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음주측정 거부' 충남도의원 뒷북 사과의 변

지민규 충남도의회 의원 페이스북 캡처.

지난 24일 새벽 천안 불당동 도로난간 충격 사고와 관련 경찰의 음주측정을 거부해온 지민규 충남도의원이 29일 뒤늦게 사과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사고 이후 저의 부끄러운 변명은 취중에 솔직하지 못한 답변이었고, 그로 인해 더 큰 실망감을 안겨드린 점에 대해서도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했다. 이중 눈에 띄는 것은 '취중 솔직하지 못한 답변' 표현이다. 음주 의혹에 대해 사고 당시 음주 상태였음을 인정하는 한편, 동시에 당시 음주 측정을 거부하며 "대리기사가 사고를 내고 도주했다"는 자신의 주장도 사실이 아님을 확인하는 태도를 보인 까닭이다.

그는 고개를 숙였지만 이번 일로 스스로의 입지가 거의 바닥에 추락한 것으로 보여진다. 선출직 공무원으로서 심야에 음주운전을 서슴지 않은 것만 해도 용인될 수 없는데, 결국 교통안전구조물을 충격하는 사고를 내고 말았다. 설상가상이라고 당시 술 냄새가 심했던 증언에 비추어 음주운전 정황이 강하게 의심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도 그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의 음주측정 요구를 거부하며 불응했다. 지구대로 임의동행된 후에도 버티기로 나왔고 급기야는 '대리기사 사고 후 도주'라며 얼토당토않게 사실을 호도하려했다.

그의 주장은 해당 사고에 대한 경찰의 기초조사 단계에서 허물어졌다. 사고 지역 주변 폐쇄회로 영상과 블랙박스 영상 등을 통해 그가 차량을 운전하는 모습이 확인된 데다 목격자 증언도 확보된 상태다. 경찰이 쥐고 있는 증거물의 증명력 앞에 그가 한 말과 변명이 무력화된 것이고 승부는 이때 결정난 셈이다. 그의 사과 글도 이 연장선 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너무 멀리 갔다. 치명적인 것은 음주측정 거부 혐의다. 도로교통법은 술에 취한 상당한 이유에도 불구, 음주측정을 거부한 자에 대해 징역 1년 이상, 벌금 500만 원 이상으로 매우 엄격한 처벌 규정을 두고 있어서다. 사고 당시 사리분별력을 잃는 바람에 갑절의 후과를 자초한 셈이다.

음주측정 거부도 중하지만 이번 일탈 상황 대응 과정에서 그의 도덕성과 윤리의식 수준도 드러났다. 사실 은폐, 거짓 변명 등 기대 밖 면모로 지역민들 실망감을 키웠으며 도의회와 소속 정당의 신뢰도 점수도 잠식했다. 93년생 최연소 충남도의원 타이틀이 무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