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협력사들도 말리는 파업···철강산업 빨간불에 노사 갈등까지 발목
고로 중단땐 재가동에 수개월 걸려
국내외 3400개 고객 이탈 가능성
지역사회도 "경제 흔들린다" 우려
1인당 9500만원 수준 인상요구에
사측 "TF 만들어 협의하자" 제안
포스코의 노사 갈등이 심화하면서 사상 초유의 파업 가능성이 더 커지자 포스코 협력사와 포항 지역 사회단체, 산업계 등도 잇따라 단체행동 자제를 촉구하고 나섰다. 글로벌 철강 수요 감소와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경영 환경이 갈수록 악화되는 상황에서 파업을 단행하면 할 경우 태풍 힌남노 피해를 간신히 극복한 포스코와 하청 업체, 포항 지역 경기가 재차 심각한 위기를 맞닥뜨릴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 노조 측의 쟁의 조정 신청에 대한 중앙노동위원회의의 조정마저 불발되면 노조 측은 합법적인 파업권을 얻는다. 포스코 노조는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쟁의행위 찬반 투표에서 75%가 파업에 찬성했다. 조합원 1만 1145명 중 과반수 이상인 8367명(75.07%)이 찬성했고 반대는 2389명(21.44%), 기권은 389명(3.49%)에 그쳤다.
포스코 노조는 협상 과정에서 기본급 13.1% 인상, 조합원 대상 자사주 100주 지급, 성과인센티브(PI) 제도 신설, 중식비 인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사측은 노조가 요구하는 모든 조건을 수용할 경우 1조 6000억 원 규모의 인건비 추가 지출이 예상된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는 직원 1인당 약 9500만 원에 달하는 수준이다.
사측은 대신 기본급 6∼7% 인상, 주식 400만 원어치 지급, 일시금 150만 원 지급, 70% 수준의 정년퇴직자 재채용 등을 제시했다. 경영 성과금 제도 개선, 직무급제 도입, 복리 후생 제도 개선 등과 관련해 노사 합동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협의하자고 제안했다.
회사 관계자는 “상반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50% 이상 급감하는 등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조속한 타결을 위해 예년 대비 높은 임금 인상률을 제시했다”며 “원만한 합의를 위해 노조 측과 계속해서 대화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5월부터 진행된 교섭에도 불구하고 포스코 노조의 사상 첫 파업 가능성이 커지자 포항제철소 협력사를 비롯해 포항 지역의 사회단체·산업계·경제계 등은 잇따라 상생을 촉구하고 나섰다.
포항제철소 협력사협회(29개사)는 “포스코 노조가 단체행동에 돌입하면 국가 경제 전반이 흔들린다”며 “노사가 적극적으로 협상해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호소했다. 협회 관계자는 “원청 업체 (포스코) 직원들이 파업하면 일본이나 중국 철강 업체들이 글로벌 시장 확보에 더욱 적극적으로 뛰어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포스코 역시 국내 고객 1000여 개사와 해외 고객 2400여 개사들의 공급 차질로 인한 이탈을 우려하고 있다.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일본·중국 등 철강 경쟁사들만 수혜를 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포스코 직원대의기구인 포스코 노경협의회 근로자위원들도 사내 e메일을 통해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막대한 생산 차질과 영업이익 감소, 고객 신뢰 하락 등의 피해가 모든 직원에게 돌아오게 된다며 파업 추진 중단을 촉구했다.
포항상공회의소는 “포스코가 파업을 하게 되면 지역 경제와 국가 경제에 막대한 손실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며 “포스코가 국가 및 지역 경제에 미치는 지대한 영향을 고려해 하루 빨리 노사 간 원만한 합의점에 이르기를 강력해 촉구한다”고 전했다.
제철소의 조업 체계는 고로가 24시간 가동돼야 효율적인 생산 형태를 갖춘다. 5일 이상 가동을 멈추면 재가동에만 수개월이 걸린다. 이에 노조가 업무 중단에 나서면 파업 기간 외에도 고로 재가동 시간이 필요해 오랜 시간 생산 공정이 멈춰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파업으로 생산량이 줄어들면 원료를 납품받아 가공·판매하는 중견·중소 철강사의 생산 차질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자동차·조선·가전 등 주요 전방 산업의 수급난 초래도 우려된다.
철강 업계의 상황이 녹록하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중국 등 글로벌 경기가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며 힘겨운 상반기를 보냈는데 하반기 양상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포스코홀딩스의 올해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 분기 대비 각각 5.5%, 7.7% 감소했다. 올해 2분기까지 지난해 힌남노 영향에 따른 타격분을 회복하고 있었지만 시황 둔화가 발목을 잡았다.
4분기 전망도 좋지 않다. 엄기천 포스코 마케팅전략실장은 3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올해 전망을 ‘상저하고’로 잡았는데 2분기 정도에 상승하고 3분기부터 약세 전환한 상태”라며 “중국 감산 등이 기대만큼 크게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에 4분기에도 3분기에 이어 약세가 전망된다”고 말했다.
박민주 기자 parkmj@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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