북한 같은) 독재 공산국가가 됐다면 우리 아이들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하고 자유가 없는 곳에서 살고 있을 것"이라고 당당하게 맞섰다.
사실 작금의 우리 사회에서 연예인을 '딴따라'라며 얕잡아 보는 풍조도 없지 않다. 그러나 과연 정치권에서 이영애만큼 '가진 자의 도덕적 책무'를 제대로 실천해온 인사가 있나. 당 대표 부인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에 휘말려 있는 터에 이념적 확증편향에 갇혀 이영애의 기부를 매도하는 야권은 논외로 치자. 윤 대통령을 포함해 여권 지도층 중에도 누가 그만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보여줬나. 그러긴커녕 최근 요직 개편 때 용산의 용인술은 이를 철저히 역행한 꼴이다. 대법원장 후보나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 등에 도덕성에 하자가 있는 인사를 발탁해 국민의 부아만 돋우면서. 강서구청장 보선 참패는 그 대가였다.
그러니 여태껏 여야 지도부가 상대의 실책과 부도덕성에 따른 반사적 지지에만 기대 비호감 경쟁을 벌이고 있을 법하다. 그래서 "여야 어느 쪽도 도덕성과 능력의 우위를 보여줄 자신이 없으니 상대에게 '종북 좌파' '꼴통 보수'라는 꼬리표를 붙여 정쟁만 벌이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김경률 회계사)는 분석이 그럴싸하다.
이쯤 되면 여야 모두 "너나 잘 하세요"(영화 '친절한 금자씨'의 명대사)란 말을 들어야 할 판이다. 제발 한국 정치가 이영애 기부 선행의 반만 닮아도 좋겠다. 극단적 '갈등 공화국'의 수렁에서 헤어나 품격 있는 나라로 발돋움하려면 말이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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