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국민·고위공직자 사이에 콘크리트 벽 있다" 탁상행정 불호령

강도원 기자 2023. 10. 30.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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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회의서 민생정책 강조
"현장 찾아 살아있는 정책 만들라"
각부처 장·차관에 민생행정 강조
"국민 외침에 신속하게 응답해야"
중대재해법 등 '현장 절규' 전달
"전세사기범 끝까지 추적해 처단"
약자보호 '특경가법' 개정 촉구도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열고 민생 현안 해소에 대한 정책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경제]

“국민들은 정부 고위 공직자와의 사이에 원자탄이 깨져도 무너지지 않을 것 같은 콘트리트 벽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사이에 작은 틈이라도 열어 숨소리와 목소리가 전달되기를 간절히 원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국무회의에서 이같이 강경 어조로 정부 고위 공직자들에게 불호령을 내렸다. 정부 부처의 고위 공직자들이 탁상행정을 하지 말고 직접 민생 현장을 찾아가 국민들의 목소리를 들으라는 취지의 발언이었다. 경기 부진 속에 고물가·고금리 장기화까지 겹쳐 가계 및 기업의 형편이 한층 팍팍해지고 국정지지율에 악영향을 미치자 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민생 정책 개발을 독려하고 나선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 모두 발언에서 ‘현장’을 총 12번, ‘민생’을 8번, ‘절규’를 3번 언급했다. 특히 “저도 민생 현장을 더 파고들 것”이라며 “장·차관, 청·실국장 등 고위직은 앞으로 민생 현장, 행정 현장을 직접 찾아 살아 있는 정책을 만들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회의 마무리 발언에서는 “우리가 아는 이야기라도 현장에서 목소리를 들으니 더 생생하게 문제의 본질을 파악할 수 있게 되고 심각성도 피부에 와닿는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정부 출범 1년 6개월이 지난 지금 고용률 통계는 62.6%로 역대 어느 정부보다 높다”며 “민간 주도로 52만 6000명의 신규 취업자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일자리는 많이 늘렸지만 경제 상황이 악화하는 현시점에서 민생 현장을 더 챙기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대통령실이 이날 공개한 민생 현장 방문 결과에 따르면 △50인 이하 소규모 사업장 내년 적용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소상공인 전담 정책금융기관 신설 등 소상공인 소통창구 강화 △온라인 플랫폼 과도한 수수료 인상·배달료 후려치기 독소조항 강요 등 갑질 △재래시장 현대화 사업 개선과 온누리상품권 사용 점포 확대 △서울시와 국토부의 청년주택 기준 일원화 △부양하지 않는 부모를 인적공제 항목에 넣어 고령부모의 생계급여가 중단 △초등학교 늘봄학교 확대 △수도권 쏠림 현상으로 인한 지역의료 인력·시스템 부족 △의과학전문대학원 설치 등이 건의됐다.

윤 대통령은 국회에 민생 관련 법안 처리도 당부했다. 특히 전세사기 등 약자 보호를 위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개정’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전세사기는 피해자 다수가 사회 초년생인 청년들로, 미래 세대를 약탈하는 악질적인 범죄”라며 “검찰과 경찰은 전세사기범과 그 공범들을 지구 끝까지라도 추적해 반드시 처단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또 “지금까지 피해 구제 신청이 접수된 1만 543건 중 7590건의 신청에 대해 피해 지원 결정을 내렸다”며 “경매 유예, 대환대출, 긴급복지 등의 맞춤형 지원을 했고 전세사기 범죄자 100여 명을 구속했다”고 덧붙였다. 중소기업 기술 탈취에 대해서도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한 뒤 “상생협력법 개정을 위한 국회의 신속한 논의를 다시 한 번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이날 윤 대통령은 현 정부의 연금 개혁 의지에 대한 국민들의 의구심을 푸는 데도 집중했다. 그런 차원에서 반드시 연금 개혁을 이뤄내겠다고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을 두고 ‘숫자가 없는 맹탕’이라거나, 선거를 앞둔 몸 사리기라는 비판 의견도 있다”며 “연금 개혁은 뒷받침할 과학적 근거나 사회적 합의 없이 결론적 숫자만 제시하는 것으로 마무리 지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최고 전문가들과 80여 차례 회의를 통해 과학적 근거를 축적했고 24번의 계층별 심층 인터뷰를 통해 의견을 꼼꼼히 경청하고, 여론조사를 실시해 방대한 데이터 자료가 만들어졌다”고 소개했다. 이어서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연금 개혁의 국민적 합의 도출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윤 대통령이 최근 연일 민생 메시지를 던지면서 저조했던 지지율은 반등세로 돌아섰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이달 23~27일 5일간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06명을 대상으로 윤 대통령 국정수행평가를 조사한 결과 35.7%가 ‘잘함’이라고 응답했다. 이는 직전 주보다 3.2%포인트 상승한 수준이다. 지역별로는 부산·울산·경남(PK)과 인천·경기 등 대부분 지역에서 소폭 상승세를 보였다. PK 지지율은 43%로 전주(35%) 대비 8%포인트 상승했다. 또 인천·경기는 34.7%로 1주일 전보다 5.9%포인트 올랐다. 광주·전라는 19%, 대전·세종·충청은 34.3%로 전주 대비 소폭 상승했다. 다만 서울 지지율은 34.2%로 전주(35.5%) 대비 1.3%포인트 내렸다.

강도원 기자 theone@sedaily.com전희윤 기자 heeyo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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