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령인구 감소에도 청소년 뉴스를 만드는 이유 [스핀오프]

권상민 2023. 10. 30.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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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핀오프 '하이니티'
학생 의견이 교육 보도에 반영되지 못해
레거시 미디어의 한계에 도전

스핀오프는 기존 작품에서 파생된 작품을 뜻합니다. 스타워즈나 마블 영화에서 유행하는 개념으로 조연급 캐릭터가 번외의 이야기를 이끌어갑니다. 요즘엔 언론사도 스핀오프를 만듭니다.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새로운 뉴스에 도전하죠. 하이니티는 이데일리의 스핀오프입니다. 청소년을 위해 숏폼으로 뉴스를 만듭니다. 뉴스에서 멀어지는 젊은 독자를 사로잡기 위해 하이니티가 어떤 도전을 하고 있는지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이데일리 권상민 기자] 하이니티는 ‘하이스쿨 커뮤니티’를 줄인 말입니다. 태생부터 중고생을 염두에 두고 만들었습니다. 이는 버티컬 미디어가 유행하는 뉴스업계에서도 흔치 않은 사례입니다. 저출산 탓에 학령인구가 빠르게 줄고 있기 때문입니다. 작년 기준 국내 중고생 수는 270만 명. 330만 명인 부산시 인구보다도 적습니다. 2030년에는 245만 명까지 줄어들 예정입니다. 2년 전, 처음 하이니티를 구상했을 때 주변에서 걱정한 이유입니다. 성장하는 시장에 뛰어들어도 모자랄 상황에 쪼그라드는 시장에 뛰어들겠다고 하니까요. 하이니티는 숫자 뒤에 숨은 가능성에 주목했습니다.

청소년 길거리 인터뷰 (사진=하이니티)
학생 숫자 뒤에 숨은 가능성

미디어 시장에서 교육 콘텐츠는 필수재에 가깝습니다. 시장이 크든 작든 사라질 수 없습니다. 생애 주기상 누구나 한 번은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어른이 돼도 자식을 위해 또 보게 됩니다. 우리나라는 뜨거운 교육열 덕분에 관련 종사자도 많습니다. 학부모는 물론이고 교사, 학원 강사, 입시 전문가 등으로 확장할 가능성이 큽니다.

사교육 시장은 학생 수 감소에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습니다. 올해 초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초중고 사교육비 총액은 26조 원.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학원 숫자도 11만 7000여 개로 4년 전에 비해 3만여 개가 늘었습니다. 요즘엔 명품을 소비하는 10대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페이스북에서 명품을 사고 유튜브에 명품 리뷰 영상을 올립니다. 가정당 자녀 수는 줄어도 자녀당 구매력은 늘고 있음을 보여 줍니다.

청소년을 타깃으로 하는 대형 유튜브 채널의 등장도 하이니티의 가능성에 힘을 보탭니다. 입시나 연애를 주제로 몇몇 유튜브 채널은 수십만의 학생을 포함해 백만명 넘는 구독자를 모았습니다.

오히려 뉴스업계가 구조적 문제로 청소년 시장을 주목하지 않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언론사 뉴미디어 인력은 20대 후반에서 30대 후반이 많습니다. 생애 주기에서 청소년에 가장 무관심할 시기입니다. 내가 청소년이던 과거는 너무 멀어졌고 자식이 청소년일 미래는 오지 않았으니까요. 버티컬 주제를 정하는 기준에서 담당자의 취향이 많이 반영되는 업계 현실에 비춰 보건대 이 시장이 관심을 받기는 쉽지 않습니다.

생애주기별 청소년 관심도 (사진=권상민 기자)
족보닷컴 보도에서 볼 수 없는 학생들 입장

청소년 버티컬 미디어에 도전할 중요한 이유가 또 있습니다. 하이니티를 만들면서 학생들 의견이 교육 관련 보도에 반영되지 못하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족보닷컴이 좋은 사례입니다. 족보닷컴은 전국 중고등학교 내신 기출 문제를 공유하는 사이트입니다. 중간 기말고사를 앞둔 학생들이 과목당 1000원 정도를 내고 자기 학교 기출 문제를 찾아봅니다.

2022년 7월 한 방송사가 저녁 메인 뉴스 시간에 족보닷컴을 다뤘습니다. 시험 문제를 출제한 교사들의 저작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보도였습니다. 그전까지 족보닷컴의 존재를 몰랐던 저는 보도가 말하는 그대로 족보닷컴에 문제가 있다고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함께 일하는 대학생 인턴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교사들 입장만 담겼다며 저작권 문제를 넘어서 학생들이 겪고 있는 입장도 알려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요즘 대학 입시에서 수시 비중은 80%에 가깝습니다. 내신이 중요하기 때문에 학생들은 족보닷컴이 없어져도 어떻게든 기출 문제를 찾아볼 겁니다. 방법은 동네 학원. 학원을 다니면 지난 몇 년 치 시험지를 볼 수 있습니다. 혹은 인맥. 학생회 선배나 엄마 친구 아들을 통해서 작년 시험지를 받아야 합니다. 중간고사를 앞두고 누구는 사교육과 인맥으로 기출 문제를 보고 누구는 보지 못한다면 이는 공정한 경쟁일까요?

더 나아가 학교 기출 문제에 저작권을 얼마나 적용할지도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요즘 학교는 기출 문제를 공개하기도 합니다. 다만 방식과 절차가 학교마다 다릅니다. 어떤 곳은 학생들이 언제든지 볼 수 있도록 웹사이트에 올립니다. 어떤 곳은 학생이 개인적으로 교사에게 기출 문제 열람을 요구해야 하며 촬영도 할 수 없습니다.

앞선 방송사 보도가 너무 교사 입장만 전하지 않았나 생각이 듭니다. 하이니티는 대학생 인턴이 주장한 대로 학생 입장을 반영한 보도를 했습니다.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학교가 기출 문제를 보여주지 않아 족보닷컴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는 댓글이 이어졌습니다. 이처럼 서로 입장이 다른 사안을 두고 학생들 의견을 담지 못한 보도가 많습니다.

족보닷컴을 다룬 하이니티 보도와 댓글 반응 (사진=하이니티)
학령인구 감소에도 청소년 뉴스를 만드는 이유

사실 출입처 기반 취재가 많은 레거시 미디어에서 학생들 목소리를 담기는 쉽지 않습니다. 교육부와 교육청, 교사, 학부모와 달리 학생은 언론 담당자를 두거나 보도자료를 발행하는 조직이 없습니다. 기자가 학생 목소리를 담고 싶어도 길거리 인터뷰 같은 짧은 코멘트에 그치는 이유입니다. 교사나 학부모가 대신할 수 있지 않냐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그러기엔 족보닷컴처럼 서로 입장이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하이니티는 이 한계를 뛰어넘는 도전을 하고 있습니다. 태생부터 학생을 타깃으로 잡고 틱톡과 인스타그램에 뛰어들었습니다. 뉴스를 전달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DM을 받아 소재를 발굴하고 있습니다. 같은 소재도 학생 입장에서 새롭게 조명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도전은 하이니티의 성장을 넘어 교육 의제 설정과 여론 형성 과정에 기여할 거라 믿습니다. 하이니티가 학령인구 감소에도 청소년 뉴스를 만드는 이유입니다.

권상민 (heyyy@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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