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 군사작전 장기화에 고민 깊어지는 젤렌스키
유럽서도 헝가리 총리 ‘몽니’ 우려
미국 워싱턴타임스(WP)는 29일(현지시간) 이스라엘에 대한 젤렌스키 대통령의 즉각적이고 강력한 지지가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 아랍 및 이슬람권 국가의 지원을 얻으려고 거의 1년간 기울인 노력을 위태롭게 만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약 1400명이 사망한 하마스 무장대원들의 이스라엘 급습(10월7일) 직후인 지난 9일 나토 회의에서 하마스와 러시아는 “똑같은 악”이라며 “유일한 차이는 거기에는 이스라엘을 공격한 테러 조직이 있고, 여기에는 우크라이나를 공격한 테러 국가가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에 드론 등을 공급하는 이란이 하마스 배후라는 점도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같은 입장을 내놓는 데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이 4주째에 접어들며 팔레스타인 민간인 사상자가 급증함에 따라 이번 충돌은 우크라이나에 가장 어려운 외교적 시험대가 되고 있다고 WP는 짚었다.
튀르키예,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등 우크라이나를 도와온 국가들이 “서방이 가자지구에 이중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고 비난하고 나서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들 국가는 서방이 우크라이나 민간인 사망에 대해서는 광범위한 비난을 가하면서 이스라엘 비판에는 소극적이라고 지적했다. 하마스와 러시아를 한데 묶어 ‘악’이라고 규정한 젤렌스키 대통령의 입장과 결이 달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누적 8000명을 넘어선 가자지구 민간인 희생자에 대해서는 아직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 러시아 의식 젤렌스키 방문 거절”
중동연구소의 평화구축 전문가인 란다 슬림은 젤렌스키의 친이스라엘 입장이 “말이 안 된다”며 “많은 아랍, 무슬림 국가들이 이스라엘·우크라이나의 유사성보다 이스라엘·러시아 간 유사성이 더 크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더 큰 고민거리는 마이크 존슨 신임 미 하원의장이다.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에 부정적인 그는 29일 폭스뉴스에 나와 “우리는 이번주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별도 법안을 하원에서 처리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0일 우크라이나(614억달러), 이스라엘(143억달러) 지원 예산 등을 묶어 1050억달러(약 142조) 규모의 예산안을 제출했는데, 이스라엘 지원 예산만 따로 떼내어 신속히 처리하겠다는 것이다.
존슨 의장은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는 했지만, 우크라이나에 지속적인 지원을 하고 있는 백악관의 궁극적 목표가 뭔지 의문을 나타냈다.
하지만 유럽 쪽 상황도 만만치 않다. 특히 헝가리의 빅토르 오르반 총리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유럽연합(EU)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500억유로(71조원) 규모 지원안을 2023∼2027년 예산안에 반영해 12월 처리할 계획인데, 최근 중국에서 열린 일대일로 포럼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고 온 오르반 총리가 이를 거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EU 예산안은 27개 회원국 만장일치가 있어야 승인된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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