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좋은데 나중은?…늘어난 ‘30대 여성’ 경제활동의 딜레마

공민경 2023. 10. 30.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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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대 이후 급격하게 규모가 커진 집단이 있습니다. 바로 '일하는 30대 여성'입니다.

노동시장에서 전통적으로 30대 여성은 최약체였습니다. 출산과 육아를 겪는 연령대다 보니 원래 하던 일도 그만둬야 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 현상 ① 급격히 늘어난 '일하는 30대 여성'

20년 전인 2002년에는 30대 여성 100명 가운데 '54명'만 경제활동에 참가했다면, 올해는 어떨까요? 어림잡아 '70명'이 경제활동에 참가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꽤 급격한 상승세입니다.

30대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원래 30대 남성은 물론 타 연령대 여성보다도 낮았는데요. 최근에는 40~64세 여성을 앞질렀고, 30대 남성과의 격차도 크게 줄었습니다.

관련 주제로 연구 보고서를 작성한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 김지연 연구위원

■ 현상 ② 30대 여성의 'M자 곡선' 저점이 늦춰졌다

해당 현상을 연구한 한국개발연구원(KDI) 김지연 연구위원은 흥미로운 그래프 하나를 제시합니다. 바로 여성의 생애주기별 경제활동참가율 그래프입니다.

마치 알파벳 'M자'를 닮아 'M자 곡선'으로 부르고는 합니다. 육아와 출산을 주로 경험하는 30대에서 참가율이 쑥 하락했다가, 아이를 어느 정도 양육한 뒤 노동시장으로 돌아오며 참가율이 다시 상승하기 때문입니다.


주목할 부분은 2017년과 2022년의 M자 곡선을 비교했을 때 알 수 있습니다. 바로 '30대 저점' 부분입니다.

2022년 그래프에서 저점에 도달하는 연령은 38세입니다. 2017년의 34세보다 무려 4살이나 늦춰졌습니다.

이 말인즉슨, 30대 여성들이 노동시장을 가장 많이 떠나는 연령이 34세에서 38세로 높아졌다는 겁니다.

김 연구위원은 이런 두 가지 현상의 원인으로 두 가지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합니다.

첫째, 자녀가 있는 여성 비중이 줄어서 일을 계속하는 사람이 늘었다.
둘째, 자녀가 있어도 일하기 좋아졌다.

■ 30대 초반 여성 살펴보니…'有자녀' 30대 여성이 줄었다

KDI 보고서는 이런 가능성을 검증하기 위해 세대를 나눴습니다. 지난해 30대 초반(30~34세)이었던 1988~1992년생 여성과 2017년에 30대 초반이었던 1983~1987년생 여성을 비교해봤죠.

먼저 경제활동참가율부터 차이가 났습니다. 늦게 태어난 세대(1988~1992년생)의 경제활동참가율(75%)이 이전 세대(1983~1987년)보다 8.8%포인트나 높게 나타났습니다.


두 세대 간의 결정적인 차이는 무엇일까요? 답은 자녀 수. 그래프로 보면 확연한 차이가 있습니다.

30대 초반 당시 자녀가 있었던 비율이 이전 세대는 46.9%에 달했지만 이후 세대는 32.3%로 낮아졌습니다. 이 말은 나중에 태어난 세대일수록 아이를 더 낳지 않았다는 의미입니다.

(위 그래프에서 미혼과 無 자녀 비율을 표시한 빨간 테두리 구역을 보면 차이가 드러납니다.)

특히 자녀를 덜 낳는 경향도 확인됐습니다. 자녀를 2명 이상 가진 여성의 비중은 22.9%에서 13.6%로 크게 떨어졌습니다.

■ 과거보다는 자녀가 있어도 일하는 게 나아졌다?

자녀를 덜 낳는 게 30대 초반 여성의 경제활동을 크게 늘렸다는 건 확실해 보입니다. 그렇다면 경제활동참가율 증가의 이유는 그것뿐일까요?


이를 알기 위해 김 연구위원은 지난해 30대 초반 여성들과 2017년 30대 초반 여성들, 두 집단의 경제활동참가율 차 8.8%포인트의 요인을 분석했습니다.

결과는 60% : 40% .
'자녀 있는 여성의 비중 감소'의 기여도는 5.5%포인트, '자녀 있는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확대'는 3.9%포인트였습니다.

즉, 1차 적으로 자녀의 유무가 경제활동참가율에 60% 정도로 큰 영향을 미치지만, 자녀가 있어도 일하는 여성이 과거보다는 늘어난 점도 40% 정도 영향을 줬다는 의미입니다.

김 연구위원은 과거와 비교했을 때, 육아휴직제도·유연근무제 같은 일-가정 양립 정책이 정착하고 남성의 육아 참여도 확대되는 등의 영향으로 자녀가 있는 여성의 경제 활동 여건이 개선되고 다소 원활해지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 그대들, 언제까지 '30대 여성 경제활동'에 의존할 텐가?

분명 30대 여성의 경제활동참가가 늘어나는 건 환영할 만한 일입니다. 지금으로서는요.

저출산과 고령화 영향으로 향후 5년간 일할 수 있는 15~64세 인구인 생산가능인구가 매년 3~4만 명씩은 감소할 전망입니다. 그런데 이 빈자리를 30대 여성이 매해 4만 명 정도 채워주며, 인구구조의 변화가 노동시장에 끼칠 충격을 완화해주는 '방파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나중에는 어떨까요? 김 연구위원이 우려하는 지점도 바로 이 지점입니다. 자녀를 낳는 30대 여성 비중이 줄어들면서 결국 언젠가는 '저출산'의 부메랑을 맞게 된다는 겁니다.


지난 2분기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합계출산율은 0.7명으로 떨어졌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다른 요인이 동일하다 가정하고 (다소 단순하고 거칠지만) 계산을 해봤습니다.

2023년 남녀 100명, 즉 50쌍의 부부에게서 35명이 태어나고, 이들이 2075년에는 13명의 아이를 낳습니다. 그리고 결국 2100년에는 4명의 아이가 태어납니다.

2100년에는 젊은 인구 96%가 줄어드는 셈입니다. 이렇게 장기적으로는 생산가능인구가 줄면서 경제 성장세가 크게 둔화 되고 정부재정도 악화 되며, 어쩌면 우리나라는 인구 감소를 넘어 국가로서의 존립도 불투명해질지도 모릅니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게 우리 사회가 마주한 '딜레마'입니다. 결국은 어려운 길을 가야 합니다. 출산율을 높이면서도, 육아기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도 함께 상승시키는 길 말입니다.

김 연구위원은 "육아기 근로 시간 단축제도, 유연근무제 등의 제도와 함께 가족 친화적인 근로 환경을 조성하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습니다. '일보다 가족', '일보다 삶'이라는 가치가 우리 사회에 조금씩 뿌리내리고는 있지만, 변화를 조금 더 앞당기고 폭넓게 퍼뜨려야 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로 읽힙니다.

[그래픽 제작 : 김홍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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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민경 기자 (ball@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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