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병원 실려 간 뒤 남은 세 아이… 밥해주고 책가방 싸준 소방관들
미국에서 임신한 응급환자를 이송시킨 소방대원들이 집에 남겨진 세 아이를 위해 ‘엄마’ 역할을 자처한 사연이 잔잔한 감동을 안기고 있다.
캘리포니아주(州) 로스 바노스에 사는 카렌 가르시아(33)는 지난 19일 이른 새벽 말로 설명하지 못할 끔찍한 일을 경험했다. 임신 35주 차였던 그에게 지독한 어지럼증이 찾아온 것이다. 잦은 현기증을 겪어온 그는 곧장 약을 찾아 먹었지만 소용없었다. 가르시아는 워싱턴포스트(WP)에 “모든 게 돌고 있었다. 끔찍했다”며 “경험해 보지 못한 매우 강한 증상이었다”고 그때를 회상했다.
그러나 아픈 가르시아를 도와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남편은 이미 3시간 거리에 있는 건설 현장으로 출근한 뒤였기 때문이다. 집에 남은 사람은 가르시아와 11·9·8살 난 세 자녀뿐이었고, 아이들 역시 모두 단잠에 빠져있었다. 그렇게 가르시아는 홀로 고통에 몸부림치다 3시간가량 구토를 반복해야 했다.
가르시아를 발견한 건 아침 7시쯤 잠에서 깬 아이들이었다. 가르시아는 화장실 바닥에 쓰러진 채 겨우 의식을 붙잡고 있는 상태였다. 겨우 911에 신고했지만 말할 힘이 없어 아이들이 대신 전화기를 붙잡고 엄마의 증상을 설명해야 했다. 다행히 잠시 후 응급 구조대원들이 도착했고 가르시아는 인근 병원 응급실로 보내졌다.
문제는 집에 덩그러니 남겨진 어린 세 아이였다. 가르시아 가족이 지난해 로스 바노스로 이사 온 탓에 친척들은 모두 먼 거리에 있었고, 연락이 닿은 가르시아의 오빠조차 도착하는 데 1시간 이상이 걸리는 상황이었다. 그런 아이들에게 기꺼이 시간을 내주기로 한 건 당시 현장에 출동했던 브라이언 톰슨(54) 대장과 동료 2명이었다.
여섯 아이의 아빠인 톰슨 대장은 먼저 아이들을 위한 요리를 시작했다. 오렌지 주스를 꺼내 따르고, 빵을 구워 토스트를 만들었다. 금방 신이 난 아이들도 그를 돕기 위해 팔을 걷었다. 식사를 마치고는 아이들의 책가방을 함께 쌌고 만화를 즐기기도 했다. 톰슨 대장은 “아이들이 집안 곳곳에서 장난감과 미술품들을 보여줬다”며 “내 아내와 아이들에게 이런 문제가 생겼을 때 누군가가 이렇게 해주길 바랐다. 우리는 서로를 보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영웅’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사이 가르시아의 오빠가 도착했고 아이들은 외삼촌의 도움으로 무사히 학교에 갈 수 있었다. 이후 아이들은 당일 오후 퇴원한 엄마에게 아침에 있었던 이야기를 들려주며 기뻐했다고 한다. 가르시아는 “오늘 같은 날 혼란스러워할 아이들을 보살펴 주는 사람이 있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것”이라며 “대원들의 팀워크가 빛났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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