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 군사작전 장기화에 고민 깊어지는 젤렌스키

유태영 2023. 10. 30.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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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팔 전쟁'에 서방 관심 쏠릴까
유럽서도 헝가리 총리 ‘몽니’ 우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이 장기화하면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충돌 직후 이스라엘에 전적인 지지를 표하면서 우크라이나를 미국 편에 굳건히 세웠지만, 중동 아랍 국가들과의 관계가 불편해졌기 때문이다. 더욱이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은 세계인의 관심에서 멀어졌고, 최근 새로 선출된 미국 하원의장은 우크라이나 지원에 회의적인 태도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 11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제16차 우크라이나방위연락그룹(UDCG)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젤렌스키 “하마스와 러시아는 악” vs 아랍 국가들 “이스라엘이 러시아와 더 비슷”

미국 워싱턴타임스(WP)는 29일(현지시간) 이스라엘에 대한 젤렌스키 대통령의 즉각적이고 강력한 지지가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 아랍 및 이슬람권 국가의 지원을 얻으려고 거의 1년간 기울인 노력을 위태롭게 만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약 1400명이 사망한 하마스 무장대원들의 이스라엘 급습(10월7일) 직후인 지난 9일 나토 회의에서 하마스와 러시아는 “똑같은 악”이라며 “유일한 차이는 거기에는 이스라엘을 공격한 테러 조직이 있고, 여기에는 우크라이나를 공격한 테러 국가가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에 드론 등을 공급하는 이란이 하마스 배후라는 점도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같은 입장을 내놓는 데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이 4주째에 접어들며 팔레스타인 민간인 사상자가 급증함에 따라 이번 충돌은 우크라이나에 가장 어려운 외교적 시험대가 되고 있다고 WP는 짚었다.

튀르키예,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등 우크라이나를 도와온 국가들이 “서방이 가자지구에 이중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고 비난하고 나서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들 국가는 서방이 우크라이나 민간인 사망에 대해서는 광범위한 비난을 가하면서 이스라엘 비판에는 소극적이라고 지적했다. 하마스와 러시아를 한데 묶어 ‘악’이라고 규정한 젤렌스키 대통령의 입장과 결이 달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누적 8000명을 넘어선 가자지구 민간인 희생자에 대해서는 아직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 러시아 의식 젤렌스키 방문 거절”

중동연구소의 평화구축 전문가인 란다 슬림은 젤렌스키의 친이스라엘 입장이 “말이 안 된다”며 “많은 아랍, 무슬림 국가들이 이스라엘·우크라이나의 유사성보다 이스라엘·러시아 간 유사성이 더 크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하마스의 만행 직후 이스라엘 방문 의사를 전달했는데, 이스라엘 정부는 젤렌스키의 제안을 거부했다고 슬림은 덧붙였다. 이번 충돌 이후 이스라엘에 대한 간헐적 공격을 이어가고 있는 시리아에 러시아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러시아를 의식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스라엘 인구 중에는 러시아 출신 유대인도 많다.
마이크 존슨(공화·루이지애나) 신임 미 하원의장. AP뉴시스
◆신임 美 하원의장 “이스라엘 지원안, 우크라이나와 분리 처리”

젤렌스키 대통령의 더 큰 고민거리는 마이크 존슨 신임 미 하원의장이다.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에 부정적인 그는 29일 폭스뉴스에 나와 “우리는 이번주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별도 법안을 하원에서 처리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0일 우크라이나(614억달러), 이스라엘(143억달러) 지원 예산 등을 묶어 1050억달러(약 142조) 규모의 예산안을 제출했는데, 이스라엘 지원 예산만 따로 떼내어 신속히 처리하겠다는 것이다.

존슨 의장은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는 했지만, 우크라이나에 지속적인 지원을 하고 있는 백악관의 궁극적 목표가 뭔지 의문을 나타냈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오리시아 루체비치 연구원은 WP에 “우크라이나는 미국의 지원이 줄어들 가능성에 대비해 왔다”며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완전히 버린다면 매우 어려울 테지만, 자체 보유한 자원과 유럽에서 지원 받은 자원으로 계속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가 26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유럽에서도 헝가리 총리 ‘몽니’ 우려

하지만 유럽 쪽 상황도 만만치 않다. 특히 헝가리의 빅토르 오르반 총리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유럽연합(EU)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500억유로(71조원) 규모 지원안을 2023∼2027년 예산안에 반영해 12월 처리할 계획인데, 최근 중국에서 열린 일대일로 포럼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고 온 오르반 총리가 이를 거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EU 예산안은 27개 회원국 만장일치가 있어야 승인된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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