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씨앗을 품는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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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결실을 맺은 계절에 씨앗을 품어도 괜찮아.' 도심 이동 중 마주한 전광판 문구에 시선이 간다.
늦었지만 시작하는 것도 좋아, 혹은 결실을 맺었으니 이제 다시 시작해야지, 정도로 뜻을 새겨보다 어느 쪽이든 의미있다는 생각에 이른다.
지난해 가을 13년간 물길을 막고 있던 담양군과 순창군 사이의 물막이벽(차수벽)을 허물자는 논의가 시작되어 올가을 결실을 맺은 것처럼 말이다.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차수벽을 철거해 인근 순창군에서 유입되는 물을 확보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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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어촌공사의 본업은 풍년 농사를 위한 적기 적량의 농업용수 공급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기상이변으로 수해와 가뭄이 잦아지면서 기존과는 다른 방식의 용수공급 체계가 필요한 상황이다. 필자가 근무하는 전남 담양지역도 지난 5월까지 13개월 이상 지속된 가뭄으로 주요 저수지 평균 저수율이 50% 아래로 떨어져 제한급수를 실시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물부족 문제에 시달려왔다.
관내 최대 저수지인 담양호는 지난해 영농기 이후 저수율이 30% 이하로 내려가면서 용수확보 방안이 요구됐다.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차수벽을 철거해 인근 순창군에서 유입되는 물을 확보하는 것이었다. 이에 담양군과 공사는 지난해 가을부터 순창군과 차수벽 철거 논의를 시작했다. 2010년 가뭄 당시 담양군과 순창군 사이에 2m 높이의 차수벽이 세워졌고, 순창에서 담양호로 유입되는 물길이 막힌 이래 담양호의 저수율은 60%를 넘기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담양군의 물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년 넘게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결과 올 가을 공사와 담양군, 순창군 간의 업무협약이 체결됐다. 13년 만에 차수벽을 철거하기로 한 것이다. 이런 값진 결과는 공감과 공유의 힘이 발휘된 덕분이다.
차수벽 해체는 가뭄 때마다 회자되는 안건이었으나, 행정구역상 광역경계를 넘는 수리권 다툼에 주도적인 추진 주체가 없는 상황이었다. 이에 공사는 지난 가을부터 14차례 이상의 공청회와 방문 협의, 실무자 간담회 등을 열어 구림면 주민들과 지자체 직원들의 '공감'을 끌어냈다.
차수벽 해체에 앞서 대체시설을 설치하고, 유량이 풍부한 시기에 잉여수를 유출하는 것이라 구림보 인근 주민들의 용수 이용에 불편함이 없다는 사실을 정확한 데이터로 만들어 '공유'했다. 이와 같은 적극적인 노력의 결과, 공사와 양 지자체는 지난 8월, '가뭄과 홍수조절 공동 대응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으며 현재 차수벽을 대체할 수 있는 전도수문 설치 설계와 지역 용수공급로 설치에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대체 시설이 완공되면 담양호로 이어지는 도수터널 내 차수벽을 철거할 계획이다.
지난 가을 씨를 품었던 논의가 결실을 맺어 풍요로운 가을맞이에 기분좋은 요즘이다. 이 가을, 지역 영농에 도움이 될 다른 씨앗 하나를 찾아야겠다. 수확을 마쳤으니 지금이야말로 씨를 품기에 적기이니까. 공감과 공유의 손길로 씨앗을 품는다면 또다시 풍성한 열매를 맺을 거라 기대해본다.
김종일 농어촌公 담양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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