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투자 유치 사각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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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플랫폼을 만드는 스타트업 창업가 A 씨는 최근 투자 유치를 전제로 투자회사 B사에 '선납금' 수천만 원을 납부했다.
B사는 A 씨에게 추후 수억 원을 투자한다는 조건을 내걸고 잠정 투자금의 일부분을 선납금으로 요구했다.
투자 유치가 절실했던 A 씨는 실제 투자가 없을 시 선납금을 돌려받는다는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하고 돈을 보냈다.
이후 몇 개월째 투자가 이뤄지지 않고 있지만 A 씨는 선납금을 반환받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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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플랫폼을 만드는 스타트업 창업가 A 씨는 최근 투자 유치를 전제로 투자회사 B사에 ‘선납금’ 수천만 원을 납부했다. 이후 반 년이 지나도록 실제 투자가 진행되지 않았지만 아직까지 수천만 원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A 씨는 이 외에도 B사에 ‘컨설팅 비용’ 등 각종 비용을 수천만 원을 더 냈다고 한다. 스타트업 투자 시장에 약 10년 동안 종사한 이에 따르면 이는 업계에서 빈번한 일이다.
이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기업을 키우며 투자금을 구하고 있던 A 씨에게 B사는 먼저 투자를 명목으로 만남을 제안했다. 이후 A 씨는 B사에 사업설명(IR)을 하는 등 투자 유치를 위한 활동을 했다. B사는 A 씨에게 추후 수억 원을 투자한다는 조건을 내걸고 잠정 투자금의 일부분을 선납금으로 요구했다. 투자를 실제 집행하면 투자금에 선납금을 더해 자본을 납입하겠다는 조건이었다. 투자 유치가 절실했던 A 씨는 실제 투자가 없을 시 선납금을 돌려받는다는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하고 돈을 보냈다. 이후 몇 개월째 투자가 이뤄지지 않고 있지만 A 씨는 선납금을 반환받지 못하고 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일까. 스타트업 투자 시장은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대부분 스타트업 대표는 하루하루 자금난에 시달린다. 아이디어와 기술을 믿고 창업했지만 기술 사업화와 수익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스타트업이 수익을 내기까지 걸리는 기간을 ‘죽음의 계곡(데스밸리)’에 빗대어 부르기도 한다. 실정이 이렇다 보니 스타트업에 투자금은 가뭄에 단비 같은 존재다. 인생을 걸고 만든 사업체를 지키기 위해, 직원들에게 월급을 제때 주기 위해 창업자는 다소 비정상적으로 보이는 계약에도 매달리게 된다. 그리고 일부 사람들은 이런 구조를 악용한다.
우리 사회는 이런 비정상적 거래, 관행을 방지하기 위해 수많은 기관을 두고 있다. 국회는 법을 만들고 일선 부처와 공정거래위원회는 시장을 감시하며 검찰은 수사하고 법원은 판단한다. 이들 기관은 스타트업 업계에서 일어나는 사기, 갈취에 가까운 거래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 혁신을 이끄는 창업자들을 지키기 위해, 정상적으로 투자 집행을 하는 투자회사에 대한 오명을 벗기기 위해서라도 엄정한 법 집행이 필요하다. 오염된 시장을 바로잡기 위해 권력기관이 나서야 할 때다.
이덕연 기자 gravity@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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