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3구역 8300가구 이주 시작···인근 빌라 전세 '들썩'[집슐랭]
4·5구역 연립 보증금 수천만원 쑥
용산구, 이주 완료 2년 소요 예상
소형 매물 귀해 전세가 더 오를듯
총 사업비가 7조 원에 달해 서울 재개발 사업 최대어로 꼽히는 한남 3구역이 이주를 시작했다. 이주 가구 수만 8300여 가구가 넘을 정도로 대규모여서 눈길을 끄는 가운데, 이주를 준비하는 이들로 인해 인근의 전·월세 시장이 상승 곡선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전국의 전세시장이 이미 회복세에 접어든 상태에서 이 같은 대규모 이주가 더욱 전세시장을 자극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30일 서울 용산구는 한남동과 보광동에 위치한 한남3재정비촉진구역의 정비사업 시행을 위해 이날부터 주민 이주를 개시한다고 밝혔다. 이는 2003년 11월 한남뉴타운지구가 지정된 이후 23년 만이다.
이주 대상은 관리처분계획인가 기준 총 8300여 가구다. 이 중 세입자는 6500여 가구다. 구는 상가세입자 손실보상 절차 등을 진행해야 하는데다 대규모인 점을 고려해 이주가 완료되기까지 2년 정도 소요될 것으로 내다봤다. 사업시행자인 한남3구역 조합은 이주 준비를 위해 지난달부터 조합원과 세입자를 대상으로 이주 비용 신청을 사전 접수 받았으며, 이주 기간에도 수시 접수받을 예정이다.
한남 3구역이 본격적인 이주를 시작하면서, 인근의 한남 4구역이나 한남 5구역 등으로 이사를 가려는 수요로 인해 전세시장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한남4구역에 속한 용산구 보광동의 한 연립주택 전용면적 62㎡는 이달 13일 2억 1000만 원에 전세로 계약됐다. 지난 5월에는 2억 원, 지난 8월에는 2억 500만 원에 세입자를 찾았던 것을 고려하면 약 2개월 마다 보증금이 500만 원씩 오른 셈이다. 한남 5구역에 속한 용산구 동빙고동의 한 연립주택 전용면적 74㎡의 경우 지난해 2월 2억 1000만 원이었던 전세가가 이달 10일 2억 5000만 원으로 4000만 원이나 올랐다. 이처럼 전세가가 상승세를 보이자 또 다른 동빙고동의 연립주택 전용면적 54㎡는 2억 3000만 원이던 전세가 호가를 이달 2억 5000만 원으로 2000만 원이나 올리기도 했다.
한남동의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한남 3구역의 세입자 대부분은 인근인 한남 4구역이나 한남 5구역의 전세 매물을 선호하고 있다"며 "대기 수요자들은 급매가 나오면 바로 계약을 맺자고 하는 상황으로 지난달부터 전세 시세가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남동 B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도 "한남 3구역에 살았던 세입자들의 경우 인근의 비슷한 매물을 선호하는데 이 지역에는 신축 빌라와 같은 신규 공급이 있지 않기 때문에 소형 매물을 찾기가 어려워 전세가 더 오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전국적인 전세가 회복세와 한남 3구역의 이주가 맞물리면서 이 같은 상승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 7월 91.4를 기록했던 종합주택 전세가격지수는 8월 91.5, 9월 91.8로 두 달 연속 상승했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과거 가락시영아파트 재건축사업(현 헬리오시티)의 이주가 당시의 전반적인 전세가 회복세와 맞물려 인근의 전세가가 크게 오른 사례가 있다"며 “한남 3구역의 경우 재건축이 아닌 재개발이지만 현재 전세시장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대규모라는 점에서 동일한 만큼 같은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한남 3구역 재개발사업은 한남동 686번지 일대에 지하 6층~지상 22층, 197개 동, 총 5816가구 규모의 아파트를 짓는 사업이다. 2009년 10월 서울시 재정비촉진계획 결정으로 구역 지정됐으며, 2012년 9월 조합 설립 후 2019년 3월에 사업시행계획이 인가됐다. 조합은 2020년 6월 현대건설을 최종 시공자로 선정했으며, 지난해 임시총회에서 관리처분계획을 수립, 8월 인가신청서를 제출했다. 구는 올 6월 한남3구역 관리처분계획을 인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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