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野 청년정치인이 말하는 “우리 당이 총선에서 승리하는 법”
김용태 “보수 연합할 수 있다면 총선 승리 가능…신당은 명분 없어”
하헌기 “대통령 변화 없으면 민주당 총선 낙승…오만해선 안 돼”
(시사저널=박성의·구민주 기자)
총선을 6개월 앞둔 지금, 용산과 여의도는 폭풍전야다. 당장 '강서 참패'를 목도한 여당은 혁신위를 띄웠고, 대통령실은 '이념보다 민생'을 강조하며 초심(初心)을 다잡는 모습이다. 보궐선거 완승을 거둔 민주당은 이른바 '가결파 색출'을 두고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
낙관보다 비관이, 기회보다 위기를 말하는 게 일상이 된 정치판. 과연 유권자와 각당은 어디에서 희망을 봐야할까. 시사저널은 31일부터 유튜브 채널 시사저널TV 《시사톡톡》 고정패널로 합류하는 김용태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 하헌기 전 더불어민주당 상근부대변인을 지난 27일 용산 사옥에서 만나 각 당이 처한 상황과 진단, 해법을 물었다.
여야를 대표하는 원외 청년 정치인이다. 서로를 평가한다면.
김용태(이하 김): "젊은 정치인답게 합리적인 목소리를 많이 내주시더라. SNS에 남겨주신 장문의 글 가끔 보며 저도 반성하곤 한다. 여야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잘 짚어주신다."
하헌기(이하 하): "김용태 전 최고위원이 참 고생 많다. 국민의힘이든 민주당이든 당내에서 합리적 목소리를 내는 일은 고달프다."
지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가 여당의 참패로 끝났다. 예상했나?
김: "예상했던 결과다. 후보를 다시 공천하는 과정에서부터 여당이 불리했던 선거였다. 우리를 뽑아달라고, 유권자에게 더 겸손하게 부탁하는 전략을 취해야 했다. 그런데 힘 있는 집권여당 앞세우고 대통령과 핫라인을 강조하는 시끄러운 전략을 내세웠다. 유권자와의 소통 면에서 부족했다."
하: "제가 가장 괴로웠던 선거가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였다. (민주당이) 후보를 내면 안 되는 선거에 후보를 냈다. 결국 심판 받았다. 이번 선거도 같았다. 고관여층이 (투표장에) 많이 나오는 게 보궐선거이니 지지층 결집하면 (여당이) 이긴다고 한 사람도 있었다. 사실이긴 하지만 그분들은 주로 영남‧60대 이상 지지층이다. 강서엔 2030세대가 많다. 정신승리를 그런 식으로 하면 심판 받을 수밖에 없다."
여당의 실점이 만든 결과라는 해석인데. 그렇다면 민주당은 득점 없이 손쉬운 승리를 거둔 셈 아닌가.
하: "민주당이 이겼다고 생각 안 한다. 오만하거나 우쭐해선 안 된다. 물론 선거 직전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부결, 고(故) 채 상병 사건 특검 패스트트랙 태운 것은 민주당이 잘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직전 이재명 대표 체포안 국면이 시끄러웠다. 가결파를 색출하겠다고 하고, 그것 때문에 민주당이 지지받아야 할 이유가 하나 사라진 채 선거가 치러졌다."
일각에선 이번 보궐선거가 여당이 아닌 '윤석열 대통령의 패배'라는 비판도 나온다. 실제 윤 대통령 지지율이 30%대 박스권에 갇힌 모습인데.
김: "여당으로선 반성해야 할 숫자다. 여당은 국정 운영에 무한 책임을 져야 하는데 1년 반 동안 전 정부 탓하고 이념으로 공격하며 갈라치기 했다. 국민이 처음 윤 대통령을 뽑았을 때의 기대와 지난 1년 반의 모습이 괴리가 있었다. 국민이 바라는 건 공정과 상식이다. 아직 바꿀 기회가 남아 있다."
윤 대통령이 보궐선거 이후 '이념 대신 민생에 집중하겠다'는 메시지를 냈다. 이 같은 기조 변화가 그 '기회'가 될 수 있을까.
김: "이제까지 대통령실 참모들이 대통령에게 왜곡된 정보를 전달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보선에서 지니 이제야 대통령도 지금 방향이 잘못됐다고 깨달으신 것 같다. 중요한 건 말이 아닌 행동이다. 이념에서 멀어 지겠다 했으니 대표적으로 '홍범도 장군 흉상 논란' 이제 덮어주시길 바란다. 그래야 비로소 국민이 정부여당이 달라졌다고 생각하니 않을까."
하: "올 한해 무슨 일 있었나. 잼버리 사태, 오송지하차도 참사, 고 채 상병 사건 관련 의혹, 홍범도 흉상 논란까지 큰 일이 상당히 많았다. 국정 기조 바꾼다 했으면 이 중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면 된다. 행동은 않고 말만 하면 국민들은 더 화가 날 수밖에 없다. 그럼 지지율 하강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내년 총선에 대한 인식 조사를 보면 거의 전 지역, 전 세대에서 '정권 견제'라고 응답한다. 대통령께서 민심을 좀 더 세부적으로 해석하셔야 한다."
김기현 지도부가 '인요한 혁신위'를 띄웠다. 반전 계기가 될 수 있을까.
김: "혁신위원에 청년들이 많이 포진해있다. 신선하다. 다만 총선을 앞두고 있기에 혁신의 과정이 굉장히 복잡하다. 공천도 다뤄야 한다. 정치와 떨어져 있던 청년들이 과연 이 섬세하고 복잡한 작업을 할 수 있을까. 우려는 있다."
하: "민주당 '김은경 혁신위'도 마찬가지였는데, 지저분한 것을 가리려 암막커튼을 친 것이다. 계획에 없었는데 보궐선거에서 지니 혁신위를 띄운 것 아닌가. 누구라도 패배에 책임을 져야 하는데 아무도 책임을 안 진다. 결국 김은경 혁신위처럼 갈 가능성이 높다."
야당 내부 사정도 복잡하다. 이른바 '가결파 색출'을 두고 당내 잡음이 이어지는 모습인데.
하: "(이 대표 체포동의안에) 가결한 사람들 징계하라는 쓸데없는 목소리가 계속 나온다. 불가능한 걸 알면서 권력 기반을 다지려 자꾸 의제로 띄우는 것이다. 이재명 대표는 통합을 얘기하며 잠재우려 하고 있는데, 지도부에서 자꾸 쓸데없는 말이 나온다."
이미 비명계와 친명계 감정의 골이 깊은데, 이 대표가 말한 통합이 가능할까.
하: "모든 조직이 다 마찬가지다. 통합은 인사로 하는 것이다. 그나마 (친이낙연계인) 이개호 의원을 (정책위의장으로) 세운 것은 잘 한 것이다. 다만 최고위원 자리를 좀 더 이 대표를 비판하는 인물로 채웠으면 했다. 통합이 가능할 지는 공천까지 가는 길을 계속 봐야 한다."
김: "선거는 결국 최선이 아닌 차악을 뽑는 것이란 말을 싫어한다. 그럼에도 그 말이 맞다면 결과적으로 연합전선을 구축하는 당이 총선에서 이긴다. 비명‧비윤을 먼저 품고 통합하는 쪽이 승리할 것이다."
여당 혁신위가 '대사면'을 선언했지만, 한편에선 '이준석 신당 창당설' 등이 제기되는 모습이다.
김: "일단 뭉쳐야 한다. 신당 창당은 명분이 없다. 정치는 결국 책임논리가 중요하다. 윤 대통령을 후보 시절부터 도왔다면 같이 책임져야 한다. 물론 공천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게 되면 창당 명분이 생길 수 있겠지만, 그 전에 나가서 창당하는 것은 명분이 없다."
그렇다면 야권의 '반윤(反尹) 빅텐트'는 가능하다고 보나?
하: "불가능하다. 정치권엔 2대 착각이 있다. 심판받으면 정신 차릴 거라는 것. 그리고 양당 혐오가 짙어지면 중도층이 제3대안을 찾을 거란 착각이다. 현재 선거 구도 상 제3당이 유의미한 성과를 낼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빅텐트는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래서 계속 선거제 개혁하려고 했던 것이다. 다만 연동형 비례제가 이뤄지면 아마 비례 제3 정당 정도는 가능할 것이다. 이준석‧유승민을 모으면 10석 이상은 가져갈 수 있을 것이다."
유권자 중 특히 청년층의 정치불신이 심화되는 모습인데, 이유는 무엇일까.
하: "6070세대는 반공, 4050세대는 반독재라는 가치가 20대부터 굳어져 있다. 이들은 잘 안 바뀐다. 그러나 2030세대는 지금 변화된 시대에 대한 얘길 해야 반응한다. 지금 내가 사는 사회에 대한 얘길 하는 정당을 찾는데, 없는 것이다. 청년이 겪는 경제 문제, 젠더 갈등 등을 툭 까놓고 얘기하고 해법을 찾아야 한다. 그런데 그런 얘기를 안 하고 검찰 독재를 얘기한다. 정당이 2030세대가 살고 있는 세계관에 가 닿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김: "2030세대에게 진보와 보수는 중요한 잣대가 아니다. 그런데 대통령께서 이념을 강조하며 '반공이냐, 아니냐'를 잣대로 삼으니 괴리감을 느낀다. 지난 1년 반 동안 대통령의 언론관 등을 보면 우리가 생각했던 자유와 괴리됐다. 과거 문재인 정권 당시 '조국 사태' 때 불합리에 대한 분노, 그에 따른 심판이 있었지 않나. 그 분노가 고스란히 윤석열 정권을 향해 있는 것 같다."
내년 총선 결과 전망한다면.
김: "연합해서 우월한 구도를 만든다면 여당도 승산이 있지 않을까. 승리를 위해선 공천도 중요하다. 역대 보수 정당에선 대통령에 밉보이면 낙천시켜버리는 일이 반복돼 왔다. 전략공천을 최소화하고 국민에게 공천권 되돌려주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여론을 통해 후보를 선출하는 과정 거친다면 총선 결과에 도움이 될 것이다."
하: "현실적으로 민주당이 이길 것이다. 민주당이 잘해서가 아니다. 총선의 키는 민주당도, 국민의힘도 아닌 대통령이 쥐고 있다. 총선은 대통령 지지율에 영향을 크게 받는다. 만약 대통령이 50% 이상으로 지지율을 올린다? 여당이 이긴다. 그런데 지금 상황 이어지면 여당이 어떻게 해도 안 될 것이다. 그러면 민주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반사이익 얻어 이길 것이라 본다."
원외에 머물고 있다. 차기 총선 출마 계획은?
하: "정치인은 내가 제일 잘났다고 생각해야 되는데, 전 실무자 출신이라 제 머리를 잘 못 깎는다.(웃음) 가결파를 역적으로 몰아야 할까 아니면 국민 다수가 생각하는 상식적 얘길 해야 하는 걸까, 전 후자를 택했다. 잘 안 되더라도 저는 젊지 않나. 자리를 탐하고 권력을 탐하는 것처럼 보이고 싶지 않다. 정치인이니 당연히 총선에 도전하겠지만 민심과 가까운 곳에 있겠다."
김: "당연히 도전한다. 정치는 결국 원내 국회의원들이 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가치, 정당, 개혁에 대한 문제 실현하려면 원내 진입이 필요하다. 다만 보수 정당은 권력이 권력을 늘 재생산해왔다. 그렇다보니 총선을 앞두고 국민 목소리보다 권력의 대변자로 전락하게 된다. 87년 이후 민주주의는 계속 성숙해왔다. 이번 총선에서 더 성숙하려면 공천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
시사저널TV 고정 패널로 합류한다. 《시사톡톡》 어떤 방송으로 만들고 싶나.
하: "보통 방송에서 정당의 입장을 많이 대변한다. 그러면 똑같은 얘길 하게 된다. 저는 현직도 아니고 '스펙업'에 관심이 없다. 그렇기에 시장통에서 한 말, 어제 택시기사님한테 했던 얘기 그대로 말하겠다. 정치인들이 하는 얘기라기보다 엊그제 김치찌개 집에서 들은 얘길 하게 될 것 같다."
김: "저는 여당이기에 상황이 다르다. 물론 정부를 비판할 수 있지만 그 전제는 윤석열 정권이 성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앉아서 정권 비판만 말하면 듣는 입장에선 시원하다. 그런데 앞으로 4년 더 남았다. 무조건 비난만 하는 자리가 돼선 안 된다. 대통령이 올바른 정치 할 수 있게끔 그 안에서 목소리 낼 것이고, 제 자리에서 시청자들에게 사랑받도록 하겠다."
하: "저도 그러겠다.(웃음) 저는 윤 대통령 성공했으면 좋겠다. 우리 당이 손해 보더라도 말이다. 그래서 '억까'(억지로 까내리는 비판)는 안 하겠다. 정권의 성공을 바라는 심정으로 방송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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